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자(1961~ )
여기, 안으로 삼켜져
눈 감는 음절들
거기까지 너였다,
여기까지 나였다,
경계가 차츰 무뎌지고 무너지다
문득 모든 말들이 끊긴다
하지 못한 말,
이미 한 말,
들이키고서야 합쳐지는 입과 입
여기서부터 검은 숲,
침묵이 범람한다
말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
나조차 잊어버려야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너조차 잊어버려야 너에게 들어갈 수 있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통해 인류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의 핵심이 이것인지 모른다. 말이 오해를 낳고, 오해가 무기를 만들고, 무기가 전쟁을 일으킨 역사의 사례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와 너의 관계도 말에서 시작하고 말에서 끝난다. 입과 혀가 만든 소리를 집어삼킬 수 없을 때 너와 나의 관계는 구겨지고 무뎌지고 무너진다. 말의 폐해는 합일을 방해하고 관계를 단절시킨다. 마지막 두 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나조차 잊어버려야 나를 찾는 거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저녁부터 내린 비가 아침이 되도 그치지 않는다.
아침이 되었는데 일어날 기미가 없다.
계속 자다 우리들 중 엄마 역활 담당인 순한공주가 일어나 밥하고 떡국을 끓여 일단 아침을 먹었다.
자민씨는 어제 일찍 일어난데다 감기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한잠 자고 10시 출발.
-순천만 국가정원
오늘은 비가 내리는지라 노고단은 내일 가기로 했고 일단 순천만 국가정원에 가기로....
결과론이지만 왜 국가정원인가 했더니 각 나라 정원을 조그많게 만들어 놓은거다.
여기도 역시나 주차하기가 쉽지 않아. 겨우 주차했는데 자민씨는 구경 안하고 잔다고 우리들만 다녀오라고......
입장권은 8000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인데 철모 오라방은 경로 무료다.
처음 들어가 본 곳이 연못이 있고 오름같은 언덕이 몇군데 있다. 우리도 그 중 붐비지 않는 언덕 올라가 사진 찍고 내려오니 어차피 다 둘러보지 못하니 열차로 한바퀴 돌자고 한다.
열차 타는 곳을 찾아가니 표 사고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줄서서 기다리다 열차를 타니 주마간산으로 둘러보아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설명이 나와 조금은 도움이 된다.
30분 기다렸다 20분 열차 타고 내리니 자민씨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됐다.
날 좋은날 잡아 도시락 싸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둘러보면 좋을것 같다.
여행기 쓰다 입장권 확인하니 이 표로 순천만 습지 관람까지 할 수 있다고....
순천 맛집 검색해 중앙시장 근처 모정쌈밥집에 가기.
고등어 쌈밥은 추석이라 고기를 안 잡아 못하고 제육쌈밥만 있다고....
내가 한약을 먹어 돼지고기를 못 먹어 야채만 해서 쌈밥을 먹으니 뭔가 헛헛하다.
시장에 가니 고구마튀김이 아주 맛이 좋아보인다.
배는 부르지만 튀김 하나를 먹고 나니 비로소 포만감이 든다.
하늘도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단다. 그래서 튀김 사고 빵집에서 만주도 사고 자민씨는 우리들 준다고 호박에 토란까지 사서 나누어 준다. ㅎㅎㅎ
-낙안읍성
낙안읍성에 갔다.
다들 동선이 비슷한지 여기도 사람이 많다.
그나마 비는 소강상태다.
해미읍성보다는 규모도 크고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낙안읍성인 성벽 위를 걸을 수 있게 해 놓았고 잘생긴 큰 나무들이 많아 좋았다.
반바퀴 성곽 걷다 내려와 관통해 나오기~
-선암사
집에 가는 길에 선암사가 있다고 현판만 찍고 가자는 자민씨.
여기까지 와 다 같이 봐야죠? 농담이란다.
기름이 간당간당해 맘 졸어가며 선암사 가는데 예전 기억보다 진입로가 멀다.
자민씨는 갑자기 어지러워 진짜 현판만 보고 하늘, 순한공주는 먼저 내려가고 우리 셋만 절을 휙 둘러보기.
한참 행자 스님들 수련회에 템플 스테이까지 겹쳤는지 스님 이렇게 많은건 처음 본다.
특히나 외국인 스님들이 눈에 띈다.
오다 기름 넣고 집으로 가자~
숙소 근처 한우집에서 불고기백반과 육회비빔밥 먹기.
기대보다 별로라는데 맛있게 먹었다.
숙소에 와 낮에 산 튀김과 빵 안주삼아 캔맥주와 어제 남은 와인 마시기.
내일 노고단에 간다는데 일단 일찍 가야 차를 댈 수 있을것 같다.
8시까지는 가자 하니 7시 출발해야 한다고..
그럼 6시 아침을 먹어야 한단다. 그럼 5시반 일어나 밥을 해야하네?
순한공주가 밥을 앉쳐놓았고 내일 아침 먹을 김치찜은 하늘이 미리 만들어 놓았다.
10시 좀 넘어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