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계곡산행의 종결판 (횡성 봉복산, 8/3)

산무수리 2014. 8. 5. 00:47

얼음의 속성
- 김영재(1948~ )

통째 언 저수지가 쩡하고 갈라졌다
숨통이 틔었는지 다음 날 나가 보았다
금이 간 날카로운 틈새 더욱 굳게 붙어 있었다

깊은 산 개울이 얼어 마실 물이 없었다
송송송 달래면서 구멍을 몇 개 냈다
얼음도 숨을 쉬는지 맑은 물을 내주었다

시인이 방금 펴낸 신작 시조집 『화답』(책만드는집)을 열어보니 꽝꽝 언 얼음도 이렇게 화답(和答)하고 있다. 뾰족하지 않은 뭉툭하게 닳은 연필심 같은 마음과 꼭 그러한 시조의 정형과 운율이 만물이 조응(照應)하는 그림을 담아내고 있다.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앞두고 언 강 갈라지는 소리 쩡, 쩡 들린다. 그러나 봄은 아직 먼가. 갈라진 틈새 몇 번 더 얼어붙고 풀리기 반복돼야 봄은 올 것인가. 언 계곡물 숭숭 뚫어 마시는 것도 겨울 산행의 일미. 우수 무렵 겨울이 두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보여주며, 또 긴장되게 대비시키며 삶의 깨달음, 만물조응의 이치를 자연스레 들려주는 시적 기량이라니. 시조집 뒤 표지에 실린 “시조가 낡은 형태의 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의 시를 읽고 나면 자기 생각을 고집할 수가 없을 것”이란 신경림 시인 평대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 지킬 것은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현대시조 세계인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4.8.3 (일)

코스개관: 신대리-덕고산갈림길-봉복산-신대분교 (5시간)

멤버: 당나귀 12명

날씨: 남쪽나라는 물 폭탄이라는데 산싱령 빽으로 비 맞지 않고 바람 잘 불고 구름이 적당이 끼어주었던 날. 산행 끝난줄 어찌 알고 그때부터 비가 내리다

 

비오는데 산에 간다는 아우성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나왔는데 총무님 차가 오질 않는다. 문자를 보니 40분이었는데 30분 부터 기다렸다.

총무님 차를 버스 정류장에 댄다. 아니 왜? 집에 우환이 있어 산에 못 가신다고....

헐, 총무가 뭐길래 산에 못가면서 데려다줘, 지도 준비해....

버스를 타니 기사님이 총무님 안오신다니 많이 불안해 한다. 우리도 그렇긴 하다.

오랫만에 박연씨와 경미씨가 왔는데 더 말랐다.

버스 타기도 전에 졸린지라 차 타고 열심히 자고 횡성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산행 기점을 가는데 거의 산 초입까지 들어서는것 같다. 정상까지 2.3K? 아싸....

 

 

 

 

 

 

 

 

 

 

 

 

 

 

 

 

 

 

 

 

시누대 팬션 바로 옆 등산로 표시. 시누대는 조릿대라고도 하는 산죽. 이쪽이 조리가 유명했던 동네 중 하나라는 작가님 말씀.

정말이지 모르는것 빼고 다 아신다. 심지어 연예계 소식까지....

인증샷 하고 출발하는데 칡넝쿨이 어찌나 우거졌는지 길을 찾기 어렵다. 총무님 없어서?

이 길이 아니라고 도로 백해 왼쪽 길로 가니 바로 계곡을 건넌다. 이곳에서도 계곡쪽으로 가는 길과 우측 능선길로 가는데 회장님 망설임 없으 우측 능선으로 붙는다.

역시나 산죽이 많은데 다행히 키는 크지 않아 산행에 방해는 되지 않는다.

산세는 크게 험해 보이지 않고 곧 정상이 나올것 처럼 생겼다. 헌데 가도가도 끝이 없고 선두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직진이다.

갈수록 경사도 급해지고 산은 원시림 분위기가 나는데 하늘이 곧 보일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는다.

선두가 전혀 안 보이더니 하니 3총사 소리가 들려 내심 정상인줄 알고 좋아했는데 아니었다. 에이...

다행이 일단 능선에 섰는데 정상이 아니라 덕고산과 운무산 갈림길로 이 길은 한강기맥으로 우리가 걸었던 길이라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단 인증샷 하고 후미를 기다리는데 선두는 또 마음이 급해 먼저 출발해 버린다. 기다리다 나 역시 걸음이 느린지라 선두 따라 출발.

 

 

 

 

 

 

 

 

 

 

 

 

 

멀리 운해가 보이는데 나무때문에 시계를 가리는게 아쉽다. 우측 멋진 산이 어딘가 하니 운무산이란다.

급경사 내려막 내려가고 작은 암릉이 나와 이 암릉을 좌회애 넘어가서도 아주 한참만에 봉복산 갈림길이 나온다.

중간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이 갈림길에 앉아 점심을 펼치려니 회장님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우린 재빨리 배낭을 풀렀다. ㅎㅎ

협소한 대로 밥을 먹고 있는데 한팀이 지나간다. 이 팀 역시 봉복산으로 간다고.....

 

 

 

 

 

 

 

 

 

 

 

 

 

다행히 많이 가지않아 봉복산 정상이 나온다. 우리 말고도 2팀 정도가 있다.

사진 찍고 서로 출신성분 물어보고 출발하는데 올라온 길보다 길이 훨씬 예쁘고 그윽하다.

한참 내려가니 드디어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물의 양이 많지는 않은데 맑고 시원하고 깨끗하긴 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넓지는 않지만 제법 깊이도 깊은 곳을 찾아 큰오빠는 등목을 하고 있고 하니 3총사는 옷 입은채 물에 들어가 시원하고 좋단다.ㅎㅎ

난 아쉬운대로 발을 닦는데 정말이지 아주 시원하고 기분 좋은 물이다.

조금 놀다 내려오는데 얼마 내려오지 않아 평지성 길이 나오고 이 계곡은 수량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아쉬운대로 물놀이 할 수 있게 계곡이 넓어져 간다.

 

 

 

 

 

 

 

 

큰 계곡과 만나는 곳에 내려오니 알프스 팬션이 나오고 여기서 우리가 올라갔던 길과의 갈림길이 나온다.

전화로 우리 차 불러 타고 길가 계곡에 잠시 내려가 기사님이 준비해 오신 커다란 수박 해체하기.

계곡에서는 한 가족이 고기를 끊임없이 구워먹고 있다. 그 와중에 신천씨는 반바지 입고 좋다고 수영한다. ㅎㅎ

 

 

 

 

 

 

강원도에 왔으니 옥시기를 먹어봐야 한다고 옥수수 쪄 파는 곳에 잠시 내려 옥수수를 사다 나누어 주는 회장님과 총무님.

너무 비싸다고 알뜰한 총무님은 불만이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산행 끝난줄 어찌 알고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빗발이 굵어진다. 차는 많이 막힌다고 신호가 들어오는데 덜 막히는길 안내해줄 총무님도 없는지라 그냥 고속도로로 가기.

수박은 먹여놓고 휴게소 다 통과하고 덕평에 가서야 세워준다. 빗발은 전혀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도 오는지라 따뜻한 국물 메뉴를 찾다 백운호수의 '남현골 만두전골'로 낙착.

배부르게 밥 먹고 친절한 기사님이 마을버스 수준으로 문전택배 해 주셔서 우산 없는데도 비 거의 안맞고 무사히 귀가.

다음 산행부터는 주왕지맥을 한다는데 산행 거리를 얼마나 잡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걱정.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