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비 피해 산청으로 (왕산-필봉산, 8/20)

산무수리 2017. 8. 2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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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1942~)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다음 계절
당신의 대표작은요? 다음 작품
누가 누구에게 던진 질문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봉인된 책처럼 입이 다물어졌다
나는 왜 다음 생각을 못했을까
이다음에 누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인인 것이 무거워서
종종 다음 역을 지나친다  
 

 
‘다음’이라는 말, 좀 무지개 빛이다.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이렇게 반성문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은 일정 부분 더 이상 ‘다음’이 없을 때까지 ‘다음’을 꿈꾸는 것을 숙명으로 삼는다. ‘다음’이 있다는 것과 ‘다음’이 없다는 것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 비록 오늘 다 탕진했어도 ‘다음’이 있지 않느냐고 내일의 해가 찬란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미국 입국장에 줄을 서 있을 때 ‘넥스트!’ 라고 기세 좋게 부르는 말을 들으면 어딘지 움츠러드는 그런 차가운 경험. ‘다음 세계’가 있다면 ‘다음 세계’의 입국장에선 좀 자애롭고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오기를 희망한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산행일: 2017.8.20 (일)

코스개관: 구형왕릉-망경대-망바위-소왕산-왕산-필봉산-동의보감원가 (10:40~15:00)

날씨: 빗방울 내리는듯 하다 해까지 잠깐 보여주다 막판 비가 내리다...

멤버: 당나귀 7명





8월 첫주 산행은 일본 여행으로 빠지고 모처럼 산에 가는 날.

전국적으로 비예보가 있어 산행을 취소하려고 했다고....

헌데 회장님이 산청에 꼭 가셔야 할 일이 있는데 오후 비예보가 있는 산청의 산으로 가는건 어떠냐고 하셨다고....

밤새 비 내리고 아침에도 비가 제법 많이 내려 오늘 산행 힘들걸 예감하고 버스를 타니 회장님은 양복 차림이다.

아무튼 8명 밖에 안되 널널한 차에서 다리 뻗고 잤고 금산 휴게소 잠시 쉬었다 산청 가족호텔 앞에 회장님 내려드리고 우리들은 구형왕릉 앞에서 인증샷 하고 출발.

비가 내리나 했는데 비옷 입을 정도는 아니다.














날씨가 어찌나 습한지 옷 입고 사우나 하는것 같다.

유의태 약수터를 들렸어야 했는데 지나쳐 버렸다.

능선에 올라서니 그나마 바람이 불어준다.

비는 오지 않지만 뿌연 산을 올라가니 작가님이 망경대에서 내려다보고 계시다.

올라가보니 터도 넓어 오늘 산행이 짧아 저녁도 일찍 먹어야 한다고 12시는 안됐지만 회장님 산행 참석 못할때 밥 빨리 먹자고....

얼른 꺼내 밥먹고 맥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출발~









산길은 순한가 싶으면 올려치고 죽을것 같다 싶으면 다시 평지성 길이 나타나고 군데군데 하산로가 있어 길게 짧게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

선두팀 능선에서 춥다고 아우성이다.

과연 올라가보니 조망이 끝내주고 바람이 정말이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지경.

여기가 망바위인데 왕산은 안 보이지만 필봉은 그래도 자태를 보여준다. 인증샷 하고 출발.













망바위에서 왕산 가는길은 순한 정상 둘레길 같다.

조망은 보였다 안 보였다 반복이다.

소왕산 정상적 지나 생각보다 늦게 왕산이 나타났다. 900이 넘는 산인데 정상에서의 조망이 꽝이다. 아무것도 안 보여준다.

여기서 멀지 않게 필봉이 있으니 얼른 찍고 하산하자~





















헌데 왕산 지나고부터 암릉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날씨만 좋았다면 조망 끝내줬을것 같은 바위와 나무들.

바위는 물론 흙길도 젖어 미끄러워 벌벌 기어 다녀야 한다.

아무튼 뽀족한 필봉까지 제법 힘들게 올라서니 필봉 정상은 멀리서 본 것 보다는 평평하고 넓다.

조망도 왕산보다는 트여 구름이 보여줬다 감췄다를 반복.

여기 저기에서 인생 역작 찍는단다.













필봉 지나서부터는 암릉이 더 자주 나타난다. 가까운 산인데도 필봉산쪽이 훨씬 험하고 바위가 많다.

아무튼 버벅대고 조심했는데도 다들 한, 두번씩 넘어져가며 거의 다 내려왔나 싶은 곳에 계곡이 보이고 물소린가 했는데 빗소리.

바쁘게 비옷 입고 30여분 비 맞고 도착하니 호텔 앞.

회장님이 보고 계셨는지 쫓아 나오신다.









오늘 씻어야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해 호텔 사우사에서 회장님 백으로 깨끗히 샤워까지 하고 옷 갈아입고 구내 식당에서 맛있는 해물전골.

저녁을 4시도 안 되 먹었는데도 맛이 있어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오늘 산행 회비도 안 받고 저녁까지 회장님이 쏘셨다. 이 웬수 어찌 갚아야 하는지......

9월부터는 남은 수도기맥 완성하고 그 다음엔 마지막 남은 낙남정맥을 하기로 최종 합의.



차는 막히지 않고 버스 전용차선 타고 3시간 만에 농수산시장 도착.

오늘 마지막 계곡산행이라 수박이 마지막인데 저녁을 너무 잘 먹어 못 먹었는데 그래도 수박을 먹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이대장.

결국 농수산시장 껌껌한 곳에서 수박 반통은 먹고 나머지 반통은 이대장이 들고 갔다.

졌다......

9월부터는 출발 시간이 1시간 당겨진다고.

저질 체력이 언제까지 따라 다닐 수 있으려는지 그래도 갈 수 있을때 까진 고고씽~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