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하산 후 이야기 (1/9~12)

산무수리 2014. 1. 18. 00:55

일찍이 나는
-최승자(1952~ )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루머는 떠돌고 루머는 증명해가는 과정 속에 더욱 멀어져가는 진실, 그 너머의 웅크린 고양이. 그러니까 묻지 마세요. 한평생 죽은 듯 움츠려 사는데도 뭉텅뭉텅 털 빠지는 비루한 생, 그게 우리들의 전형적인 민낯일 테니까요. <김민정·시인>


 

1/9 (목)

 

 

자고 조금 나아진 신샘이 오늘 아침엔 계란도 먹고 과일도 먹는다.

8;30 산행에 썼던 짐은 맡기고 작은 가방 하나씩 들고 1박2일 일정의 사파리 여행 출발.

 

 

 

 

어제 커피를 사고 싶다고 하니 가는길 데려갔는데 가보니 기념품 가게. 헌데 값이 싸지 않고 물건의 품질도 잘 못믿겠다.

류샘, 황샘이 커피를 사 나도 하나 샀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레이크 만야라.

 

 

 

 

 

 

 

 

 

 

 

드디어 우리도 뚜껑 열리는 차를 타고 기대를 하며 레이크 만야라에 들어섰다.

처음 원숭이 보고 신기해 했다. 조금 있다 먼 발치에서 코끼리도 보인다.

원숭이는 사람들 보고도 피하지도 않고 차가 지나가도 잘 비키지도 않는다.

중간 점심 먹는 장소에서 맛없는 런치박스로 점심을 먹는데 음식 찌꺼기를 먹으려고 새들이 모여든다.

 

점심 먹고 기사는 우리에게 많을 동물을 보여주고 싶어하는데 신샘은 기운이 없어 일어나는것도 귀찮아 한다.

홍샘과 황샘이 제일 열심히 보고 찍고....

아주 멀리 얼룩말도 보이고 기린도 보이는데 너무 멀다.

페리칸이 하늘에 떼지어 난다. 톰슨 가젤도 몇마리 봤는데 별 감흥은 없다. 사파리가 이런거면 보지 말라고 도시락 싸 갖고 말려야 겠다는데 동의.

산행 피로가 풀리지 않은지라 대부분 몸도 마음도 지쳐있아. 빨리 쉬고만 싶다.

 

 

 

 

 

 

 

오늘 저녁에 묵을 레이크 만야라 호텔을 아루샤 호텔에 비하면 천국이다.

우리가 찾아다니던 원숭이들이 호텔 정원에 널려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물수건을 주고 수박쥬스를 준다.

건물도 2층으로 된 목조 건물로 조용하고 쾌적하다.

 

다들 행복해 하면서 일단 방에 가 사발면을 먹는 스케줄이라고 한다.

신샘 모처럼 사발면을 반 이상 먹었다. 이곳에 오니 힐링이 되는것 같다.

남자들은 사발면 안주로 베란다에서 소주 먹으려다 원숭이들이 노려봐 방으로 쫓겨 들어왔다고 한다.

베란다 문단속을 잘 하라고 하더니 원숭이를 조심하라는 말인것 같다.

 

씻고 옷도 빨아 볕 좋은곳에 널어놓고 정원 구경을 나가니 황, 류샘은 그새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나도 수영복 들고 올까 고민하다 살도 찐데다 이 햇살에 수영하다 너무 많이 탈까봐 포기 했다.

신샘도 수영복은 들고 왔는데 할 엄두가 안 난다고....

 

저녁이 되니 비가 내린다. 금방 갤 줄 알았는데 꽤 오래 내렸다. 비까지 내려 서늘해졌고 모처럼 오늘 저녁은 부페식 제대로 된 식사다. 과일, 야채가 많아 신샘도 신나나 보다.

한쪽 테이블에 7순쯤 되 보이는 부부 단체가 사파리에서도 봤는데 같은 곳에 묵나보다.

아무튼 그동안 못 먹었다 모처럼 오늘 포식을 하고 맥주도 시켜 마셨는데 맥주값이 아류샤보다 훨씬 비싸다고....

저녁 먹고 호텔 정원을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하다 류샘 방에 모여 노느니 심리검사까지 하고 놀다 잤다.

 

1/10 (금)

 

 

아침에 일어나니 베란다에 원숭이가 난간에 앉아 빤히 우리를 쳐다본다. 크기도 어마어마하고 징그럽다.

이렇게 지천인 원숭이를 찾아 다녔다니 한숨만 난다.

 

 

 

 

 

 

 

아침도 맛있게 잘 먹고 시간 여유가 있어 호텔 경내를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놀다 짐 싸고 호텔에서 싸 준 런치박스를 챙겨 웅고롱로고 이동.

 

 

 

 

 

 

 

 

 

 

 

 

 

 

 

웅고롱고로틑 산 정상이 화산폭팔로 날아가 분지가 되어 동물들이 이곳에 같혀 사는 곳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볼때느 저 아래 뭐가 살까 싶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엄청 넓고 동물이 무쟈게 많았다.

특히나 누우떼는 정말 많았고 멧돼지, 하이에나도 간간히 보이고 코뿔소는 먼 발치에서 한마리 봤는데 코뿔소는 이곳에만 있는 거라고 행운이라고 한다.

그밖에 톰슨가젤, 자이언트 가젤, 뱀 잡아 먹는다는 새, 모시치킨인가 뭔가, 코끼리 등을 봤다.

사자는 보긴 봤는데 사냥 하는 사자가 아니라 낮잠 자는 사자다.

얼룩말은 비교적 가까에서 봤고 진흙 목욕하는 버팔로우도 봤다.

하마는 물속에서 콧구멍과 눈만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끝내 모습은 안 보여준다.

 

점심 식사하는 장소인 늪지에서 점심을 먹고 빵 조각을 새에게 주었더니 사진 찍히면 벌금 문다고 주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독수리들이 채갈 수 있다고 차 안에서만 먹으라고 한다.

우리도 모처럼 닭다리 든 점심을 먹었고 동물 구경도 신물이 나 사자가 사냥 하는거 아니면 눈하나 까딱 하지 않겠단다. ㅎㅎ

세렝게티는 여기서도 몇시간 더 가야해 우리 일정으로는 무리인것 같다. 류샘이 많이 아쉬워 해 환갑 여행으로 마눌님과 함께 오라 했다.

다시 입구로 나와 차에 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려고 들고 나가는 순간 뭔가가 쓰레기를 채 간다.

원숭이들이 나한테 달려들어 빈 런치박스 2개와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가더니 빤히 보이는 곳에서 비닐팩을 열더니 치킨에 남은 고기 조각을 발라 먹고 바나나, 망고를 껍질채 먹어 치웠다.

큰 놈이 먹는 동안 새끼 원숭이들은 감히 근접도 못한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놀랠 새도 없었는데 화장실 갔다가 본 신샘이 더 놀란것 같다.

기사가 미리 알려주지 않아서 미안하다 사과를 한다.

 

 

 

오늘 다시 아루샤의 임팔라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려니 한숨만 난다.

기사에게 아루샤 시내의 상하이 레스토랑을 아냐고 하니 안단다. 그곳으로 가 짬봉이라  생각하고 시킨 soup이 물만두.

그나마 새우와 탕수육은 우리가 먹는 중국요리와 비슷하긴 한데 양도 적고 값도 비싸다.

아쉬운대로 먹고 호텔에 오니 방이 꽉 찼는지 8층의 방을 주는게 그중 후진 방이다.

 

 

호텔 식당에서 스테이크 몇개만 안주삼아 시켜 탄자니아 마지막 밤을 보냈다.

 

1/11~12 (토, 일)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니 이 호텔에 한국인 단체 팀이 들어왔다. 이 팀은 세렝게티에서 2박3일 하고 1박2일 일정으로 오늘 킬리만자로로 간다고...

단체가 들어와서인지 식당에 음식이 몇가지가 떨어졌는데 리필을 안해준다.

삶은 계란이 없어 못 먹어 배가 덜 찬 느낌.

오늘은 일정이 없고 공항으로 가면 되는 스케줄이다. 체크아웃을 11시까지 해야 한다고 해 일단 체크 아웃 하고 짐 맡겨놓고 시내에 나가보기로 했다.

 

 

 

시내에 걸어다니자니 덥기도 덥지만 삐기에게 시달리는게 겁나 아예 택시를 타고 시내 쇼핑센터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택시비는 부르는게 값인지 바가지 쓰는 느낌으로 5명이 한대에 구겨 타고 쇼핑센터로 이동.

쇼핑센터는 지키고 있어 삐기들이 대놓고 들어오지는 않는것 같다.

아무튼 대형 마트가 하나 있는데 현지돈 아니면 받지 않고 카드도 안 된다고...

돈 되는 만큼만 인스탄트 커피를 하나씩 샀다. 그리고 쇼핑을 하려는데 깎아보니 깎아주는데 믿을 수가 없어 살 수가 없다.

아이스크림 먹고 시간 때우다 혹시나 해 뒤쪽으로 가보니 거기에 식당가 쇼핑센터가 있고 커피 전문점도 있다.

진작 알았다면 이곳에서 노는건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잠시 환전도 하고 신샘 기념품 몇개 사고 다시 택시 타려는데 가격이 제 멋대로다.

결국 왔던 가격으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마지막 점심을 호텔의 중식당에서 다시 한번 짬봉에 도전해 본다고 했는데 메뉴를 보니 영어로 짬봉이라는 메뉴가 있는걸 뒤늦게 발견.

짬봉, 볶음면, 볶음밥, 새우튀김을 시켰는데 짬봉이 빨갛진 않아도 매콤한 맛이 나 그동안 먹은 음식 중 그중 훌륭하다는데 동의.

4가지 시켜 5명이 배부르게 먹고 있는데 첫날 공항으로 나왔던 기사가 우릴 기다린다.

맨날 늦더니 이 기사는 성질도 급한가 보다.

 

 

 

 

 

 

저녁 비행기인데 2시도 안되 공항에 도착해 하염없이 기다리니 시간이 안 되었는데 우리 짐을 부쳐 준다고 오란다.

헌데 급행료인지 각각 1불씩 내라고 해 5불을 주었단다.

일단 짐을 부치고 수속 하고 들어왔지만 이 안에서 기다리는것도 참으로 지루하다.

아무튼 몇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하다 비행기 탑승.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그림처럼 킬리만자로 정상이 보이는데 마음이 울컥하다.

저 산을 다녀왔다는게 꿈만 같다.

역시나 맛없는 기내식을 먹었고 아디스아바바에서 환승하는 동안 면세점을 둘러보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싹쓸이 한다더니 정말이지 엄청 사 댄다.

나도 싼 양주 하나 사고 신샘도 남편 선물 하나 사고 류, 황샘도 커피, 홍샘은 남아공 와인을 한병 샀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니 단체 한국팀이 있다. 학생들인데 대안학교 학생들인데 선교를 왔다 가는것 같다.

운이 좋아 가운데 앞, 뒤 자리가 다 비어 셋이는 홍콩까지 누워 갈 수 있었다.

맛 없고 똑같은 기내식을 3번 먹고 홍콩에서 쉬었다 손님 바꾸는데 반 이상이 한국 사람이다.

아무튼 낡은 비해기에서 맛없는 기내식 먹고 무사히 서울 도착.

신샘은 이제 안 먹어도 곧 서울에 간다고 기내식을 거의 손도 대지 않는다.

 

 

 

저녁 8시 전 인천공항에 내렸고 짐이 곧 나왔고 짐 찾아 각자 집으로...

안양 가는 공항버스가 바로 출발해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남의편은 술 마시러 나가고 도치가 차로 태우러 왔다.

집에 와 빨래만 한 보따리인 카고백 풀고 씻고 헛헛한 속을 김치와 밥으로 달래니 귀국한걸 실감하게 된다.

이덕 저덕에 아프리카라는 신대륙을 밟아보고 최고봉이라는 킬리만자로를 멋진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