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더위가 쳐들어 온 날씨에 치악산 가기 (싸리치-성남관리소, 6/1)

산무수리 2014. 6. 2. 19:00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1952~ )


(전략)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애절한 연시입니다.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그 초조함이, 간절함이 손에 뚝뚝 떨어집니다. 모든 사물이 다 ‘너’인 것 같은데 끝내 가슴을 에게 하는 ‘너’는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도 갑니다. ‘너’는 먼 데서 오랜 세월을 다하여 천천히 오고 있으므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너’에게로 갑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너’를 빨리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능동태로 구현되므로 그 적극성을 보면 빨리 ‘너’에게 닿을 것 같습니다. 이 시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1980년대의 무질서와 혼돈이 묶어놓은 민주주의입니다. 오지 않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토록 애타게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강현덕·시조시인>

 

산행일: 2014.6.1 (일) 9:10~19:00

코스개관: 싸리치-응봉산3거리-선바위봉-남대봉-상원사-성남관리소

멤버: 당나귀11+게스트13

날씨: 무더운 날씨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던 날

 

산행 며칠 전 총무님 문자, 이번 산행은 멤버 봐서 큰 버스를 운행할지 결정한다고 신청하란다.

그 후 대형 버스 부른다고 주변에 많이 알리라는데 다들 콧방귀만 낀다.

내가 인간관계가 잘못 된건가? 그렇다고 아무나 권할 수도 없는데?

아침 총무님 차 타고 농수산시장으로 이동.

의왕파가 육교를 건너오는데 넷이다. 누구지?

새신자 2분인데 알고보니 건산회 멤버. 정임씨는 조금 늦게 무단 횡단.

동영상 찍어 고발한다고 해 만원으로 합의.

오랫만에 큰 버스타니 신기하다.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몇분 더 타고 출발.

치악 휴게소 쉬고 9:10 싸리치 도착. 인증샷 하고 출발.

 

 

 

 

 

 

 

 

 

 

 

 

 

 

 

 

 

 

사람은 모두 24명인데 우리편이 반도 안된단다... ㅠㅠ

본격적으로 등산로 진입 전 산딸기가 지천인데 아직 덜 익었다.

오늘 달려야 하니조만 있고 후미조가 전원 결석. 그럼 난 누구랑 가라고?

회장님 오늘 건산회 멤버들에게 날 킬리만자로 다녀온 사람이라고 궁금한거 물어보라 소개하신다.

허걱, 걔길 수도 없네...

 

6월이 되길 기다렸다는듯 날이 장난이 아니게 덥다.

숲이 우거지고 바람도 불지않고 조망이 전혀 트이지 않아 많이 답답한 느낌.

어쩔 수 없이 선두 바로 뒤를 쫓아가게 되었다. 그 뒤를 건산회 멤버들이 바짝 뒤쫓아 오신다.

응봉산 3거리에 도착. 이곳에서 길이 좌측으로 꺾이니 총무님이 길 안내를 해 주는데 선두는 벌써 내 달렸고 두번째 그룹으로 출발하는데 조금 내려가 우측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길이 길은 희미한데 표지기가 주렁주렁 달렸다.

우리도 선두가 하마트면 직진할뻔 했는데 무사히 우측으로 내려서는데 길이 경사가 조금 급하고 군데군데 좋지 않다.

불안해 하며 선두에서 가는데 왼쪽 멀리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싶어 총무님에게 전화하니 우리 길이 맞는다고 한다. 다행히 표지기가 계속 보인다.

 

나중에 선두는 물론 후미들도 거의 대부분 알바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선두가 되어 기다리라고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은 어언 12시가 다 되간다.

우리 바로 뒤에서 알바 하지 않고 강사장님이 내려오셔서 점심 먹을 자리를 봐 놓고도 아주 한참만에 알바조 도착.

응봉산 찍으러 간 작가님이 뒤늦게 도착. 이대장은 바로 뒤에 온다는데 도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밥 먹는데 자연스럽게 출신성분 끼리 모여 식사를 한다.

어울림 팀은 부티나게 게장까지 싸 가지고 오고 다들 상추는 필수 아이템.

배부르게 먹고 후식까지 먹고 출발 하려는데 우리 자리 바로 옆에 살모사가 있다고 한바탕 쑈 하고 출발 할 때까지 이대장 도착 안했다.

 

 

 

 

 

 

 

 

 

 

 

 

 

 

 

 

 

 

 

 

 

 

 

 

 

 

 

 

 

 

식사 후 선바위봉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났다.

날은 점점 더워져가고 목은 말라간다. 물이 부족할까 염려가 된다.

우선은 당나귀에서만 먹을 수 있는 더덕 슬러쉬가 마침하게 녹아 먹고 힘내기.

너무 더워 바람만 불어주면 짬짬히 쉬면서 가는데 건산회 큰오빠는 우리 큰오빠와 한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단다. 역시나 이분도 저주받은 동안과.

백두대간 완주는 물론 최근까지 마라톤 하프를 뛰셨다고....

함께 오신 분은 마눌님이 아니라 총무님이라는데 이분도 조용하게 산행 아주 잘하신다.

특히나 산행 할 때는 훨씬 young해 보이는 캐릭터.

 

하니3총사에 강사장님, 총무님까지 합세 해 노래하고 춤까지 추면서 난리가 났다.

선두의 후미인 난 힘들어 죽겠는데도 한편은 웃기고 한편은 재미나다.

이곳에서도 하나트면 또 한번 알바 할 뻔.

우리가 가지 않고 지키고 있어 뒤에 오는 사람들 알바 원천봉쇄.

잠깐식 바람 부는 곳에서 쉬어주고 웃고 떠들고 간 덕분인지 남대봉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

우와~ 너무 좋다.

지난번 산행에서 남대봉을 왔었고 여기서 영원사로 해서 하산했다고....

오늘은 상원사 거쳐 성남으로 하산한다고.

후미가 언제 올지 몰라 기다리니 건산회 선두 멤버 도착해 낭만도 모르는 당나귀라고 산을 왜 그렇게 다니냐고 한탄이시다.

오늘 코스 8시간이라고 했는데 결론은 10시간이나 걸렸다.

하냥 기다리니 땀이 식어 춥기까지 하다.

건산회 큰오빠가 상원사 가 기와불사 하자 하신다. 이 말에 힘입어 출발.

 

 

 

 

 

 

 

 

 

 

 

 

 

 

 

 

 

남대봉에서 치악산 비로봉까지는 거의 10K. 짧지 않은 거리다.

남대봉에서 상원사까지는 1k가 채 안되는데 그렇다고 아주 가깝진 않았다.

물 떨어진 백성들은 상원사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는 총무님.

상원사는 불사중이라 다소 어수선하긴 했지만 절터 조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바람도 시원하고 법당 쪽은 거의 손대지 않은 모습이 보기에 좋다.

법당, 석탑, 전설이 깃든 범좀, 그리고 적당한 위치의 의자는 참으로 좋았다.

물도 마시고 법당에 들어가 절도 하고 기와불사도 하고 출발.

 

 

 

 

 

 

 

 

 

 

 

 

상원사에서 성남관리소까지도 결코 가깝지 않은 경치.

이곳에서 상원사까지 다니는 보살님들은 정말이지 불심이 아니면 가기 힘들것 같다.

가물었는데도 조금 내려오니 물이 제법 많고 군데군데 경치를 보니 가을에 보면 정말이지 멋질것 같다.

마음도 바쁘도 갈길도 멀어 거의 쉬지 않고 내려오니 2k 남짓 남은 곳은 승용차는 올라올 수 있는 포장도로.

우리도 스틱 접고 발을 무겁지만 마음은 다소 가벼워져 행복한 기분으로 하산하다 잘 익은 오디도 좀 따 먹고 내려오니 팬션이 군데군데 보인다.

거의 다 내려온것 같아 이곳에서 발 씻고 조금 더 내려오니 드디어 우리 차가 보인다.

화장실에서 세수까지 하고 차에서 옷 갈아입으니 기사님이 슬리퍼까지 빌려 주신다.

오늘 산행에서 단 2사람 만났고 버스정류장에 젊은이 2사람을 만났다. 구룡사에서부터 종주하고 내려오는데 10시간 걸렸다고 힘들다고...

8시 차 타고 나가 구룡사에서 차 픽업해 간다고....

30분 지나 거의 다 내려왔고 후미 4명이 못 내려와 동네 차 수배해 승용차 올라가는 곳에 가 픽업 해 거의 8시 다 되 식당 도착.

 

 

 

 

 

 

식당은 곤드레 나물밥으로는 최강 맛집이라는 총무님 소개.

밥을 넉넉하게 해 달라고 했더니 밥이 대, 중, 소로 세 솥이나 나온다.

다들 허기가 진지라 그야말로 10분이 채 되기 전 밥을 먹어 치운것 같다.

밥 먹고 피난 떠나는 사람 같다 웃었다.

시골이라 시원한 맥주가 없고 컵도 다 깨져 없다고 한다.

급히 전화 해 밥 다 먹고 난 다음 맥주 도착.

장학생들은 그래도 마다하지 않고 술을 마시나보다.

 

당나귀의 당나만 봐도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건산회 큰오빠는 말로만인지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으신다.

아무래도 당나귀 체질이신데 본인만 모르시는것 같다 웃었다.

몇번 더 나오시면 체질을 확실히 알 수 있을거라 했는데......

몇분은 힘들게 산행했지만 대부분은 당나귀에 오셔서 바로 선두에 서도 될것 같은 분들이다.

이 큰오빠와 총무님을 밥을 반공기만 드신다. 우리에게 술을 권하는데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하니 미련하다 놀린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비결인것 같다. 배울게 참으로 많다.

1시간이 채 안걸려 먹고 마시고를 끝냈다.

버스를 타고 오다보니 우리 기사님 빛의 속도로 내 달려 순식간에 만남의 광장 도착.

역순으로 내리고 잠깐 옛날 취침 모드로 자다 보니 내리라고 깨운다.

11시가 채 안된 시간 안양 입성.

다음 산행지는 감악산이라고. 이곳 역시 숙원사업 중 하나인데 기대된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