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 최규영 보건교사(왼쪽)와 서울 한세사이버보안고 정연희 보건교사. [김형수 기자]
“성교육 시간에 아이들은 ‘배울 게 뭐가 있느냐?’ ‘다 안다’고 해요.”(정연희 보건교사)
“포르노 얘기가 나오면 ‘포르노가 가짜인 걸 구분 못하는 바보가 어딨느냐고, 자기는 구분한다’고 하지요.”(최규영 보건교사)
아이들 말이 옳았다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최근 『십대를 위한 사랑학개론』(꿈결)을 펴낸 정연희(55) 서울 한세사이버보안고 교사와 최규영(50) 서울과학고 교사 얘기다. 일선 학교에서 20~30여 년 간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두 사람은 모두 성교육에 관심이 많아 10여 년 넘게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에서 성교육교사회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책에는 요즘 10대들의 성(性)과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이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은 ‘사랑이 빠진 성(性)’을 가장 우려했다.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을 주로 포르노나 야동을 통해 충족한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바로바로 공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하는 걸 배우고 싶은데 포르노밖에 없다는 거예요. 여자 아이들도 조금씩 보더라고요.”(최)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다. “항상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여자는 저항하다가 ‘안돼요, 돼요, 돼요’로 끝나거든요.”(최) “포르노에서 ‘관계’는 나오지 않고 행위만 나와요. 그러면 이성교제시 바로 행위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정)
두 사람은 책에 부록으로 실린 통계조사를 인용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내 남녀 중·고생 1056명에게 ‘성관계 가능 시기’를 물어봤다. 남학생은 ‘20세 이전에 가능하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았다. 여학생은 84%가 ‘결혼 이후’라고 답했다. 정 교사는 “보통 남학생이 연애를 이끄는 만큼 원치 않는 성관계나 데이트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데이트 비용은 꼭 반반씩 내라고 여학생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임신이나 낙태 역시 이들에겐 더 이상 드라마 속 일이 아니다. 보건실에 임신테스트기를 구비해 놓는 학교도 늘고 있다. 대부분 부모에게 말을 못해 끙끙 앓다 만삭이 다 돼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연애에 관해선 부모의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이성교제를 해나갈 수 있도록 부모가 인정을 해 달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존중하면서 평소에 작은 신뢰를 쌓아둬야 최악의 사태가 닥쳤을 때 부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최 교사가 설명했다. 그렇다고 연애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 교사는 “사방에 적이 생기면 둘이 아주 밀접해져요. 그게 애들 심리”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국·영·수’만큼 선행학습이 필요한 게 ‘성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최 교사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하루에도 좋았다가 싫었다 하는 감정이 몇 번씩 바뀌는” 단계다. 누군가를 좋아하다가 싸워도 보고 화해를 하면서 성숙해지는 게 성교육이자 곧 ‘인성교육’이라는 게 두 사람의 결론이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아끼는 후배의 책 출판 소식과 일간지 기사 개재.
저자와 절친. 영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