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 신미균(1955~ )
시커먼 홍합들이
입을 꼭 다물고
잔뜩 모여 있을 땐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팔팔 끓는 물에 넣어
팔팔 끓인다
다들 시원하게 속을 보여주는데
끝까지
입 다물고
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간신히 열어보면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있다
입을 꽉 다문 홍합들은 어떤 것이 산 것인지 어떤 것이 썩은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팔팔 끓는 물속에 넣어봐야 한다. 산 것들은 속을 벌려 속내를 드러내지만 죽은 홍합은 끝끝내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군사독재자들이나 그에 협력했던 이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와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죽은 홍합들이 그렇듯이 입을 다문 그들 모습이 비루하고 추해 보였다. 속으로 “구린내를 풍기며 썩어” 가는 주제에! <장석주>
산행일: 2015.11.1 (일)
코스개관: 애미랑재-칠보산-덕산지맥3거리-싸리봉3거리-종이봉-길등재-한티재 (10:15~17:55)
날씨: 흐린 늦가을. 간간히 바람에서 겨울을 느끼다
멤버: 당나귀 12명
지난번 산행이 길지 않다고 6시 출발해 해 꼴딱 지고 랜턴을 오래 키고 내려와 이번엔 일찍 출발했으면 했으나 오늘도 6시 출발.
길이 비교적 순탄하다는 말을 믿고 싶지만 정맥길이 순탄할까 다소 염려는 되었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 옷을 뭘 입고 가야하나 고민하던 날.
오늘도 기사님은 만종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못타고 원주로 나갔다 되돌아오는 해프닝 끝에 총무님이 사온 김밥과 정임씨표 황태해장국으로 한잠 잘 자고 단양 휴게소에서 따뜻하게 김밥에 국에 커피까지....
후식까지 나오는거 보니 일류 레스토랑 맞는걸?
멀고 먼 영양 애미랑재 도착시간이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빠르다.
도로 난 절개지 옆을 따라 올라가는데 오르막도 급하고 계속 오르막이다.
오늘 순하다더니 왜 이런거야?
오르막 한숨 돌리고나면 좀 나을줄 알았는데 낙엽 쌓인 돌이 듬성듬성 있는 내리막은 더 살떨린다.
오늘 산길 누가 순하다고 한거야?
오늘도 산길이 결코 짧지 않다고 한다. 마음은 바쁜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지난번 고왔던 단풍은 자취를 감추고 낙엽 밟는 소리가 시끄럽다.
칠보산 가는 길은 봉우리는 우측에 있는데 길은 계속 왼쪽으로 왼쪽으로 돌아가다 정상으로 연결.
오늘 강사장님 오셔서 처지지 않고 선두에서 잘 가신다.
아참, 지난번 대형 알바 후 정사장님이 무전기 네대를 들고 와 신천씨, 회장, 총무, 정사장 넷이 들고 다니는데 초장 무전기 든 사람들은 다 앞으로 내 달리고 미녀3총사에 강사장님만 후미에 쳐졌다. 무전기 용도가 도대체 뭐야 하며 웃었다.오늘 제일 높다는 칠보산 도착. 인증샷 하고 간식 먹고 출발.
정상 찍고 나니 경사는 다소 완만해 졌는데 선두가 내 달려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진다.
새신고개 지나며 왼쪽으로 푸른빛과 누런 빛이 보인다. 여름이라면 이런 빛깔들이 눈에 띄지도 않고 누런 빛은 병든 잎처럼 보일텐데 낙엽 거의 다 떨어진 늦가을 산에서는 푸른 빛, 누런 빛이 소중하기만 하다.
화사한 봄도, 푸르른 여름도 화려한 가을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 산길에는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춘양목 나오는 곳이 이쪽이라던가?
간간히 일제때 송진 채취때문에 중간에 상처입은 나무가 유난히 많다.
이걸 본 총무님 왈, 나무들이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다고....
이런 크나큰 상처를 잎고도 잘 자라주어 거목이 된 나무들이 참 대견하다.
중간 가지가 많은 나무가 12지송인가 아닌가 설왕설래 하다 아니라는데 결론.
오늘 점심은 12지송 앞에서 먹는다고 한다. 아침도 든든하게 먹어 아직 배가 안 고파 견딜만 하다.
나무 찾아가다 덕산지맥 3거리 지난다. 덕산지맥은 안동으로 연결 된다던가?
이 나무가 12지송 같다는데 선두가 머뭇대더니 그대로 통과.
아닌가? 나중에 보니 선두 이대장보고 이곳에서 밥 먹자고 불렀는데 되돌아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선두 따라 계속 진행하니 어느덧 1시.
깃재에 가니 이대장이 기다리고 있는데 점심을 늦게 먹는다고 투덜댄다.
왜 무겁게 지고 다니냐고... 후미백성은 배고프다 아우성인가보다.
길등재는 바람이 많이 분다고 조금 올라가서 먹는단다. 그러다보니 점심을 1시30분이나 되어 먹게 되었다.
날이 많이 쌀쌀해져 점심을 먹고 따듯한 커피가 더 맛있다.
그래도 오늘 보온병을 많이 들고 와 커피를 나누어 먹을 수 있다.
밥 먹고 나니 춥다. 다들 옷을 한껍데기씩 입고 가는데 손까지 시리다. 바람도 차 버프까지 했다.
총무님은 아직도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아 아예 우모잠바를 입고 얼굴까지 가리고 산행.
산길은 쓸쓸하면서도 멀리서 보면 아직 가을산의 빛깔이 아름답다.
두번째 높은 봉우리라는 884봉 도착. 헌데 이제 반 왔다고... 헐~
오늘 멀리 산겹살도 아름답지만 아이스크림 같인 탑이 있는 산이 일월산이라고 한다. KBS송신탑이라나?
일월산 이름만 들은 숙제로 남겨놓은 산 중 하나.
싸리봉 삼거리가 이제나 저제나 나오길 기다렸는데 영 나오지 않는다.
쉬기 좋은 곳이 나오면 잠깐 쉬면서 간식 먹기.
헌데 가도가도 싸리봉 3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gps 확인 해 보니 어느새 지났단다. 아싸~
종이봉도 하마트면 지날 뻔 했다.
길이 그나마 오후에는 많이 순해져 시간당 속도를 낼 수 있다.
임도랑 만나는 길등재 도착.
이곳에서 강사장님은 임도로 하산하신다고 해 신천씨가 동행.
이곳에서 한티재까지 3키로라는데 50분이면 된다는 작가님.
오빠 한번 믿어봐?
길등재에서 한티재까지는 그나마 산이 높지 않고 완만한 편인데 길은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하긴, 이렇게 쉽게 끝나면 정맥이 아니지?
오늘 날이 흐려 일몰이 없을줄 알았는데 멀리 빨간 노을이 비친다. 일몰 제대로 보면 멋질뻔 했다 싶다.
어두워 졌는데도 길이 비교적 넓어 랜턴 없어도 될 정도다. 아무튼 쉬지않고 내달려 막판 5분 여 정도만 랜턴 쓰고 무사히 하산.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임도파가 먼저 도착.
우리 버스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이대장은 점심도 혼자 휙 먹더니 내달려 내려와 사과 파는 곳을 알아놨다고....
주유소에서 겸하는 사과가 수비사과라고 해 왜 수비인가 했더니 이곳 지면이 수비면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과를 1,2 만원씩 사서 사과가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 다닌다.
저녁을 영주는 가야 먹을 곳이 있다는데 전국 각지 안 다닌데 없는지 정사장이 영주 경찰서 앞 '우리복집' 추천.
전화로 예약하고 1시간 정도 달려오는데 기사님이 역주행을 잠깐 해 우리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아무튼 무사히 골목을 헤매다 복집 도착.
급하게 밥을 해서인지 밥이 뜸이 좀 덜 들긴 했지만 복은 시원하고 참 맛이 좋았다.
밥을 죽써서 뜸 들여가며 먹었다. 다들 술을 덜 마셔 저녁을 일찍 먹고 8시30분 경 출발해 11시 전 안양 입성.
우리 기사님은 야간 전문인가보다 웃었다.
그 먼 낙동정맥을 무박이 아닌 당일에 가능한걸 신기해 하며 오늘도 무사히 산길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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