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다시 수도기맥으로 (목통령-장구재, 9/3)

산무수리 2017. 9. 4. 19:00
먼 곳
-문태준(1970~)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움큼, 한 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
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 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 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이별, 그것도 최후의 이별. 그것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곳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기에 그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간 사람들이 아무도 돌아오지 않기에 그곳이 먼 곳이라는 것을 안다. ‘먼 곳’은 부재하면서도 존재하는 어떤 실재. 언어는 실재를 다 담지 못하기에(라캉) 늘 언어 곁을 맴도는 잉여의 여운. 먼 곳이라는 말.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산행일: 2017.9.3 (일)

코스개관: 개금마을-목통령-두리봉-깃대봉-장구재-치인리 (9:40~4:40)

날씨: 산행하기 좋은 날

멤버: 당나귀 8명



혹서기가 지나고 9월부터 수도기맥 나머지 구간 하고 끝나면 낙남정맥을 이어 가기로 8월 산행에서 최종 결정.

선입금 한 사람이 9명이라고 한다. 다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빠진다고....

1시간 빨라져 1시간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버스를 타니 헐렁하다.

선입급 한 현법과 신천씨가 못 오고 대신 많이 빠졌던 현숙씨가 앉아있다. 홍일점 안 되 천만 다행이다.

차 타고 자고 금산에서 쉬고 2번 하산했던 개금마을에 도착. 오늘은 혹시나 도로 공사가 끝나 차로 올라갈 수 있으려나 했으나 시골 공사는 그렇게 잘 안 끝난다는 회장님 말씀대로 아직도 차 다니기가 어렵다.

그래서 마을 가로질러 땡볕을 올라가 숲으로 들어가기 전 인증샷.





수도기맥 2차때 내려왔던 목통령까지 가는데 덩굴이 우거져 밀림을 헤쳐 나가는것 같다. 겨우겨우 목통령에 섰다.

여기서 인증샷 하고 우측으로 고고씽~













난 목통령을 지난번 두리봉으로 내려왔던 길과 착각.

지난번엔 이렇게 길지 않았던것 같은데 무쟈게 길고 오르내림도 많다.

자는새 가을이 왔다는 총무님 말대로 바람은 시원하고 오늘 산길이 대부분 그늘로 진행하는데도 산행이 힘든건 마찬가지.

다들 배고프다 아우성치는데 회장님은 두리봉 지나 먹자 하신다.

가다 총무님, 오미자다~ 야생 오미자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몇명이 달려들어 오미자 따기 시작. 그새 선두는 내달려 보이지도 않는다.

오늘 회장님 맥킨리 다녀오신지 얼마 안된다는데 여독도 없으신지 펄펄 나른다.

차 안에서 이대장 가을노래 시작하더니 남자들이 산길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난리도 아니다.

오랫만에 산에 온 현숙씨는 천천하 간다며 내 뒤에서 따라오며 가을은 남자의 계절 맞나보다 하고 웃었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백성들이 여럿이라 총무님 비상식 초코파이와 윤호씨 사과로 허기 채우고 다시 출발.


초장에 본 목통령과 출입금지구역이랑 헷갈린 지점이 드디어 나타났다.

아하~

어쩐지 지난 산행 하산한것 보다 엄청 길다 싶었다.

2차 수도기맥과 3차 가야산 산행 중간 빼먹은 구간을 한거라고.......







금줄 지나서 20여분이면 두리봉 갈 거라는 작가님.

아무튼 두리봉 리본 달려있는곳에서 우측 리본따라 내려가 점심 먹기.

8명 밖에 안되니 다같이 둘러앉아도 조촐하다. 밥 먹고 출발~















밥 먹고 깃대봉만 가면 오늘 힘든 구간은 끝난다는 이대장. 믿거나 말거나....

산길은 전반적으로 순해지고 그늘이고 풀들이 누워있는 어여쁜 길들이 보인다.

가끔 쓰러진 나무들 피해 장애물 경기 해야하긴 하지만 이만하면 정말이지 A급.

그늘이 대부분이라 조망이 아쉽긴 하지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고 다음에 오면 단풍도 보일테니 그야말로 산행하기 딱 좋은 가을날인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깃대봉이 나타났다.

정상석에는 남산이라고 되어 있는데 높이가 똑같다. 나중 깃대봉이 혹시 나오나 했는데 남산이 깃대봉 맞았다.

여기서 단체 인증샷. 그새 총무님은 더덕 있나 뒤지러 숲으로 사라졌다.

원래 여기 지나서 강사장님 탈출하시면 기사님께 전화 해 모시러 올라온다 했는데 오늘 남은 산길은 순하고 내리막이 대부분이고 길지 않다고 해 다 같이 끝까지 가기로....


















과연 길은 내리막이 대부분이고 길도 순하고 아주 좋다.

룰루랄라 하며 가다보니 찻길이 보인다.

여기서 탈출 하는 길이라는데 이 길이 해인사까지 뚤려있지 않아 차는 거창으로 돌아서 합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절에서 반대 해 이 길을 못 뚫는다고......

왼쪽에서 계속 중장비 소리가 난다. 해인사 말사들이 있는 곳이라 그렇다고 한다.











갑자기 건물 하나가 눈앞에 나타난다.

해인사 말사 고불암 종루 극락문이라고 문 위에 종이 있다. 아직 공사가 완료된것 같지 않다.

고불암때문에 해인사에서 이곳까지 길이 놓여 있다는 총무님.

종루가 커서 한참 쉬고 건너갈때는 아슬아슬 사다리 타고 내려가기.

75K 넘는 사람은 못 내려간다고 웃기는 총무님. 기왓장 타고 내려와야 한다나? 닌자 거북이처럼?

무사히 사다리 부러지지 않고 내려오기.










종루에서 장구재까지 가는데 길이 잘 정비되어 있진 않다.

여기서도 야생 오미자 있어 한번 더 채취.

드디어 장구재. 여긴 비닐하우스가 산 입구까지 쳐있다.

여기서 내려가면 버스가 올라온다는데 기사님 전화, 매표소에서 안 들여보낸다고.

사람 태우러 들어간다고 하니 태우고 나갈 사람 입장료까지 내란다. 황당하다.

이래서 절 안 다닌다는 이대장.

돈 내고 들어오시라 한다. 그나마 2명은 줄여 말하셨다고... ㅎㅎ



















다 좋은데 강사장님이 발목이 아프신가보다. 얼굴색도 안좋다.

새로 산 등산화가 시간이 지나니 발목이 아파오나보다. 나도 몇번 신은 등산화인데도 발이 까지는게 느껴진다. 따갑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진행했다 하산하면 다음 어프로치가 좋다는 총무님. 회장님도 날도 좋고 시간도 이른데 조금 더 가자 하신다.

헌데 여기서 가는 길이 제대로 정비가 안 되어있다.

그래도 여기 시계 트이는 곳에서 지리산도 보이고 덕유산에 수도산까지 보인다.

다 좋은데 하산하는 길이 안좋다. 아래로는 사과밭인데 내려서는데 각자의 방법대로 겨우 하산.

여기서 한참 걸어내려가니 농장들이 제법 많고 그걸 지나다보니 우리 버스를 만났다.

버스 만나고 야영장에 잠시 내려 발 닦고 가기. 우리 돈내서 뭔 짓을 다해도 된다는 총무님. ㅎㅎㅎ






저녁은 황간역 동해식당에서 올갱이를 먹자 해서 황간까지 고고씽~

회장님 단골이라 특 같은 보통이 나오고 서비스로 만두에 포도까지....

원래 이대장이 낸다고 했는데 성질 급한 작가님이 쏘셨다.

빨리 출발해야 버스 전용차선 탈 수 있는데 차 안에서부터 맥주 먹던 이대장, 회장님에 윤호씨는 반 강제로 잡혀서 술자리도 끝까지~

7:40분 겨우 출발.

회장님 사장님이 포도 남은거 다 가져가라고 2박스 들고 오셨다.

차에서 죽은듯이 자고 휴게소도 안 들리고 10시 안양 입성.

포도는 사양하다 한 박스는 내가 가져오게 되었다. 아싸~

무사히 한 구간이 끝나 행복하다. 힘들어도 이 맛에 산에 오지 싶다.

다음 산행엔 빠지지 않고 산길에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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