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1933~2005)
그리고 또
일시에 전부가 부서져 버린다.
부서짐이 곧 삶의 전부인
너의 모순의 물보라
그 속엔 하늘을 건너는 다리
무지개가 서 있다.
그러나 너는 꿈에 취하지 않는다.
열띠지도 않는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천개 만개의 눈빛을 반짝이면서
다만 허무를 꽃피우는 분수.
냉담한 정열!
세계의 여름 광장은 분수를 중심으로 열린다. 분수를 향해 열린 마음은 온몸을 다해 상승하는 목숨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상승했다가 온몸으로 부서지는 분수의 파멸을 나의 허무로 하는 까닭이다. 분수! 부서짐이 삶의 전부인, 부서짐으로 순간 어룽대는 무지개며 서늘한 눈빛의 반짝임. 분수는 낭만주의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데서 이형기 시인의 싸늘한 지성이 엿보인다. 냉담한 정열이라는 모순 앞에서.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오늘 5시 출발이라고 한다. 그 새벽에 아침이 안 먹힐것 같다.
주방에 내려가 식빵 굽고 쨈 발라 아침 싸 가지고 숙소 사장님이 태워다 주셨다.
아침에 태워다 주는건 포함이고 산행 끝나고 태우러 오는건 기부하면 되는것 같다.
우리 말고 서양인 부부와 일본인 젊은 할머니 2분도 함께 동승.
이분들이 주인장에게 무슨 비닐팩을 산다. 물어볼까 하다 말았다. (물어 봤어야 했는데...)
숙소에서 리시리산 휴양림 입구까지는 생각보다 가깝다. 얼마 안 걸렸다.
인증샷 하고 화장실 들리고 조금 올라가니 약수터가 나온다. 우린 여기서 숙소에서 싼 퍽퍽한 토스트를 산행을 위해 먹었다.
우리 말고도 산행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올라가고 텐트도 몇동 있다.
토스트 먹고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한 시간이 5:30.
얼마나 가야할지 모르니 긴장된 상태이다.
빠른 사람들은 우리들을 앞질러 간다. 우린 욕심내지 않고 갈 수 있는데 까지 가기로 했다.
3고메, 4고메 지나 5고메가 1전망대.
시야가 탁 트여 레분산에서 리시리를 보며 왔는데 리시리에서는 레분섬이 보이는 멋진 경치다.
우리 토스트 먹는 새 앞서갔던 일본 할머니들도 이곳에서 쉬고 계신다. 사진 찍고 쉬다 출발.
이곳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의자만 있고 아래는 망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자기가 구입한 배변 봉투를 끼워 쓰고 다시 모아 자기 배낭이 넣고 하산해 배변 수합통에 넣는거였다.
8시30분경 2 전망대 도착. 1000m넘는다.
차영샘 배고프다고 주먹밥을 먹는다. 벌써 밥 먹으면 어쩌려고... 아직 갈 길이 먼데.....
아무튼 조금씩 지치고 힘들고 땀난다. 물은 부족할까봐 아껴 가면서 먹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 부위가 제대로 보인다.
월악산 영봉처럼 중간에 뽀죽 솟아있다.
여기서 볼때는 별로 높아보이지 않아 곧 정상에 갈 줄 알았다.
햇살은 점점 따갑다.
리시리산 대피소가 나오고 여기에도 화장실이 있다. 우린 봉투를 사오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곧 정상이 나올줄 알고 부지런히 올라갔다.
나름 다른 팀들 추월까지 했다.
9:30경 9고메 도착. 조망은 점점 환상적이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정상을 향해 출발.
오늘 명숙샘은 내내 선두에서 내달려 보이지도 않고 차영샘과 쫀누나는 뒤에서 올라오고....
위로 올라올 수록 큰 나무는 사라지고 화산석이 많아지며 먼지도 나고 길은 미끄럽다.
10:10경 우리가 올라온 오시도마리 코스가 아닌 구즈가타 등산코스가 나오는데 훨씬 가파르고 미끄러울것 같다.
아침 같은 차 타고 온 팀 다 추월했고 늦지 않게 이제나 저제나 나오나 했던 리시리산 10:30 정상 도착. 여기가 북봉이라고 한다.
남봉이 조금 더 높지만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못가게 막아 놓았다.
땡볕에 사람들도 많다.
곧 차영샘, 쫀누나 올라와 사진찍고 포즈 취하고 주먹밥 먹고 한참 놀았다.
아무리 내려다봐도 싫증나지 않았고 바람도 정말이지 시원했고 사방이 트인 정말이지 멋진 경치다.
한국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화와 풀들이 아름답다.
차영샘 올라올때 힘들다고 디카 꺼내지도 않았다. 내려올 때는 찍어!
30여분 놀다 11시경 출발.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 보다는 빠른 속도로 하산.
나와 쫀누나가 선두로 내려오고 그 뒤를 명숙샘, 차영샘이 뒤따라 내려온다.
12;15 리시리 대피소 지났다.
물을 아껴 먹어 부족한대로 견딜 수 있었다.
빨리 내려와 약수물을 뜨고 있는데 어느새 후미도 다 도착. 화장실이 급해 내려왔다고....
감로수 마시고 등산화 씻고 드디어 끝.
정상까지 갈 수 있으려나 염려했는데 그래도 다들 자신이 민폐 되면 안될것 같은 생각에 분발해 전원 정상까지 무사히 다녀와 정말이지 기뻤다.
사실 일본 사람들은 스틱에 고무를 빼지 않고 다닌다. 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발도 올라가기 전 씻고 올라간다고... 속세의 이물질이 산에 들어오는걸 막기 위해서라나?
일본 사람 도움 받아 숙소에 전화를 하니 주인장이 태우러 왔다.
숙소에 와 목욕하고 빨래도 하고 어제 먹던 식당에가 맛있는 저녁 먹고 마트에 들려 과일도 사고 맥주도 사고 우유도 사고 계란도 10개 샀다.
내일 토스트에 넣어 먹으려고.....
내일부터는 완전히 관광 모드다. 등산 장비 일체는 쓸 일이 없고 배 타고 나가 삿포로로 하루 종일 이동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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