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밤새 봄이 쳐들어오다 (영춘기맥, 관암동고개-어상천도로, 3/16)

산무수리 2014. 3. 17. 22:46


- 김선우(1970∼ )

나는 지금 애인의 왼쪽 엉덩이에 나 있는

푸른 점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 내가 당신이었을 때

이 푸른 반점은 내 왼쪽 가슴 밑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구과학 시간 칠판에 점 하나 쾅, 찍은 선생님이

이것이 우리 은하계다! 하시던 날

솟증이 솟아, 종일토록 꽃밭을 헤맨 기억이 납니다

한 세계를 품고 이곳까지 건너온 고단한 당신,

당신의 푸른 점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갑니다

푸른 점 속에 까마득한 시간을 날아

다시 하나의 푸른 별을 찾아낸

내 심장이 만년설 위에 얹힙니다

들어오세요 당신, 광대하고도 겨자씨 같은,

당신이 내 속으로 들어올 때 나, 시시로 사나워지는 것은

불 붙은 뼈가 물소리를 내며

자꾸만 몸 밖으로 흘러나오려 하는 것은

푸른 별 깎아지른 벼랑 끝에서

당신과 내가 풀씨 하나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이런 대사 숱하게 날렸을 겁니다. 또다시 사랑에 빠지다니, 내가 미친년이야 하다가 또다시 사랑이 깨지다니, 네가 미친놈이야 하는 거. 그런데 있죠, 볼따구니 한복판에 붙어 누구라도 떼어줄 팥알 같은 자줏빛 점 같은 거 말고요, 내 겨드랑이 안쪽에 붙어 깨진 깨알처럼 희끄무레하게 번진 점 같은 걸 콕 집어 그 생김으로부터 나의 기원부터 되짚어주는 사람은 몇이나 됐던가요. 아침부터 뭔 점 타령이냐고들 하시겠지만 내가 가진 장점, 단점 온갖 점들을 몰라봐주는 이가 사랑일 리는 없다 싶어서요. 그렇다고 돋보기 들이대는 사람, 귀지부터 파주고 볼 일이고요. <김민정·시인>

 

산행일: 2014.3.16 (일)

코스개관: 관암동고개-해고개-삼태산-누에머리봉-어상천도로 (9:20~18:30)

멤버: 당나귀 9명

날씨: 날이 팍 풀려 더위를 느끼다

 

 

 

 

 

 

 

 

 

 

 

 

 

 

 

 

 

 

 

 

 

 

 

 

 

 

 

 

 

 

 

 

 

 

 

3월 첫주 산행을 빠지고 3주 산행.

총무님이 신장 결석때문에 한번 돌을 깼는데 덜 깨져 아직도 통증이 있어 월욜 깨야 하 불참.

회장님은 태국 갔다 오늘 새벽 귀국 하셔 역시나 못 오셔 차에 타니 달랑 9명.

쓸쓸하다 못해 적막하다. 지난번 산행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는데....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오전은 배낭 없이 산행을 한다고...

 

거의 비무장으로 출발해 11:20 경 해고개 길거리에서 밥먹기.

오늘 점심이 부족한데 기사님 차 안에 버너 코펠이 있어 몇몇은 라면을 끓여 먹고 출발했는데도 12시도 안됐다.

오늘 오후 산행이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헌데 삼태산 가는길 정말이지 급경사에 군데군데 낙엽 속 얼음으로 죽을 맛이다.

겨우 겨우 정상에 올라가 능선 타는 길이 아니고 우측으로 꺾이는 길이라고 가는데 뒤에서 신천씨가 이 길이 아니라고...

다행히 후미에 섰고 많이 진행 하지 않아 백 해 누에머리봉에 올라서니 정말이지 기분 좋았다.

 

헌데 이곳에서 다시 백 조금 했다 왼쪽길로 하산해야 한다는데 이대장은 굳이 오른쪽 길로 내려간다고 우기고 혼자 내려갔다.

작가님이 먼저 길보러 백하시고 신천씨도 같이 백 해 길 찾았다고 오라고 해 이대장 버리고 8명이 왼쪽길로 내려서는데 내려서자마자 경림씨 넘어지고 이사장님이 바로 뒤 미끄러져 나무에 막히지 않았으면 하염없이 내려설뻔 했다.

헌데 이게 시작이었다. 작가님 경림씨 빼고 다들 낙엽 속 얼음이 미끄러지며 진흙밭은 거의 앉아서 기어 내려오다 시피 했다.

위에서 밀려 내려오니 앞에 밀려 내려가던 사람이 오지 말라 아우성 치고 가느다란 나무에 불안하게 몸을 의지하 내려오려니 웃기기도 하고 아무튼 마냥 웃었다.

한쪽 팔 팔걸이 하고 다니는 이대장 이 길 안 오길 천만 다행이다 했다.

어찌어찌 임도를 만나 무사히 내려왔다 했더니 이대장도 이 길로 내려오는데 혼자 내려오니 엄두가 안나 누가 올라와 도와줬으면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

그나마 의리있고 체력 되는 경림씨, 신천씨가 기다리고 우리는 임도따라 가다 앉아서 기다리는데 작가님이 쫓아 오셨다.

이 길 아니라고 밭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왜 불러도 대답도 없냐고...

못 들었는데? 안 들리는데?

 

밭을 가로질러 내려와 밭 위 야산으로 올라가야 하나본데 표지기가 하나도 없다. 먼저 올라가신 작가님이 올라오라 소리쳐 능선에 붙으니 보이는 표지기.

아래 동네 표지기는 없애 버린건지 안 보여 알바 하기 딱 좋다.

다시 임도를 만나니 후미 다 도착.

산불 감시요원이 있어 물어보니 왼쪽 길로 내려가면 된다고 한다. 조금 내려가다 다시 하우스를 끼고 올라가니 지도에 나오는 산불감시초소.

이곳에서도 40분을 더 가야 한다는 작가님.

그나마 길이 많이 험하지 않고 몇몇 봉우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다 이젠 정말 마지막 봉우리인가 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선두를 놓쳐 결국 후미 5명이 몽땅 알바를 한거다.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하니 우리가 아주 한참을 잘못 갔다.

어쩐기 표지기가 하나도 안 보여 조금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설마 했었다.

다시 되돌아 내려오려니 그야말로 진빠지고 힘 빠지고 당나귀에 정나미가 똑 떨어진다.

길 찾에 앱이 있는 신천씨 스마트폰이 배터리가 달랑달랑 해 우리가 선두 따라가는줄 알고 같이 쫓아와 벌어진 해프닝.

기계가 때로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것 같다.

결국 제일 연장자이신 작가님이 쫓아 올라와 길잃은 당나귀 5명을 무사히 길로 인도하셨다.

 

차 타고 어상천 마을에 왔지만 밥 먹을만한 식당이 없다.

할 수 없어 제천 시내 외곽에서 순대국집이 이 동네에서 나름 맛있다는 현지인의 말을 듣고 들어가니 집은 작지만 생각보다 맛은 좋았다.

하긴 11시에 점심 먹고 7시 넘어 먹는데 뭐는 맛이 없을까....

저녁 먹고 한숨 자고 9시경 무사히 안양 입성.

작가님이 찍으신 한장의 사진이 오늘 산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것 같다.

회장님, 총무님 빈자리가 정말이지 크나큰 하루였다.

4월 산행은 시산제를 지낸다고.....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