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시 루제비치(1921~2014)
얼마나 좋은지
숲에서 산딸기를 주울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숲도, 산딸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생각했었어. 나무는
더 이상 그늘을 드리우려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좋은지 너와 함께 있으니.
내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생각했었어. 인간은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노라고
폴란드 시인 루제비치는 아우슈비츠의 체험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반(反)나치 바르샤바 봉기에서 친형을 잃었다. 그에게 시는 “죽음으로 다가서는 일”이었다. 그 악몽의 끝에서 그는 산딸기를 줍거나, 나무 그늘 아래 눕거나, 애인과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나쁜가, 이런 것들을 빼앗아가는 그 모든 악들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4/23 (토)
2월 초 경추손상으로 우리 모두를 놀래킨 여산이 완전 회복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깥 나들이를 휠체어나 지팡이 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렵게 날을 잡았고 수목원 시설 예약을 하지 못한지라 바로 옆 팬션 예약을 했고 황샘과 남의편만 사정상 빠지고 6명이 가기로 했다.
하늘네는 오후에나 출발 가능한지라 큰오빠가 운전을 하게 되니 자연 준비물 담당은 순한공주 차지가 되었다.
혼자 전철 타고 오는게 힘들다고 해 일산으로 픽업 하러 간다고 날 보고 일산으로 오라는데 차라리 순한공주네로 가기로 해 첫차 타고 강변역에서 만나 일산으로 고고씽.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 놀란 여산. 예전보다 일상생활이 많이 느려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일찍 출발 했는데도 길은 제법 밀렸다.
가는 차 안에 박사되는 쉬운 방밥
1. 우렁이박사에서 점심 먹으면 된다.
2. 박사 고깔 모자를 쓰면 된다.
-공세리 성당
1년 만에 간 공세리 성당은 대형 버스가 여려대라 한번 놀랬고 꽃이 만발해 또 한번 놀랬다.
이러다 이 성당 입장료 받는거 아니냐고 하며 곧 중국인들이 몰려올것 같다 했는데 이미 중국인들이 눈에 뛴다.
성지순례 오신 분들도 있지만 등산복 입은 관광객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이 사람들은 등산객인지 둘레길 걷기 팀인지 아무튼 보기에 좋진 않다.
산행 할때 아니면 등산복은 입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11시도 안되 '우렁이박사'에 가 모처럼 덕정과 뜸장을 시켜 점심을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1시반 회원의날 등록을 하라는데 막간을 이용해 모항에 가 금방 죽은 주꾸미 (작년에 비해 많이 비쌈)와 모시조개, 냉동 새우를 사서 일단 팬션에 들려 음식 냉장고에 넣어달라 하고 수목원으로.....
평생회원 여산 덕분에 회원의 날 연속 3년째 참석하는데 올해 행사가 그중 쓸쓸하고 기념품도 회원 당사자만 주는 야박한 모습이다.
곧이어 비공개 장소를 둘러보는데 작년에 그 화려했던 목련은 이미 졌거나 덜 피었다. 피고있는 목련도 냉해를 입어 영 상태가 안좋다.
직원들도 대대적으로 이동을 시켜놓아 일반인인 우리가 봐도 뭔가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목련이 꽃이 워낙 큰 수종이라 바람 등에 잘 상한다고 한다.
아쉬움을 갖고 한바퀴 둘러보는데 여산이 다친 후 처음 사진을 찍는데 약간 경사진 곳에서 넘어졌다. 평지는 그래도 좀 나은데 경사진 곳에서는 중심 잡기가 쉽지 않은것 같다. 이곳 한바퀴 둘러보는데도 힘들어 한다.
겨우 구경을 끝내고 오니 맛 좋은 찹떡을 나누어 준다. 이건 정말 맛 좋았다.
간식 먹고 하늘네 전화 하니 뮐러 가든 입장 시간에는 못 온다고 해 우리끼리 일단 둘러 보기로.....
-뮐러 가든
수목원은 연못 준설 하면서 담장을 새로 쌓았다는데 제주도도 아닌데 나무 담장이 너무 높아 일단 답답해 보인다.
그리고 입구의 조경도 돌을 어찌나 가지런히 쌓아 놓았는지 자연농원인지 수목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최소한의 인공이 가미되었던 천리포의 미덕이 인공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연못은 너무 깨끗해 낯설었고 나무들도 전지를 많이 해 놓아 깡충해진 것들이 너무 많다. 전반적으로 너무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 수목원 느낌은 줄고 조경원 느낌이라 참으로 아쉬웠다. 헌데도 사람은 엄청 늘어나 호젓함을 맛볼 수 없다.
기념관도 민병갈 박사가 살던 집의 물건들을 가져와 새로 꾸며놓아 보여주는 행정의 표본을 보는것 같다.
아쉬움을 갖고 수목 파는 곳에 오니 회원관리 담당자가 이곳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봐도 이해 안되는 인사이동 같다.
이곳에서 작년에 사 간 불칸이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꽃이 왜 이러냐고 하니 회원의 날만 오지 말고 피크일때 오라는 오인화씨.
그런 소리 말라고 여산 죽다 살아났다고 하니 그럼 불칸이 주인 대신 죽은거라는 오인화씨.
밖에서 바람과 햇살 받아야 사는데 베란다에는 이런 것들이 부족해 병에 걸리는 거라고......
-로메리아 팬션
하늘 전화가 왔다. 왜 팬션에 아무도 없냐고.....
부랴부랴 팬션에 가 밥 하고 고기 굽고 바베큐 파티를 하는데 날이 춥다.
자민씨는 운전하고 와서는 여기서는 고기까지 굽는다.
순한공주는 오늘 생일 주인공인데 밥 하고 조개탕까지 끓인다.
고기가 많지 않다는데 먹다먹다 남겼다. 여산도 아프기 전보다 양이 진짜 많이 줄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이라 다소 피곤해 보인다.
방에 들어와 순한공주 버스데리 파리 하고 조금 놀다 잤다.
4/24 (일)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맑은 편이고 기온도 많이 올라갔다.
갈비탕 국물 가져와 떡국에 밥까지 한 순한공주.
이집 저집 반찬에 협찬 받은 반찬에 어제 남은 주꾸미와 삼겹살. 먹다 먹다 남아 싸 가지고 출발.
수목원은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이미 시장터 같다.
그래도 어제에 비해면 수목원 변한 모습의 충격이 덜하다. 확실히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것 같다.
꽃들도 저녁보다는 아침이 조금은 건강해 보인다.
한바퀴 둘러보고 바닷가 구경하며 잠시 앉아 있다 출발.
여기서 자민씨는 '자민조' 라는 별명을 얻었고 여산은 '불사조' 철모 오라방은 '시조새'.
그 이유는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하다 의왕시 왕곡동의 '명가' 만두전골 집으로...
6명이 4인분 시켰는데도 만두가 남아 포장까지 하고 여산은 하늘네 차로 난 철모 오라방이 문전 택배 해 주고 집으로~
병문안 가 4월 천리포 가자고 하긴 했지만 진짜 천리포를 여산이 걸어서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회복이 60% 정도 밖에 안 됐지만 차차 좋아질거라 믿는다.
두루 감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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