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환상의 멤버들과 주작-덕룡 가기 (4/11~12)

산무수리 2014. 4. 15. 21:58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유형진(1974~ )

식탁 위에 싹 자란 감자 하나. 옆에는 오래전 흘린 알 수 없는 국물 눈물처럼 말라 있다 멍든 무릎 같은 감자는 가장 얽은 눈에서부터 싹이 자란다 싹은 보라색 뿔이 되어 빈방에 상처를 낸다

어느 날 내 머릿속 얽은 눈이 저렇게 싹을 틔운다면?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보자기는 가위를 가위는 바위를 바위는 보자기를 이기지 못하지 숨바꼭질 술래를 정하면서도 아이들은 삶의 부조리를 배운다 무궁화꽃이 아무리 피어도 술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얼마나 오래된 것들을 저장해야 저렇게 동그래질까? 추억은 때로 독이 되어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 싹이 틀 때 감자는 얼마나 아플까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술래가 안 되려고, 애써 쫓기기나 하려고, 이날 입때껏 가위바위보 무진장 열심히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놀이, 이 시답잖은 놀이, 어쩌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이겼다 비겼다 졌다뿐인 이 놀이를 백세 장수 시대까지 가져가게 되었을까요. ‘삶’이라는 한 글자를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써 나가는 날이 있습니다. 제 몸에 싹이 틀 때의 감자처럼 아마 내 배꼽이 아픈 날일 겁니다. 톡 쏘는 눈물의 방, 그 안에 여전히 웅크린 자세를 펼 줄 모르는 겁 많고 철없는 내가 있어 우리 집 창가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매일같이 물을 부어줘야 하는 유리컵 위 감자들 나날이 느는 걸 테지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라잖아요. 광합성이 밥인 걸 까먹고 이불 속이나 파고들다 푸석해진 내 얼굴에 짜증이 나 오늘은 수다했네요.<김민정·시인>

 

산행일: 2014.4.11~12 (금요무박)

코스개관: 소석문-동봉-서봉-첨봉갈림길-작천소령-오소재 (5:00~14:20)

멤버: 한산 멤버+새신자 (안내산행 이용)

날씨: 적당히 흐려주어 그나마 덜 힘들었다

 

킬리만자로 다녀와 아직 해단식도 하지 않은 우리 팀.

뜬금없이 주작-덕룡을 가잔다. 무박, 당일, 차 가져가자 말이 많더니 금요 무박으로 낙찰.

안내산행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고 올해 새로 온 동업자도 함께 가자는 신샘.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해 11시 신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일이라 전철이 자주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와 하마트면 차 못 탈뻔 했다.

아무튼 일단 잤다.

휴게소 2번 쉬고 소석문에 5시 거의 다 되 내려준다. 힘 딸리는 사람은 작천소령에서 하산하라 하면서.....

 

 

 

 

 

 

 

 

 

준비하다 거의 후미가 되었다. 한 사람 어찌나 숨 거칠게 쉬는지 볼 수가 없다.

이 길은 꼭 1년 만에 다시 왔는데 그나마 새박이고 시원해 작년보다는 덜 힘들다.

오늘 밥은 홍샘이 싸 온다고 했고 반찬은 각자 한가지씩 가져오기로 했는데 산에서 쌈 먹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는 신샘.

황샘이 쌈 준비하기로 했고 과일은 신샘, 난 아침에 먹을 떡 준비하기로 했다.

헌데 헤드랜턴을 넘의편이 네팔에 들고갔다. 나랑 새신자 수민샘이 랜턴이 없어 신, 홍샘이 하나씩 더 가져오기로 했고 신샘은 수민샘 용 스틱까지 준비해 왔다.

 

진달래가 더러 지긴 했지만 아직은 어여쁘다.

멋진 암릉 사이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는 맛은 직접 와 봐야 안다.

수민샘 산행 경력은 거의 없는데 산도 잘타고 바위를 겁내하지 않고 잘도 쫓아온다. 등산 체질인가봐?

후미는 면한것 같은데 암릉이 많이 스틱을 쓰지 않고 가려니 무게 중심이 안 잡히고 자꾸 휘청거린다. 스틱에 이리 많이 의지했던가?

아침을 떡 대신 김밥을 10년 만에 쌌는데 정말이지 거의 다 옆구리가 터저 원래는 김밥이었던 정체 불명의 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ㅎㅎ

 

 

 

 

 

 

 

 

 

 

 

 

 

 

 

 

 

1시간 반 만에 동봉에 도착해 인증샷 하고 서봉으로 가는 길 날은 훤해져 좋은데 길이 밀린다.

서봉에 올라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신, 홍.

기다리다 못해 먼저 내려가니 우회길로 와 있다. 중간 막혀 질러가다 길을 잘못 들어 하마트면 새로 산 등산복 찢어 먹을뻔 했다고....

다시 만사 여기서부터는 스틱을 써도 될것 같아 스틱 쓰며 가니 김밥도 빠져 짐도 가벼워져 훨씬 낫다.

 

 

 

 

 

 

 

 

 

 

 

 

 

 

 

 

 

 

 

 

 

 

 

 

서봉에서 작천소령까지 가는 길도 우회길 아니고 능선을 타면 길이 제법 험하다.

앞 뒤에서 두 남자들이 스틱을 받아주고 해 그나마 낫긴 한데 나랑 신샘은 바위에 머리를 쎄게 부딪쳐 순간 종이 울렸다.

신샘은 겁나 무자를 뒤집어 쓰고 간다. ㅎㅎ

10시반 경 작천소령에 도착. 배낭 집도 줄일 겸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황샘표 오징어 무침까지 있어 다른 반찬은 거의 필요없다. 배부르게 잘 먹고 11시  넘어 출발.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오소재가지 오는 길이 온 길보다 더 길진 않지만 여기쯤 오면 기운이 빠져 줄 잡고 오르내리는 길이 다소 힘겹다.

더구나 오소재에서 출발해 반대로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길도 정체가 된다.

긴 산행을 거의 안 한 수민샘이 드디어 힘이 든것 같다. 입으로는 괜찮다는데 영 기색이 안좋다.

비상으로 가져간 파워겔을 먹으라고 하니 혼자는 안 먹으려고 해 여인 셋이 하나를 나누어 먹었다.

오늘 스틱 처음 쓴다는데 스틱도 아주 잘쓴다. 등산 신동?

바위길이 더 좋다는 수민샘보고 등산학교 입교하라는 신샘.

아무튼 3시 버스 출발이라고 해 중간 너무 놀아 다소 마음이 급했는데 30분 여 남겨놓고 무사히 두착.

얼굴 안 펴지던 수민샘 다 왔다고 하니 얼굴에 화색이 돈다.

월 1회 3000배를 해서인지 염려한것 보다는 아주 잘 걸었다.

 

주차장 내려와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약수물도 받았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배낭에 있는 간식 털어먹고 정안 휴게소에서 길게 쉰다고 해 잔치국수를 먹었는데 국수가 고무줄같이 맛이 너무 없다.

아침부터 속이 별로 안 좋았던 수민샘은 아직도 편치 않나보다. 그래도 오늘 긴 산행을 무사히 마쳐 우리도 좋은데 본인은 얼마나 좋았을까....

신사역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갈증이 해소 안되 치맥 한잔씩 하고 집으로~

 

-황샘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