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이라는 말 - 장옥관(1955~ )
어머니 마흔번째 제사 모신 날
자리에 눕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나 죽기 전에 다시는 엄마를 만날 수 없구나 여태껏 한 번도 공들여 생각해보지 못한 생각, 내 생애엔 정말로 엄마를 다시 볼 수 없구나
그것이 죽음이라는 걸, 그 어린 나이가 어찌 알았으랴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나 땅에 묻히기 전에 어머니 얼굴 영영 다시 볼 수 없다니
새삼 사무친다, 영영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로션조차도 안 바른 맨 얼굴의 이런 시를 나는 쓴다
영영을 00이라 장난 삼아 쓰다가 우리 모두 저 동그라미 속에서 태어나 저 동그라미 속에서 죽겠구나 싶으니까 영 애달프지 뭐예요. 영 서럽지 뭐예요. 문지방에 서지 마라 복 나간다 그럴 게 아니라 맨홀 뚜껑 밟지 마라 그래야 할 참 같아요. 운동장 한가운데 지나다가 누군가가 돌려 찬 발길질에 주저앉아본 적 있는데요, 누군가가 제대로 찬 축구공에 얼굴 맞아본 적 있는데요, 하여튼 날 기절시킨 건 발보다 공이더라고요. 공이든 영이든 엄마 젖이든 여하튼 둥근 건 일단 무서워하고 볼 일이란 얘기예요. <김민정·시인>
산행일: 2015.10.4 (일)
코스개관: 석개재-용인동봉-삿갓재-백병산삼거리-한나무재-소광리 (9:00~18:00)
날씨: 10월의 멋진 가을
멤버: 당나귀 9명
10월2일 휴일이라 동업자들과 북한산 12성문을 했다.
사실 이날 산행으로 근육통이 가시지 않았는데 코피까지 난다. 이래저래 늦어졌다.
오늘도 아침은 김밥이라는데 버스는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지난번 하산한 곳으로 고고씽~
다행히 정자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금상첨화로 정임씨가 된장국을 한가득 끓여가지고 왔다.
덕분에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김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 밥 잘먹고 인증샷 찍고 출발.
오늘 산행이 낙동정맥 중 제일 긴 코스라고 한다.
어제 북한산에서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가을을 느끼긴 했지만 산길은 그야말로 가을이 왔다고 아우성 친다.
2구간까지는 강원도였고 오늘부터는 경북의 산. 그래서인가? 산이 의외로 순하다.
바람도 많이 시원해져 물도 많이 부족할것 같진 않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난번보다 조금 더 가져오니 마음은 든든하다.
산행이 기니 무작정 앞사람 쫓아가는데도 쫓아갈 수가 없다. 오늘은 여학생이 달랑 2명이라 그나마 미녀3총사도 못하겠다...
정임씨가 내 속도에 맞춰 준다는데 '달려야 하니'가 어찌 걸을까? '걸어도 되니'도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작가님과 이대장은 묘봉을 찍고 오고 우리들은 생략하고 무사히 용인동봉에서 인증샷. 오늘 산행 시간이 예상보다 빠르단다.
오늘 하산길은 임도로 가는데 석개재에 4시까지 도착하면 조금 더 넘어간단다. 안 그래도 긴데 넘어가? 과연 나때문에 가능할까?
나뿐만 아니라 동안총무님이 감기가 낫지않아 오늘도 못 올뻔 했다고.. 병원에 가 쎈 주사도 맞고 약도 지어왔다는데 자꾸 기침이 나나보다.
미모는 속여도 나이는 못 속이나보다.
동봉에서 또 달리는데 임도가 나온다. 혹시 삿갓재?
아니란다. 아직 더 가야 한단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니 나오는 삿갓봉이라는 표지판과 산불감시탑. 12시 쯤 됐는데 밥 먹고 가자하니 오늘은 웬일로 회장님이 져 주신다.
얼른 밥 펴고 오손도손 둘러앉아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윤호씨 찡따오 맥주도 한잔 얻어 먹고 든든하게 밥 다 먹었다. 그리고 출발.
이곳에서 길은 임도와 산길이 나란하게 이어진다. 처음엔 산길로 따라붙다 임도로 함께 걷기.
헌데 임도는 햇살이 뜨겁다.
임도 따라 내려가다 하마트면 석포로 내려갈뻔. 선두가 되돌아와 후미백성이 잠시 기뻐한 순간이다.
산길은 시계가 안 좋아 차라리 임도를 끼고 가면 조망이라도 좋다는 작가님. 큰오빠 작가님이 임도를 가는데 우리가 어찌 산길을 가리....
임도를 2시간 가야 한다고 해 무작정 내려가려니 그럼 길과 갈라질것 같다고 해 선두 2명만 올라갔던 산길을 허겁지겁 따라 올라갔다.
오르막이 아주 급하지는 않은데 은근히 길다. 그러니 힘이 든다.
헬기장에 조망이 트인다는 누군가에 말에 속아 혹시나 하고 올라가봤으나 산행 끝까지 조망은 없었다.
아무튼 선두백성이 앉아서 쉬는 자리가 백병산3거리. 걸음이 느린지라 조금만 쉬고 바로 출발.
이쪽은 단풍이 유난히 많다. 감수성 풍부한 정사장님이 앞에서 감탄을 하면서 작품사진 촬영모드로 바쁘다.
그틈을 타 추월. 허나 곧 추월 당하기.
임도가 다시 나왔다. 당연히 한나무재는 아니고 2/3 정도 왔단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전열 정비해 다시 출발.
선두는 안 보이고 중간그룹과 후미백성이 산행 순서대로 가기.
내 뒤에는 후미대장 신천씨와 총무님이 버티고 있으니 든든하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라는 934봉. 이곳에서 얼마 안가면 한나무재인줄 알았다. 5시 까지 내려가면 조금 더 진행을 한다는 희망사항을 품는 사람도 있지만 후미백성은 절대 아니다.
마지막 봉우리가 마지막이 아니었고 자작나무 군락지 지나 헬기장에 또 올라갔다. 헌데 이곳도 끝이 아닌것 같다.
총무님은 기침이 나 입을 가리고 오니 많이 답답한가보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는 법. 드디어 한나무재. 헌데 시간은 거의 6시가 다 된 시간.
넘어갈지 말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좋고 해 있을때 하산하게되 좋았다.
한나무재에서는 정사장님이 또 독사진 찍어준다. 진짜 공사다망하게 쁘게 산행 하신다.
우리 버스가 올라올 수 있는데 까지 올라온다고 해 내심 기대를 하고 내려갔으나 마을 다 내려와 버스를 만났는데 후진해 올라오고 있다.
올라왔다가 전화가 안 터져 다시 내려갔다 후진으로 올라오는거라고... ㅎㅎㅎ
이 길을 한번 더 와야 하는데 다음번엔 반대로 진행 해 한번 더 이쪽으로 하산한다고... 아무튼 오늘 산행시간이 꼬박 9시간.
후미에서라도 무사히 걸을 수 있어 다행이고 행복했다.
회장님이 2차 산행때 빠졌는데 오늘 여기까지 왔는데 봉화로 나가 송이덮밥을 먹자 하신다.
식당이름은 용두식당이라고 한다. 전화로 예약하고 거의 1시간 달려 봉화 시내로...
송이돌솥밥은 거금 2만냥인데 송이주, 송이덮밥에 반찬들도 다 맛있다. 마무리는 송이차.
헌데 4인 1조 한 테이블인데 정사장님이 자꾸 우리 테이블 반찬을 축낸다. ㅎㅎㅎ
모처럼 밥 하나도 안 남기고 싹 먹었다. 밥 먹고 출발한 시간이 8시경.
회장님 길이 빠삭한지라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 안내를 잘해서인가, 아니면 운전이 다소 불안하던 기사님이 이젠 본 궤도에 올라서인가 3시간 만에 안양 입성.
빛의 속도로 내달린것 같다.
낙동정맥이 벌써 3구간 끝났다. 그것도 긴 구간이 2개가 끝났다니 정말이지 행복하다. 10월 3주에는 꽉 찬 가을을 만날 수 있을것 같다.
벌써 기대된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넘의 사진 퍼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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