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칠순 패키지 산행 (천만산, 2/19)

산무수리 2017. 2. 20. 20:10
지연(紙鳶)
- 김소월(1902~34)

 오후의 네 길거리 해가 들었다.


 시정(市井)의 첫겨울의 적막함이여

 우둑히 문어귀에 혼자 섰으면,

 흰 눈의 잎사귀, 지연(紙鳶)이 뜬다.




‘해가 들었다’는 말로 미루어 마른눈이 막 갠 초겨울 저녁 시골 소읍쯤일까. 행인도 별로 없을 네 거리 쪽으로 우두커니 문어귀에 기대선 희미한 인물이 하나 있고, 그를 매개로 스산함과 무료가 짧은 시의 행간에 으스스히 재여 있다. 그 홑저고리 소매 속으로 스미는 한기가 느껴질 듯하다. 이 전형적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이, 그런데 마지막 한 행으로 면목을 전혀 달리한다. 멀리 떠오르는 종이 연을 빌려 공간[景]이 하늘로 확장되면서 초겨울의 을씨년과 휑뎅그렁이, 탈격인 듯 아연 새로운 생동을 얻지 않는가. ‘진달래꽃’ ‘초혼’ 같은 절창들 사이사이로 소월의 우수 어린 소품들은 또 다른 보석이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산행일: 2017.2.19 (일) 

코스개관: 조동리-천마령-천만산-삼면봉-삼봉산-790-770봉-임도-능선-고자리  (10:00~17:15)

날씨: 바람은 쌀쌀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멤버: 당나귀 10명


2월 철사모와 부산, 그리고 다낭, 탁동과 예산, 산계 만나고 오늘 당나귀 산행.

경란씨가 먼저 산에 안 가냐고 연락이 왔다.

일욜 당나귀 산행에 함께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니 오늘도 겨우 2자리. 

영동에 있다는 천만산은 생각보다 멀었고 민주지산을 마주보고 있는 산으로 각호지맥이라나 뭐라나?

오랫만에 만난 경란씨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새로운 장비로 휘감았다. 친구네 산악회에 가끔 가는데 그 동네는 한 패션 한단다.

일단 잤고 우리 버스가 작은 관계로 마을 중간까지 올라가 좋아 했다. 내심 오늘 칠순잔치 하기로 한 날이라 산행이 나름 짧을거라 기대도 했다.
















헌데 초장부터 등산로가 아닌 급경사를 복분자 가시 피해가면서 기어 올라가야 한다.

그나마 눈이 없어 다행이긴 한데 임도까지 올라가는데 힘을 다 뺀것 같다. 

한숨 돌리고 등산로에 올라섰는데 등산로가 좁고 나무가지가 걸리고 나무 때문에 건너편 민주지산도 제대로 안 보인다.

설상 가상으로 눈이 있는건 좀 나은데 낙엽 속 얼음이 깔려 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어 내리막은 설설 기어 다녀야 한다.


경란씨 잠시 쉬는데 소리친다. 동물이라도 나타났나 했더니 고글이 떨어졌다.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 작가님이 주워다 주셨다.

예전 산행에서도 안경 잃어버려 대장님과 회장님이 찾으러 갔다 끝내 못 찾은 적이 있는데 늘 안경이 말썽이라고 웃었다.

겨우겨우 천만령에 도착했는데 웬만한 정상 가는것 보다 더 험한 령이라고 웃었다.

오늘 출발때도 인증샷을 안해 처음 단체 사진을 찍었다.








천만령에서 내려서는 길은 리본이 안 달려있으면 길이라고 볼 수 없는 급경사에 얼음이 군데군데 깔려있다.

벌벌 기며 나무와 스틱에 의지 했는데도 미끄러졌다.

경란씨는 나보다도 더 겁을 낸다.

산길이 순한듯 하면 다시 험하고 내리막이라 좋아하면 눈이나 얼음이 있어 내내 긴장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할 수도 없다.

도착한 봉우리는 천만산인데 봉우리 이름이 삼면봉으로 각호지맥과 백하지맥 갈림길이라고 되어 있다.








삼면봉 조금 지나 양지 바르고 바람 덜 부는 곳에서 점심 먹기.

안 그래도 회장님이 휴게소에서 아침을 드셔서 오늘 점심 일찍 먹기는 틀렸다고 한바탕 웃었었다.

점심 먹고 윤호씨표 차 마시고 작가님 바나나 먹고 다시 출발.






















점심 식사 후 이대장, 총무님. 정임씨 앞에서 내달려 안 보이고 나는 작가님과 함께 가게 되었다.

경란씨는 출발을 조금 늦게 했는데 산행 끝날 때 까지 못 만났다.

작가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산행 하는데 오늘은 작가님도 몇번 미끄러져 넘어지신다.

나? 당근 넘어진다.

오늘 산행은 3시까지만 한다는 이대장. 임도 만나면 하산이라나? 반신반의 하면서 가는데 정상에 구조물 2곳이 보이는데 여기도 삼면봉이라는 또 다른 표지가 있다.

그나마 이곳은 시계가 좀 트인다.

여기서 급경사 살 떨리며 내려가니 임도다.

뒤에서 오던 경란씨는 다리에 쥐가 나 회장님과 신천씨, 윤호씨가 도와주며 온다는 소식.

기다렸다 아스피린이라고 주고 싶은데 잠시 쉬지 바람이 차 쉴 수가 없다.

여기서 삼도봉 올라갔다 되돌아 내려온다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진행 해 임도로 내려오자 했다.

삼봉산이 얼마 안 가는줄 알고 강사장님도 삼봉산으로 출발.











허나 삼봉산 가는길 결코 만만하지 않았고 가깝지도 않았다. 

정상인줄 안 암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위 때문이 우회해 가는 삼봉산은 도저히 되돌아 갈 수 없는 지경.

경란씨는 회장님과 둘이 임도로 탈출했다고 후미대장 신천씨의 전언.

삼봉산에서 인증샷 하고 출발.






삼봉산 지나 조금만 가면 임도를 만날줄 알았는데 아니다.

아무래도 몇 봉우리 더 가야 가까운 임도를 만날 수 있다고......

얼떨결에 따라오신 강사장님이 특히 힘드신것 같다.

쉬면서 간식 보충하고 다시 출발.

















드디어 임도로 내려서는 능선을 만났다.

이 능선길이 우리 등산로보다 순해 내심 기뻤다.

행복해 하면서 능선 타고 내려오니 바로 임도.

이곳에서 임도길을 걷는데 이상하게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혹시 반대로 온거 아닌가 불안해 진다.

다시 되돌아 오다 내려가는 능선을 만나 이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아까는 못 봤던 표지기도 있었다.





우리 말고도 이 길로 온 산악회가 있는것 같다.

처음 임도 내려서던 능선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오늘 산길보다는 순한 길을 치고 내려오니 팬션같은 건물이 보이고 그 옆 정자를 짓는 사람들이 우리들 보고 각호지맥 타고 오냐고 아는체를 한다.

회장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다. 차는 후방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부지런한 윤호씨는 계곡에 내려가 신발까지 닦고 올라왔다.

무사히 산행이 끝나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나만 힘든건 아니었는지 총무님도 몇번 넘어지고 다리보다 팔이 더 아프다고.

사람들이 잘 안가는 산은 다 이유가 있다는걸 몸으로 체감하던 하루.


















차로 회장님 단골식당인 황간역 바로 계단을 내려오면 있는 '동해식당'으로 고고씽.

산행 끝난줄 어찌 알고 비가 내리기 시작.

미리 방 예약해 올갱이 무침에 지짐에 올갱이 해장국에 총무님이 담근 11년산 더덕주. 더덕반 소주 반의 고 퀄리티 약주.

보약같은 술 한잔씩 마시고 작가님 생신 축하하기.

7순까지 산에 다니는것 자체가 축복이고 이런 산행에 초대되 축하해 주는 우리들도 복 받았다는데 다들 공감.

작가님 희망사항은 8순에 백두대간 다시 하시는거라고....

우리들도 8순은 바라지도 않고 7순까지 산에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하던 날.

산에서 고생한 기억은 벌써 희미하고 무사히 끝낸 행복감만 남아 3월에 다시 이어지는 낙동정맥, 수도지맥을 꿈꾸는 우리들은 다 선택적 치매라는데 동감.

대장님은 더덕주 욕심을 내 다 마시고 병째 접수. 술 부었다 1년 후 가져 온다나?

작가님 저녁도 쏘고 곶감까지 한통씩 사서 선물로 주신다.

정말이지 영양가가 많다 못해 넘치던 날.

작가님, 생신 축하 드리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산에서 뵙길 기대할께요~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