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당나귀 계곡찾아 갔건만.... (홍천 백우산, 7/20)

산무수리 2014. 7. 22. 00:09

샘터
- 박용래(1925~80)

샘바닥에

걸린 하현(下弦)

얼음을 뜨네

살얼음 속에

동동 비치는 두부며

콩나물

삼십원어치 아침

동전 몇 닢의 출범(出帆)

-지느러미의 무게

구숫한 하루

아깃한 하루

쪽박으로

뜨네.

대박타령만 할 게 아니라 쪽박도 둘러볼 일이다. 일확천금의 소원 아닌 헛된 망상보다 우리네 가난한 일상 먼저 소중히 여기고 일굴 일이다. 가난한 시인이 이 시를 발표한 연도가 1973년이니 그때 30원이면 지금은 3000원이나 될까. 그쯤 어치 두부며 콩나물인데도 일가족 아침밥상 거리가 상큼하다. 아침 샘물에 뜬 창백한 하현달을 ‘쪽박’으로 보며 가난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가난은 전혀 구차스럽지 않다. 두부처럼 구수하고 콩나물처럼 아깃하다. 가난하기에 맑고 산뜻한 그 ‘지느러미의 무게’. 쪽박 같은 삶에도 무게를 두고 의미를 찾는 성숙한 삶과 사회였으면 한다.<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4.7.20 (일)

코스개관: 가족고개-전망대-백우산-매봉-너래소-용소계곡 (9:10~14:30)

멤버: 당나귀 14명

날씨: 땀나고 덥고 끈끈하고....

 

지난번 혹서기 산행의 흥정계곡.

계곡은 깨끗했지만 짧아 아쉬웠었다.

오늘은 이름도 용소계곡, 뭔가 기대를 갖게 하는 계곡일것 같다.

오늘 거의 1년 만에 부회장님이 오셨고 몇달 안 보이던 울오빠인 이사장님이 살이 쭉 빠져서 오셨다.

그동안 머리를 다쳐 입원했었다고... 볼살이 너무 빠져 누군가 몰라볼 지경이다.

연숙이도 오랫만에 왔건만 안샘 패밀리가 싹 빠지는 바람에 오늘도 숫자는 14.

맨 앞자리 앉아 안전벨트 매고 일단 잤다.

휴게소 한번 쉬는데 사람이 장난이 아니다. 휴가철 맞는것 같다.

산행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큰오빠 간식이 오늘은 차 안에서 나누어 준다. 헐~

모처럼 총무님표 더덕 슬러쉬도 한병씩. 아싸~

 

 

 

 

 

 

 

 

 

 

 

 

 

 

 

 

 

 

 

 

 

 

그동안 우리들끼리 하던 산행에서 오늘은 이곳 등산객이 많다. 뭔가 유명하긴 한가보다.

올라가는데 할머니 필 나는 언니께서 보는 눈은 있어서 영한 신천씨와 총무님과 계속 작업성 멘트가 오고간다.

체격이 산행 잘하게 생기진 않았는데 의외로 잘 올려친다. 기죽는다.

모처럼 나온 부회장님 힘들어 죽을 지경인것 같다. 어지럽다고 한다. 걱정말고 먼저 올라가라는데 그럼 안될것 같다.

힘겹게 첫번째 오르막을 올라가 쉬는데 사람도 많도 날도 덥고 바람은 안불고.....

정상까지 거리가 멀지 않다는데 한고비 올라가면 또 나오고 한고비 올라가면 또 나오고....

전망대 지나고 조금 가니 드디어 정상. 정상에도 역시 사람이 바글거려 번호표 뽑아야 할 지경이다.

일찍 올라온 사람들은 찍고 내려갔고 후미백성도 인증샷 하고 내려가기..

 

 

 

 

 

 

 

 

 

 

 

내려가면 되는줄 알았는데 바로 내려가지말고 매봉 들렸다 가자고 한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가보자.

부회장님, 연숙씨 안 올라간다고 하는데 올라가 능선을 만나면 그곳에서 하산한다고 하니 마지못해 올라오시나보다.

큰오빠가 부회장님 챙겨 함께 올라간다고 걱정말고 올라가라신다.

매봉은 생각보다 멀지는 않은데 조망은 전혀 없다. 그래도 이쪽에서 바라본 백우산 정상은 머리 가운데만 자른 양쪽 옆머리만 숱이 있는 형상으로 겨울에 눈이 내리면 백우(白羽)가 정말 될것 같다.

겨울에 오면 장관일거라 하니 올라갈때 미끄러워 거의 죽음이란다. 그냥 바라보는 정상이 더 예쁘다고....ㅎㅎ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의 미끄러운 길로 정말이지 내리막인데도 식은땀 날 지경.

버벅대면서 내려가는데 계곡이 나올 생각을 안한다. 이길 맞나 싶다.

아주 한참만에 계곡이 보이는데 물이 없다. 뭐야 물 다 마른건가?

조금 더 내려가니 큰 계곡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길고 넓다. 선두가 내려가 점심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물이 깨끗하지 않아 손도 씻고 싶지 않을 정도.

더워 밥맛도 별로 없다. 모처럼 온 연숙씨는 반찬을 어찌나 많이 싸왔는지-돼지껍데기에 홍어회까지...- 먹어도 끝이 없다.

안주도 좋은데 오늘따라 술도 없다. 주립대 장학생 이대장은 아침을 급하게 먹고 체했다고 밥도 안 먹는다.

 

 

 

 

 

 

 

 

 

 

 

 

 

 

 

 

 

밥 먹은곳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계곡이 암반도 있고 물도 많고 깊은 곳도 있다. 이곳이 큰 너래소에 용소라고...

자리 좋은곳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텐트도 치고 잠도 자고 하는데 역시나 이곳 물도 뿌옇다. 물이 한번 뒤집어진것 같다. 아무튼 들어가고 싶진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 저곳 계곡이라고 물이 들어가 놀기도 하고 발이라도 담그나보다.

한참 내려와 우리도 잠깐 몇몇만 발을 담그는데 이렇게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계곡도 없지 싶다.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계곡 하류에 가니 일찍 온 사람들이 옷 입은채 물에 들어가 누워 몸을 담근다.

헌데 몸이 더 더러워질것 같다. 계곡을 건너야해 신발을 벗고 건너는데 미끈거려 넘어질것 같다. 총무님이 잡아주어 겨우 건넜다.

 

 

 

 

오늘도 우리 천사표 기사님이 크나큰 수박을 아이스박스에 담아왔다.

그뿐이 아니라 냉커피에 얼음물까지 가득.

그 덕에 회장님 수박쑈도 보고 맛좋은 수박도 먹을 수 있었다. 이러면 버릇 나빠지는데....

시간이 이른지라 안양 동편식당으로 고고씽 한다고....

 

 

 

 

 

 

 

차가 많이 막힌다는 정보에 T-map 안내하는 대로 비몽사몽 하는데 동으로 가자 서로 가자 난리다.

기사님, 한분만 안내해 달란다. ㅎㅎ

아무튼 이덕 저덕에 별로 안 막히고 무사히 도착.

더운데 불때며 고기 먹으니 정말이지 더웠다. 그래도 배가 고픈지 밥과 고기가 잘도 들어간다. ㅎㅎ

오늘 큰오빠가 저녁을 쏘셨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우 먹을껄 하고 총무님이 웃긴다.

동편식당에서 갈비탕, 김치찌개에 한우모듬까지 장 본 난 뿌듯하기만 하다.

총무님이 문전택배 해 주셔서 편안하게 집으로~

한 여름 혹서기 산행 하길 정말 잘한것 같다. 강원도 계곡인데도 정말 더웠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