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그대에게 - 송경동(1967~ )
슬프다니요
절망스럽다니요
당신 안에 적이 있군요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나날이 새로워지는 생의 의무를 망각하는 일은
더 슬프고 나쁜 일이에요
‘안녕하십니까’와 ‘안녕들하십니까’의 눈에 보이는 차이라면 ‘들’이 하나 들고 빠짐 정도에 있겠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들’이라는 끼어듦이 실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다 싶었던 겁니다. 이를테면 전자의 ‘안녕’이 한 개인의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입말’에 지나지 않는다면, 후자의 ‘안녕들’은 한 개인을 넘어서서 댁네 살림살이 두루 평안한지를 살피는 이른바 마음을 주무르는 ‘글말’ 같다고나 할까요. 손의 기능 중에 글씨를 쓰라 하는 것도 글자의 기원 아래 손의 중요한 의무가 되었을 텐데요, 며칠 전 훈훈한 그 손맛을 보았습니다. 대자보라는 큰 종잇장을 빌려 써내려 간 한 대학생의 진심. 우리 사는 세상이 참으로 뒤숭숭한데 별일들 없으십니까… 정말이지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되겠습니까… 청춘이라는 혈기에 싸우자고 덤비는 투도 아니고 교조적으로 가르치려는 재수 없음도 아니고 솔직함을 특기로 쏘아올린 화살은 자로 잰 듯 정직하게 날아와 정확하게 내 환부를 관통하고 말았습니다.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내 부끄러움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물우물 쏟아져 나오려는 말을 어떤 방식으로 뱉을까 고민하던 한 청년을 상상하다 보니 그리 된 듯합니다. 문구점에 들러 종이를 사고 펜을 고르고 벽을 탐하고 테이프를 뜯고… 용기와 더불어 성실함, 남자가 내게 고백을 해올 때 가늠하는 덕목이라면 대입들 되실랑가요. <김민정·시인>
산행일: 2014.2.23~24 (일~월)
코스개관: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월성치-삿갓봉-삿갓재대피소 (1박)-무룡산-동엽령-송계3거리-백암봉-중봉-향적봉-설천봉-곤도라 하산
날씨: 봄기운이 물씬 나던 2월
멤버: 무식이 무기인 용감한 여군과 넷
지리 종주를 신샘과 둘이 하니 간이 조금 부었다.
설악, 민주지산 같이 간다던 남의편이 배신을 때렸고 한산 멤버들은 16~17 덕유산 종주에 나섰는데 난 당나귀 산행과 출근 일정과 겹쳐 부득이 포기.
이 팀들은 영각사에서 출발해 삿갓재에서 1박 하는데 블로그 친구인지 킬리만 자로 다녀온 소식, 지리에 다녀온 소식까지 알고 있다며 아는체를 했다는 후문.
아무튼 구정 연휴 관악산 산행하며 여러 공통점이 많은 여인 넷이 금요일 밤 철야 정진을 하자고 했었다.
헌데 설악은 눈이 많이 내려 엄두가 안 나지만 덕유산이라도 다녀와야 올 한해를 버티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것 같다.
다들 바쁜 사람들인지라 어찌어찌 셋이 일정을 맞췄고 쫀누나에게는 스케줄 알아서 짜 준다고 덕유산 함께 가야 한다 연락을 했다.
쫀누나, 자기가 언제 이런 약속 했냐고 해 한참 웃었다.
여인들끼리 가면 짐도 짐이지만 운전이 문제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 방법을 인터넷 검색해 연구해 보니 전날 저녁에 가 자는 방법이 그중 시간이 널널하고 첫차를 타고 가면 첫날 일정이 많이 빡빡할것 같다.
이 문제를 경란씨가 운전 봉사를 한다고 해 한큐에 해결되었다.
카톡으로 서로 준비물 연락하는데 목디스크 때문에 배낭을 거의 못지는 안샘이 과일, 떡을 들고는 온단다.
헐, 누굴 잡으려고...
밥도 다들 조금씩만 먹는지라 햇반 2개면 한끼가 해결될것 같다.
가는날 아침, 점심은 육십령식당민박 집에서 사먹는걸로 해결하자는 쫀누나. 나름 인터넷 검색해 교통편, 산행 코스 등 예습을 많이 한것 같다.
6시 안양농수산물시장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안샘 어차피 차 가지고 오니 집 앞으로 와 픽업 해 주기로 했다.
잠 없는 안샘이 조수석에 앉아 열심히 서빙하고 쫀누나도 이바구 나누느라 잠을 안자고 나만 뒷자리에서 비몽사몽 자고 휴게소 잠깐 쉬고 9시 조금 넘어 육십령 도착.
아침 먹으려고 들어가니 메뉴가 돈가스와 스파게티.
엥? 우리가 검색한 것과 다른데?
알고보니 동물이동통로 밖의 경상도 땅 식당매점이 있고 이쪽은 전라도 땅 휴게소이다.
식당 매점에 가니 오마니가 안 계셔 아침이 안 된다고...
경란씨 밀고 들어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간다고 하다 밥통을 여니 밥이 한가득이고 김치찌개까지 있어 차려 먹는다고 하니 안 말린다.
계란 후라이까지 부치고 주인장 보고도 먹으라고 하니 자긴 식구들과 먹는단다.
반찬도 몇가지 찾아주어 먹으니 아침 요기가 된다. 어머니가 계시면 반찬 훨씬 많다고....
라면보다는 밥이 좋은지라 잘 먹고 계산하려니 만원만 받겠다고 해 아주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 준비하고 출발하며 사진 한장 찍어달라고 하니 금산에서 오신 분이 사진을 찍어주며 영취산 쪽을 물어보더니 슬금슬금 우리쪽을 따라 온다. 헐~
2009년 안내산행 따라 육십령에서 설천봉까지 당일 종주한 적이 있는데 서봉 전 까지는 어둠 속에 진행한 지라 기억이 거의 나질 않고 할미봉 지나 밧줄 잡고 버벅댄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이쪽은 눈이 하나도 없이 먼지 나는 길을 가는데 금산팀이 쫓아오더니 칡즙을 하나씩 준다. 칡 뿐 아니라 홍삼즙, 메주 등을 한다고 명항을 주더니 먼저 간다.
안샘은 작은 배낭인데도 어깨가 아파 힘들어하고 난 취사도구를 가져온지라 무겁고 쫀누나 경란씨는 무거운 짐을 져 본 적이 거의 없는지라 역시나 힘들어 한다.
그래도 웃고 떠들며 한적한 이곳을 걷는데 할미봉까지는 무사히 잘 갔다.
헌데 할미봉 지나 난코스가 얼음이 얼어 살 떨린다. 어찌어찌 내려갔는데 그 아래도 길진 않은데 빙판과 눈이 뒤섞여 있어 밧줄 잡고 내려가는데 다리에 쥐가 날 뻔 했다.
내려가보니 던진 스틱 하나가 아래로 떨어졌는데 쫀누나 새 스틱이다.
아이젠 신고 어찌어찌 해 스틱 무사히 회수. 이러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금산팀은 되돌아 내려가고 반대편에서 간간히 안내산행 팀들이 단체로 내려온다.
이쪽는 눈의 거의 없고 녹아 진창길이 대부분이다. 내려가는 길 얼어 있는 곳이 있어 처음에 덴지라 아이젠 하고 내려가 도로 풀고 배낭에 달고 간다.
길은 점점 더 질어져 가고 서봉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예전 종주에 실패해 학생수련원 하산했던 갈림길도 지났는데 서봉까지 이렇게 먼줄 정말 몰랐다.
오늘 점심은 떡과 과일과 빵 등 행동식을 대체하려니 뭔가 2% 부족한 느낌.
아무튼 안샘은 발이 보이지 않게 앞서 내 달렸다 기다리고 후미 쫀누나는 힘들어 하고 그 와중 경란씨는 진창에 넘어져 가문의 쪽팔림을 당하고....
겨우겨우 서봉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일단 단체 사진 찍고 남덕유산쪽을 보니 그쪽은 눈이 많다고.....
당일 팀들은 영각사에서 올라온거라고 한다.
서봉 찍고 기나긴 계단을 내려가니 갑자기 눈이 나타난다.
아이젠 제대로 하고 남덕유 올라가는 길도 만만하진 않았다. 남덕유와 삿갓재 갈림길에서 쫀누나 남덕유 안 올라가고 먼저 내려간단다.
100m 만 가면 되는데? 그래도 안 올라간다고. 많이 힘든가보다.
남덕유 올라가니 시간이 꽤 늦었는데 한팀이 있어 사진을 부탁했는데 사진 좀 찍는 사람인것 같다. 덕유산 사진 중에 젤로 낫다.
이곳 길은 눈이 많이 차라리 낫다.
안샘 빛의 속도로 순식간에 쫀누나를 추월해 가니 쫀누나 기가 막힌가 보다.
명랑쾌활한 성격이라 내색은 안하지만 많이 힘든가보다. 나도 배낭 무게가 자꾸만 발목을 잡아 함께 처지면 더 힘들것 같아 쫀누나를 경란씨에게 맡기고 앞서서 갔다.
삿갓재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 아이젠을 뺐다 바로 다시 끼고를 몇번 반복하고 몇번의 힘든 오르막을 오르고 삿갓재까지 찍고 대피소 가는 길도 예전 기억보다 많이 멀었다.
생각으로는 배낭 빨리 내려놓고 짐 받으로 되돌아 가려고 했는데 삿갓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라 이 길을 되돌아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튼 9;45 출발해 6시 거의 다 되 겨우 도착.
취사장에 가 배낭 내려놓고 찾으니 안샘은 안 보이고 경란씨 전화는 안 받는다.
안샘은 그새 자리 배정 받고 담요까지 받아놓고 큰 물병이 없어 물을 2번이나 떠왔다.
두사람이 안 와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두사람이 나타나 얼마나 고맙던지.....
경란씨는 우측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어쩌나... 내일 아무래도 구천동 하산은 무리인것 같다.
오늘 저녁 메뉴는 오뎅국과 햇반 2개. 경란씨 반찬 조금만 싸 오라고 했는데도 여러가지 싸왔다.
햄을 야채와 구워 먹는데 수제햄이라 기름이 거의 안나와 스팸만 못하다.
오뎅국도 간 맞추려고 가져온 간장이 알고 보니 참기름. 헐~
참기름으로 간맞춘 고소한 오뎅국으로 허기진 뱃속을 달래니 갈증이 난다.
아무튼 저녁이라고 이름을 짓고 대피소에 올라오니 방바닥이 아주 따뜻하다.
멤버 잘 만나 이런데 와서 잠도 자보고 호강한다는 경란씨.
잘때 뭘 입냐는 경란씨. 왜 잠옷 가져왔어? 그건 아니지만 갈아입을 옷은 가져왔다고....
배낭 무겁다며 경란씨, 쫀누나는 바지까지 갈아입는다.
홀로 왔다는 한분이 귤을 나누어 주셨다. 자기도 홀로 와 이팀 저팀에게 많이 얻어 먹었다고...
삿갓재 대피소 탈의실에서는 2010년에 한번 자 봤는데 방은 처음이다. 지리나 설악과 달리 2층이고 그냥 방에 남녀 합숙.
더구나 어찌나 더운지 자다 다들 담요도 벗고 남자들은 런닝 바람에 자고 자다자나 방문을 열고 자니 그나마 우리 자리가 입구 쪽이라 잘 수 있었다.
찜질방 수준의 방에서 안샘은 끝까지 담요 덮고 자 대단하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겉옷을 벗고 잤나보다.
그럼 그렇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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