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6일기장

버스데이 파리 하기 (2/27~28)

산무수리 2016. 3. 8. 00:11

인기척

천수호(1964~ )


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 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도 없이 저렇게 인기척을 내는 것
새 신부 적 여보, 라는 첫말의 엠보싱으로
저기 말랑히 누웠다 일어나는 기척들
누가 올 것도 누가 갈 것도
먼저 간 것도 나중 간 거도 염두에 없이
지나가는 기척을 가만히 불러 세우는 봉분의 인기척


길이 끊어진 자리에 봉분이 있는데, 거기 누운 이는 이미 살도 썩고 뼈도 삭아 아무 말이 없다. 지나가는 기척에 불쑥 누군가 봉분에서 일어나 슬며시 소매라도 붙잡는 듯 기척을 한다. 갓 결혼해서 눈도 마주치지 못 하던 신혼 시절, 아직 수줍음도 채 가시지 않은 신부가 봉긋한 입술로 ‘여보’라고 ‘첫 발음의 은밀함으로’ 부르던 그 기척이다. 아, 이 가을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누군지 알 수 없는 이가 누운 봉분 옆을 무심히 지나가다가 “지나가는 기척을 가만히 불러 세우는” 그 봉분의 인기척이라도 느껴 볼거나! <장석주·시인>



2/28 (토)









환갑을 맞는 남의편.

얼마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남고 시댁도 연로하셔서 언제 우리집을 또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집에서 생일을 하면 어떠냔다.

나한테? 집에서? 뭘 먹으라고?

우리집에서 밥 먹는다고 하면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환갑인데...

마침 사돈께서 설때 LA갈비를 어찌나 많이 보내주셨는지 이걸 남겼다 쓰면 되겠다 싶었다.

헌데 이 사돈께서 그냥 생일도 아니고 환갑인데 불고기를 꼭 해서 보내고 싶단다.

덕분에 메인 음식이 해결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남의편은 손님맞이 한다고 집을 치워나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김치냉장고 앞이 하도 깨끗해 이사 간 줄 알았다. ㅎㅎ

금욜 모처럼 일찍 와 반찬 하려 했으나 이날은 또 현정이형네 장모님 상. 그나마 다행인건 상가가 한림대학 병원이라 장을 봐다 집에다 놓고 상가에 다녀오니 거의 11시.

이때부터 미역국 끓이고 나물 다듬고 잡채와 전 부칠 재료 준비하고 안 쓰던 그릇 닦고나니 1시.

일단 잤다.


아침 일어나 나물, 전, 잡채 등을 조금씩만 하니 시간이 오히려 남는다.

며느리가 도와준다고 일찍 오고 오마니는 여재뭉이 모셔오고 남의편은 시부모 모시러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작은 시누이까지 따라왔다.

모처럼 밥을 많이 하니 누룽지가 많이 생겨 하마트면 밥 모자랄 뻔.

아무튼 아주 오랫만에 양가 사돈이 만나 노부모 모시고 며느리까지 보고 환갑잔치 하니 성공했네 하고 놀렸다.

과일까지 먹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아들네 신혼집 방문하기.

잠시 앉아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시댁 식구들은 시누이차로 돌아가고 우리는 집으로 오는데 아들부부가 따라온다.

왜? 생각보다 큰 금일봉을 내 놓고 놀다 남은 과일을 싸줬다.

사돈이 보낸 불고기는 어찌나 많은지 양가 부모님께도 싸 보냈다.


2/28 (일)





원래 철사모와 환갑잔치 하기로 날 잡은 날인데 여산이 2월초 전남 곡성의 산에 갔다 넘어지며 경추를 다쳐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일산병원으로 왔다.

신경외과 입원했다 1주 잠시 퇴원했다 일주일 전 재활의학과 입원을 했다고 한다.

다 같이 병문안을 갔다.

원래 희망사항은 잠시 외출 해 함께 점심을 먹었으면 했는데 아직 그 정도 상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일찍 가 점심 먹는걸 보고 조금있다 다 도착해 원내 카페에서 차 마시고 잠시 앉아 있을 수는 있다고 해 휠체어 타고 내려와 차 마시기.


그래도 수술 하지 않고 재활을 하고 있는데 처음 병문안 왔을 때 보다는 훨씬 상태가 나아져 다행이다.

글씨를 쓰기 힘들다고 했는데 다행히 글씨도 쓸 수 있고 서투르나마 혼자 숟갈로 밥을 먹을 수 있단다.

그 병실은 다 경추 손상 환자들인데 여산은 그나마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빨리 회복하길 기원하고 우리끼리 환갑잔치 하기로.....









원당의 쥐눈이콩마을이라는 퓨전한정식집을 추천 해 전화로 예약하고 가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식당에 도착하니 설경이 멋지다.

전망 좋은 방을 줘 이곳에서 조촐한 점심을 먹고 사진 찍어 여산에서 전송하고 나오며 8켤레여야 할 신발이 7켤레 밖에 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니 바로 여산 실내화 찍은 사진을 보내주는데 울컥한다.

꽃피는 4월 휠체어 타고라고 천리포 수목원을 갔으면 하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 질지......













몇년 전 리사 생일날 펑펑 눈 내리던 날이 생각나게 하는 오늘.

리사는 일산의 친구 만나러 가시고 우리는 하늘네 이사간 새집으로 가 3차 하기.

불광역에 새로 진 아파트는 단독같은 아파트다.

설경을 보며 와인도 먹고 차도 마시고..

마냥 놀고 싶지만 오늘 친정 가 자는 당번이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데이 주간을 끝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