라디오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 장정일(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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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내가 손가락으로 만지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손가락으로 그를 만졌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무엇이건 선사해줄 것만 같은 무한한 가능성이 되었다. 내가 그를 손으로 만진 이후, 제발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감각과 뒤처진 지식을 활용하게 좀 도와다오. 그에게로 들어가서 나도 그의 가능성을 맛보고 싶다. 우리들 모두는 터치로 열리는 무한한 세계에 동참하고 싶다. 쓰고 싶을 때 쓰고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기 : 석 달 전, 한참을 망설이다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두 번 정도 사용한 후, 지금은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값비싼 아이패드가 너무 불쌍하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 8.18 (일)
코스개관: 홍천고개-매봉남봉-매봉-매봉고개-거니고개 (9:40~16:40)
날씨: 바람 불어 좋은 날
멤버: 당나귀 17명
아침 총무님 차를 타니 까멜이 타고 있다.
못 온다면서? 상큼이가 밥 싸온다고 꼭 오라 했다는 말이 너무 예뻐 안 올 수가 없었다고...
오마니 모시고 휴가 갔다 어제 밤에 와 많이 피곤하다고....
버스 기다리는데 미경씨 일이 늦게 끝나 이제 퇴근하는거라며 냉커피 전달하러 일부러 왔다.
그 정성이 괘씸하다. 이 웬수는 어찌 값나.....
건 그렇고 오늘부터 당분간 버스를 25인승으로 진행한다고...
그동안 누적된 적자도 심한데다 멤버가 안정이 안되 나오라고 사정사정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헌데 막상 버스를 타니 새신자가 많이 보인다.
버스도 낯선데 낯선 얼굴이 많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버스에 탔다.
어찌된 일인지 제일 명당 자리가 내 차지가 되었다.
오늘 총무님 당나귀 산악회에서만 먹을 수 있는 더덕 슬러쉬 딱 17개 가져왔는데 17명이 나왔다고....
돗자리 깔아야 겠다 웃었다.
강원도에 왔으면 옥수수를 먹어줘야 한다는 회장님, 그래서 옥수수 하나씩 물고 하모니카 불기~
오늘 17명이 펼쳐져 길을 막고 사진 찍는데 아주 근사하다.
새신자 네분이나 오셔 모처럼 산행 시작하며 자기 소개 하기.
새신자가 나타나면 후미 백성 긴장된다.
가평 휴게소에서도 잠깐 비가 내리더니 산행 시작도 하기 전 갑자기 내리는 비. 놀래 비옷 찾고 배낭 커버 하는 새 그치는 비.
오늘 산행 초입은 좋은편이다. 다행이다.
지난번 박달재에서 하산하면 고생해서 염려를 했는데 오늘 산길 생각보다 너무 좋고 멋지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주어 정말이지 쾌적한 산길이다.
선두 쪽에 서서 진행하는데 바로 뒤 줄줄이 쫓아오는 사람들. 긴장된다.
1시간 정도 진행하니 나타나는 매봉 남봉. 간식 먹고 쉬어주고 다시 출발.
오늘 제일 높은 매봉까지 급경사 몇번 올라 치는데 제법 힘들다. 그나마 다행인건 바람이 불어주기 때문.
새신자들이 바짝 쫓아 와 먼저 가시라 보내니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다. 초절정 고수만 모셔온거 같다. 후미 백성 기죽는다.
매봉 정상은 막상 아주 협소하고 좁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안되는 거고 조금 백해 우측길로 내려서야 한단다.
헌데 앞서 간 총무님이 안 보인다. 아마 어딘가에서 더덕 캐느라 헤매시나 보다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대장과 총무님은 걱정 안해도 된다는 회장님 말씀.
정상 가기 전 공터에서 간식 먹어주고 조금 더 진행 해 점심 먹기로 했다.
바람이 시원하지만 그렇다고 산행이 힘이 안 드는건 아닌지라 막상 넓은 공터에 앉아 밥을 먹으려니 다들 넘어가지 않는것 같다.
그래도 아직 반도 더 남은 산길을 이어가자니 억지로라도 먹어야지 싶다.
식후 미경씨표 냉커피로 마무리.
헌데 밥을 다 먹도록 총무님이 안 나타난다. 매봉 정상이라고 곧 온다 통화 했다는데?
매봉 정상 주변에서 더덕에 눈이 어두워 백 해야 하는걸 깜빡 잊고 바위산 쪽 능선아로 제법 많이 진행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되집어 점심 먹는 자리까지 오는데 총무님 얼굴색이 그야말로 백지장이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쉬지도 못하고 얼마나 내 달렸을까. 그것도 급경사를....
시원한 물로 한숨 돌리고 배낭에서는 더덕이 세 보따린다. 더덕 캐다 사람 잡을뻔 했다.
회장님이 남아 밥 먹는것 기다렸다 함께 오기로 하고 걸음 느린 백성들은 출발.
총무님이 뒤에 처져 있으니 신천씨가 이대장과 함께 선두에 서서 가다 알바 하기 쉬운 곳에서 기다려 준다. 정말이지 고맙다.
새신자 세분은 내내 선두 그룹에서 내 달리고 출판 산악회 새신자는 뒤에서 후미 챙겨서 오신다고....
이분이 지도를 보여주면서 큰 봉우리 2개만 넘으면 된다 하신다. 그럼 정말이지 얼마 안 남은거겠지?
선두 가 버리고 후미는 안 보이고 부회장님과 둘이 일행이 되어 올라가는데 오늘 산행 짧다고 해 왔는데 생각보다 길고 업다운이 심한편.
부회장님 땀이 하도 많이 나 바지까지 젖어 버렸다. 간식도 귀찮아 하고 물만 많이 마셔 배가 빵빵하다고.....
죽어라 올라가는데 이작가님이 홀로 서 계시다. 뭐가 잘못 됐나?
알고보니 더덕 큰걸 발견했는데 바위 속에 있어 연장이 없어 캘 수 없다고 총무님 기다리신다고....
헌데 총무님 언제 올지 몰라 포기하고 함께 산길 걷기.
힘은 들어도 길이 너무 예쁘다. 춤추고 싶은 길이다. 얼마 안 남은것 같아 행복해 하면서 길을 걷는데 차 소리가 난다. 정말 거의 다 온줄 알고 좋아했다.
그래서 작가님 배낭의 포도도 먹고 한참 놀다 내려가는데 길은 생각보다 멀었고 무덤이 보이는데 무덤에서도 30분 가야 한다고....
막상 무덤에서 하산길은 길지 않았는데 길이 희미해 여기서 잠시 알바를 하다 겨우 길 찾아 철조망 끼고 내려가는데 보이는 휴게소와 '인제' 표시.
아니 인제라니? 홍천 아니었나? 여기 맞다는 작가님.
무리가 내려갈 길은 절개지 축대 쌓아놓은 길이다. 이런 길로 하산하게 될줄 정말이지 미처 몰랐다.
아래에서는 이대장이 왼쪽 풀 우거진 길로 내려오라고 소리 친다. 축대는 간격이 너무 넓어 걸어 내려오기엔 적당치 않다.
난 좌측 풀길로 가고 대부분 사람들은 축대로 내려온다.
조금 일찍 도착해 화장실에서 씻고 옷 갈아입고 후미팀들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무슨 미술 작품같기도 하고 악보의 오선지 같이 아름답다.
다들 무사히 하산하고 일단 고속도로 포기하고 국도로 가기.
작은 버스 안에서 가축적 분위기에서 노래방 모드로 차는 비교적 잘 나가다 양평에 오니 막히기 시작.
옥천냉면집에서 막국수로 마무리. 오늘 저녁은 박연씨가 쏜다고.....
후다닥 밥 먹고 하염없이 막히는 차를 타고 비몽사몽 가다 총무님과 새신자 한분은 전철 타러 가시고 우리들은 10시 경 안양 입성.
피곤하지 않냐는 까맬 왈, 산에 오니 피로가 팍 풀렸다고.... 정말이지 산미인 맞다 맞아.
새신자 4분이 다들 대장 수준의 산행을 하는것 같다. 계속 나와 주시겠지?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까멜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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