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5산행

진짜 여름이? (도솔지맥, 추곡터널-사명산-웅진리, 6/7)

산무수리 2015. 6. 8. 22:58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 이규리(1955~ )


새벽 서너 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거두면 그저 소음인 것을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어느 것이 네 것인지 종내 알 수도 없게 엉켜서

허공은 또 그렇게 무수히 덥다


여름 새벽 서너 시까지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매미에게서 ‘과유불급’과 ‘집착’을 느끼며 진절머리를 치는데, 시인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고
백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게 사람의 성정이다. 그게 이기적인 것이라면, 나와 당신은 다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우
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사랑한다는 말은 곧 내 안의 사람이 아프다는 뜻이다. 당신이라는 매미가 내 안에서 그치지 않
고 우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사랑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 <장석주·시인>

 

산행일: 2015.6.7 (일)

코스개관: 추곡터널-죽엽산-운수길임도-문바위봉-사명산-웅진리 (9:10~18;10)

날씨: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던 초여름

멤버: 당나귀 10명

 

 

 

 

 

 

 

 

 

 

 

 

 

 

 

 

 

 

 

 

 

 

 

총무팀 차를 탔는데 홀로다. 경림씨 또 결석인거야?

농수산 시장에서 버스를 타니 헐렁하다. 오늘도 겨우 10.

허전한 마음으로 자다 휴게소에 오니 군인 아들들이 훈련중인지 휴게소에 바글거리고 주차장에는 아침부터 술취한 취객이 돗자리까지 깔고 앉아 우동을 사다 술과 함께 먹고 있는데 참 민망하다.

이게 강원도의 힘이라고 웃기는 총무님.

 

오늘 B조는 오전엔 쉬고 오후엔 함께 산행 하는거란다.

무슨 산행이 그래?

3주 전 냉장고에서 물건이 떨어져 새끼발가락을 다친 현숙씨가 B조를 뛰기로 맘먹었는데 B조들이 일단 오전 산행을 하고 오후 산행을 쉬기로 한것 같다.

헌데 오전보다 오후가 훨씬 긴것 같다.

점심을 차를 만나 먹는다고 해 도시락과 얼음물 1L를 빼 놓으니 그나마 짐이 가볍다.

 

오늘 작가님 조끼 지퍼가 고장 나 조끼를 벗고 오는 바람이 디카를 놓고 오셨다고....

그 빈자리를 새신자가 카메라를 들고 와 대신 찍는다.

추곡터널에 차 대고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가니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니 역시나 급경사. 이곳에서 돌이 떨어져 하마트면 다칠 뻔 했다.

그나마 올라서니 간간히 조망이 보이고 바람 부는 곳에서 짬짬히 쉬며 올라가는데 오늘도 후미백성이 없어 나는 또 죽을힘을 다 해야하나보다....

작가님 아쉬운대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사진, 동영상을 찍으신다. 그 심정 이해가 된다. 웬지 안 찍으면 뭔가 놓친것 같고 허전하다.

 

회고령 이정표 지나고 한참만에 정상이 나와 죽엽산인가 했는데 서봉이란다.

조금 더 진행하니 죽엽산 정상인데 정상석이 참 소박해 들고 찍었다.

 

 

 

 

 

 

 

 

 

 

 

 

 

 

 

 

 

죽엽산에서 조금 되돌아오다 왼쪽으로 각도를 틀어 내려가는 길도 먼저 펄펄나고 급경사다.

이곳만 내려가면 점심 먹을 자리인줄 알았다.

안부에 가니 선두가 기다리는줄 알았는데 산딸기 따 먹는 중. 헌데 아직 덜 익은것 같다.

여기서 밥 먹으면 딱 좋을것 같다고 웃으며 배달 시키자 했는데 막상 점심 먹을 장소는 내리막이 아니라 큰 오르막을 서너번 넘어야 했다.

죽엽산 정상보다 더 힘든것 같다.

12시 경 겨우 차 세워둔 도원정 앞에서 점심을 먹고 강사장님이 밤새 시원하게 해 놓은 수박 쪼개먹기.

회장님이 명수대로 딱 나누질 못해 신통력이 줄어든것 같다 놀렸다. 아무튼 밥에 시원한 수박까지 먹고나니 배가 부르다.

여기서 강사장, 현숙씨와 후미대장 신천씨가 남고 7명만 사명산을 향해 출발. B조는 추곡약수 먹고 반대편에서 올라온다고......

 

 

 

 

 

 

 

 

 

 

 

 

 

 

 

 

역시나 오후 출발점도 급경사. 그래도 사명산이어서인지 산길은 조금은 정돈이 된 느낌인데 아무튼 오후 산길이 긴지라 물, 간식 챙겨서 가는 길.

바람 불면 잠시 쉬는데 작가님은 어느새 선두에서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지난 목욜 대장내시경을 하고 용종 몇개 떼어낸 총무님. 그래서인지 오늘 힘들어 보이고 속도 헛헛하다며 초코렛을 먹는다.

웬만한 사람같으면 산에 오지도 못했을텐데 오늘도 더덕슬러쉬를 듬뿍 안겨주고 사람이 적게 나와 몇몇은 2개씩 받았다.

사람 적게 나와 2배 받았다고 좋아하는 회장님. 회원 배가 운동을 해도 시원찮은데 회장님 맞는겨?

 

추곡약수 갈림길도 지나고 정상은 멀기만 하다.

멀리 누군가 소리치는데 가보니 문바위봉에서 작가님이 우리가 하도 안오니 소리치신것.

문바위봉은 두개의 바위가 문처럼 생겼다는데 중간에 나무다리가 있는데 부셔질것 같다.

아무튼 땡볕이긴 한데 조망이 끝내주고 탑까지 하나 세워져있다.

이곳에서 한참 쉬고 간식먹고 놀다 출발. 사명산은 눈 앞에 보이는데 길게 돌아가야 해 아직 멀었다고......

 

 

 

 

 

 

 

 

 

 

 

 

 

 

 

 

 

 

 

 

 

지도와 이정표가 잘 맞지 않는데 아무튼 2K 남은 지점을 지나 B조 대장도 반대편에서 올라오는데 그쪽도 2K 정도 남았다고....

B조가 먼저 오는거 아니냐고 내기하자 웃기며 올라가는데 시간이 지나니 허리도 아프도 힘이 든다.

그나마 어여쁜 꽃을 보면 총무님이 이름을 알려주고 구별법도 알려줘 덜 힘든다. 용량이 딸려 기억이 안나는게 문제라면 문제?

아무튼 겨우겨우 정상 거의 다 간것 같은데 반대편에서 신천씨 목소리가 들린다.

진짜 B조 한테 졌나보다. ㅎㅎㅎ

작가님 정상에서 20분 넘게 기다렸다며 뭐하고 놀다 왔냐 하신다. 뭐 크게 논것도 없고 바람 불면 잠시 쉬었을 뿐인데....

체리, 오이, 빵 등으로 간식 털어먹고 내려가려는데 강사장과 현숙씨 까지 올라오셨다.

뭐야, 무늬만 B조 잖아? 현숙씨는 조금 올라오다 하산하려 했는데 강사장님이 바로 저 위라고 해 여기까지 왔다고.....

다 같이 정상 사진을 찍고 파로호 조망을 하니 기분은 좋았다.

올라오는데 2시간 반 걸렸다고하고 우리는 3시간 반 걸렸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내리막이 훨씬 많아서인지 B조가 선두에서 빛의 속도로 내려간다.

어쩔 수 없이 후미백성도 빨리 내려갈 수 밖에....

중간에 한번만 쉬고 끝까지 내 달렸고 임도를 만났고 임도를 지나 내려오는 길도 내 기억보다 훨씬 길었다.

그나마 이곳은 계곡에 물이 조금 남아있어 아쉬운대로 세수하고 발만 닦고 내려왔다.

오늘 9시간 긴 산행을 무사히 마쳐 어찌나 기쁜지.....

 

 

 

 

 


저녁은 막국수를 먹기로 했다.

샘밭 막국수 집에 가 막국수와 수육을 시켰는데 막국수 천천히 줘도 되니 양 많게 달라고 하니 진찌 사리를 하나씩 더 얹어서 준다.

그 막국수를 회장님은 2인분을 드셨다. 정말이지 오늘 산행 완전 허탕이라면서 웃었다.

배터지게 막국수 먹고 메밀 끓인 물도 마시고 식당 바깥 현지인이 키웠다는 오이, 브르컬리, 땅콩도 사고 8시 출발.

중간에 조금 막히긴 했지만 10시 서울 입성.

이젠 진짜 여름 산행이라 힘들다는데 다들 동의 하면서도 정상에서 본 경치를 잊을 수 없다고 해 우린 어쩔 수 없이 다음 산행을 기다리는 선택적 치매라 웃었다.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