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꽃 사설 - 윤금초(1941~ )
얕은 바람에도 연잎은 코끼리 귀 펄럭이제.
연화차 자셔 보셨소? 요걸 보믄 참 기가 맥혀. 너른 접시에 연꽃이 쫙 펴 있제. 마실 땐 씨방에 뜨거운 물 자꾸 끼얹는 거여. 초파일 절에 가서 불상에 물 끼얹대끼. 하나 시켜놓고 열 명도 마시고 그래. 그 향이 엄청나니께. 본디 홍련허구는 거시기가 달라도 워느니 달러. 백련 잎은 묵어도 홍련 잎은 못 묵거든. 연근은 둘 다 묵지마는 맛이 영판 틀려. 떫고 단면이 눌눌한 것이 홍련이제. 백련 뿌리는 사각사각하고 단면도 하얘.
백련은, 진창에 발 묻고설랑 학의 날갤 펼치제.
강신재의 『우리 마을 이야기-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룡 백련마을』 패러디
윤금초 선생님. 이 사설시조 처음 읽어본 날 저 연화차 마시러 갔어예. 그 향이 엄청나다고 해서 저도 동창들 우르르 몰고 가서 달랑 하나 시켰어예. 진짜로 커다란 접시 같은 데 한가득 펴지데예. 차례로 벌어지는 꽃잎을 보고 “엄마야, 엄마야!” 막 소리 질렀어예. 그리고 씨방에 뜨거운 물 자꾸 끼얹어가며 오래오래 마셨어예. 마음 좋은 찻집 주인이 오래오래 많이 마시면 흰머리도 검게 된다카면서 자리를 비껴주데예. 달짝지근하면서도 은은한 그 차를 마시면서 제가 잘 가는 정약용 생가 근처 연지에서 본 백련 봉오리 이야기를 했어예. 쭉 뻗은 가지 끝에 달려 있는 하얀 봉오리가 정약용 선생의 힘 있는 붓끝 같았다고예. 파란 하늘이 유배지로 보내준 아내의 치마폭 같아 거기 두 마리의 새와 향기로운 매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다고 말했어예. 그 백련이 이 백련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했어예. 모두 다 웃었어예. 웃음소리에서 백련 향기가 났어예. ‘초파일 절에 가서 불상에 물 끼얹대끼’는 참 대단한 비유네예. 나이롱이긴 하지만 가톨릭 신자라서 그런 아름다운 불교 의례는 해보지 못했거든예. 그래도 ‘진창에 발 묻고설랑 학의 날갤 펼치’는 것은 정말 실감났어예. 백련차 마시고나니 진창에 빠져 있었던 제가 학이 되어 날아갈 것 같았거든예. <강현덕·시조시인>
산행일: 2014.4.6 (일)
코스개관: 신대리 봉복사-덕고산-삼계봉-태기산-(버스)-양두구미재-6번 도로 (9:30~17:00)
날씨: 4월의 상고대와 설경을 볼 수 있던 동화같던 날
멤버: 당나귀 13명
오늘 시산제를 지내기로 한 날.
금욜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 강원도 눈 소식을 듣긴 했지만 준비성 많은 총무님이 아이젠 챙기라는 말이 없어 그냥 나섰다.
모처럼 안샘이 게스트 한분 모시고 온단다.
총무님은 아침 일찍 경림씨 집에 가 시산제 재낼 음식 등을 실어 버스에 실어놓고 태우러 오셨는데 오늘따라 기다리게 했다. 죄송하다.
지난번 돌 깨느라 불참 했는데 돌 하나가 영 깨지지 않아 불안한 가운데 참석을 했나 보다.
돌이 다이아몬드급으로 변한것 같다 하고 웃었다. 돌이 아니라 사리인가? ㅎㅎ
차 대고 농수산 시장 건너편에 가는데 날이 풀려서인지 우리 팀 말고도 단체가 많다.
헌데 큰오빠인 강사장님이 작가님과 함께 서 계시다.
아니? 그 어렵다는 수술을 하고 1년 만에 시산제라고 참석하셨다고 한다.
오랫만에 참석하신 분이 세분이나 되는데도 고정 멤버가 빠져 오늘도 13명을 넘지 못한다.
시산제 날이라 참석 안하던 회원에게 오라고 하기가 좀 그랬나 보다.
이래저래 버스 안 자리 재편성이 이루어지고 1월 신년산행에 처음 왔다는 수연씨가 맛 좋은 쑥떡을 돌려 요기를 하고 자다 깨다 휴게소 들렸다 산행 기점인 봉복사 도착.
산에 눈은 허옇데 아이젠은 대부분 안 가져와 조금 염려가 되었다.
헌데 봉복사에서 출발하는데 먼산이 허옇다. 상고대다. 날은 조금 쌀쌀하지만 화창한 날씨다.
갑자기 내린 눈에 눈 맞은 진달래도 보이는데 아무튼 상고대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덕고산까지 가는 길 정말이지 급경사에 힘든 길이었다.
늘 선두에서 내 달리던 안샘이 오늘 컨디션 난조로 후미에서 온다.
거봐, 후미 애로사항을 오늘 좀 느꼈지?
그새 총무님은 더덕 2뿌리 캐 컴백하신 강사장님, 안샘에게 한뿌리씩 선물했다고....
그래서인가 후반전엔 역시나 두분 앞에서 날았다.
덕고산 찍고 삼계봉 찍고 삼계봉에서 점심 먹기.
세 행정구역이 만나 삼계봉이라고...
밥 먹고 다시 출발.
삼계봉에서 태기산 가는 길은 산죽 밭으로 자칫 알바하기 쉬운 길이다.
눈까지 쌓여있어 은근 헷갈린다.
강사장님 다년간 산행한 촉으로 길을 잘 찾으신다.
아무튼 동화같은 날씨의 축복으로 4월 눈 산행을 한 덕분에 신발이 젖어도 행복하기만 하다.
오후 되며 해가 쨍해지고 바람 불며 쌓였던 눈이 날리면서 장관을 연출.
태기산 정상 주변 풍력발전기가 보여 다 온 줄 알았는데 막상 태기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은근히 길었다.
정상에는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고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원래 군부대쪽으로 출입이 안되나본데 크게 제지하지 않아 정문을 끼고 담장끼고 돌아 후문으로 해서 내려왔다.
1월 신년산행에 참석했다 오늘 2번째 참석했다는 수연씨는 무릎이 아파 고생하면서 겨우겨우 하산.
이곳에서 조금 더 산행은 진행해야 하는데 오늘 시산제도 지내야 하고 아픈 백성도 있고 마침 이곳에 차가 들어올 수 있어 망설임 없이 차 불러 승차. ㅎㅎ
당나귀도 많이 약해졌다 약해졌어....
경림씨가 정성껏 마련한 떡, 돼지머리, 나물, 전, 과일, 찰밥, 김치찌개, 김치......
정말이지 혼자 준비하기 힘들었을텐데 해마다 정말 고생 한 덕분에 풍성한 제물에 맛난 음식을 먹는 호강을 한다.
잘 먹고 남은 나물은 싸가지고 와 며칠 반찬 걱정을 덜었다.
올 한해도 안전 산행을 기원해 본다.
두루 감고사~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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