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낙남정맥 2구간 가기 (고운동재-돌고지재, 12/3)

산무수리 2017. 12. 4. 23:11
늪의 내간체를 얻다
-송재학(1955~)

 
시아침 11/17


너가 인편으로 붓틴 보자(褓子)에는 늪의 새녘만 챙긴 것이 아니다 새털 매듭을 풀자 믈 우에 누웠던 亢羅(항라) 하늘도 한 웅큼, 되새 떼들이 방금 밟고간 발자곡도 구석에 꼭두서니로 염색되어 잇다 수면의 믈거울을 걷어낸 褓子(보자) 솝은 흰 낟달이 아니라도 문자향이더라 바람을 떠내자 수생의 초록이 눈엽처럼 하늘거렸네 褓子(보자)와 매듭은 초록동색이라지만 초록은 순순히 결을 허락해 머구리밥 사이 너 과두체 內簡(내간)을 챙겼지 도근도근 매듭도 안감도 대되 雲紋褓(운문보)라 몇 점 구름에 마음 적었구나 한 소솜에 遊禽(유금)이 적신 믈방울들 내 손등에 미끄러지길래 부르르 소름 돋았다 그 만한 고요의 눈씨를 보니 너 담담한 줄 짐작하겠다 빈 褓子(보자)는 다시 보낸다 아아 겨을 늪을 褓子(보자)로 싸서 인편으로 받기엔 어름이 너무 차겠지 向念(향념) 

      
     
낯선 한글 표기와 한자어에 놀라지 말고 천천히 새겨 읽어야 한다. 시인은 일부러 조선시대 여성들의 한글 문체인 내간체의 표기 방식을 활용해 기막히게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완성했다. 보자기를 보낸 여동생에게 언니가 보내는 답장 형식이다. 여동생은 그 보자기에 무얼 싸서 보냈나? 그건 늪의 풍경이다. 자매지간에 마음과 마음을 헤아리는 품격이 마치 고요한 초록 늪의 그것과 닮았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산행일: 2017.12.3 (일)
코스개관: 고운동재-길마재-칠중대고지-양의토재-돌고지재 (10:20~16:40)
날씨: 겨울인지 봄인지......
멤버: 당나귀 7명



지난번 낙남정맥 기나긴 1구간. 해가 꼴딱 지고 우리 버스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깜깜한 곳을 오늘 환할때 보니 낯설다.

감개무량해 하면서 오늘도 중간 차를 만난다고 해 물만 한병씩 지고 출발하는데 출발지점을 잠시 헷갈려 했다.









지난번 마지막 징한 산죽 구간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오늘도 산죽이 초장부터 우리를 반긴다.

그래도 이번엔 중간중간 끊어주고 키보다 낮은 구간도 있고 환할때라 덜 힘들긴 하지만 급경사 오르막에서는 문워크 (제자리 걸음이라는데?)를 연습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부지런한 총무님은 배낭에 커다란 보온병에 강원도 눈덮인 산에서 캔 더덕꿀차를 타 주신다. 올해 마지막 더덕일것 같다며......

이런 산악회를 왜 안 나오는지 (못 나오는거겠지만) 7명이 누워서 오며 참 생각이 많다.


















오늘 모처럼 조망이 트인 곳에 오니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실 낙남정맥은 지리산 구간 외에는 크게 높은 구간이 없단다. 중간중간 길도 만난다는데 (그 덕에 비무장 산행도 가능하고) 유명짜한 산은 없을지 모르지만 햇살에 비치는 앙상한 겨울산색은 정말이지 곱다.

지리 주능선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내리막 가기.

오늘 산길은 산죽 없으면 낙엽 덮인 자갈길이라 나처럼 헤매는 백성은 이래저래 버벅거린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후미에서 신천씨와 윤호씨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뒤를 봐준다.



















중간 주산 갈림길에서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버스가 길이 좁아 길마재로 오는데 어려움이 많단다. 문제는 되돌아 나갈 수도 없는 길이라고 한다.

좀 더 진입하면 절이 있어 길은 그래뵈도 국도라는 총무님.

아무튼 2시간이면 될거라는 오전산행이 생각보다 오래걸려 12:40 길마재 도착.

막상 길마재는 생각보다 길이 넓다. 동네 주민이 뒤를 봐줘 겨우 끌고 오셨다고......

점심 조촐하게 먹고 오후에도 간식과 물만 지고 출발. 총무님은 더덕꿀차 한잔 더 먹인다고 물끓여 보온병 다시 채워 배낭에 챙긴다.










오후 산길은 오전에 비하면 실크로드인줄 알았다.

초장엔 산죽도 없고 돌도 없는 평탄한 길이 나왔다.

산불감시탑이 나왔고 산에서 나무에 가려 잘 안보이던 하동호가 제대로 보인다.

길은 마냥 평탄하지 않았고 군데군데 산죽도 보였지만 오전에 비하면 콧노래 나오는 길이다.

칠중대고지는 군부대냐는 회장님 말씀에 예전에 군대가 있지 않겠나고 했는데 막상 표지기를 보니 산죽밭 한 가운데 리본이 잔뜩 매어있는 도저히 군부대가 있을 곳은 아니었다.











고도가 많이 오르내리는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하진 않았다.

팍 올려치나 싶으면 완만한 길이 나오고 급경사 인가 하면 순한 길이 나온다.

산은 겨울산이 아니라 가을산처럼 따뜻하고 밝고 그윽하다.

중간중간 시계가 트이면 아련히 먼곳 산겹살이 아름다웠고 내려다보이는 마을도 따뜻해 보였다.

갑자기 길이 나왔고 화장실과 벤치까지 있다.

여기가 양의터재라는데 둘레길 구간이어서 이런 시설을 해 놓은것 같다.

여기서 2차 더덕꿀차와 과자까지 먹고 출발.






































양의터재 지나서는 그래도 벌목이 되어있어 길은 좀 더 순해진것 같다.

문제는 뚜렷히 봉우리나 정상 표지기가 없어서인지 선두에선 작가님과 회장님은 산행 끝날 때 까지 못 만났다.

이대장은 지난번 산죽밭에서 미끄러워 고생했다고 새 신발을 신고 왔는데 작아서 발가락이 아파 빨리 걷지를 못하나보다.

산행 끝나고 하는 말이 발가락이 닿지 않게 걷다 보니 무릎이 아팠다고......

산은 점점 낮아지고 마을도 가까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길과 나란하게 가는데 정맥은 정맥인지라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더니 막판 대나무밭 지나고 큰 길이 나오고 우리 차가 서있다.

오늘 산길이 짧다고 다음 구간 조금 더 하면 어떠냐고 했는데 더 하면 큰일날뻔 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환할때 끝나 행복했다.





차를 타고 단성IC 진입 전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찾기가 어렵다.

어렵게 예담촌이라는 문 연 식당을 찾아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저녁 먹기.

지난번 산행 후 술을 마다하던 회장님이 오늘은 안주가 좋다고 술을 드신다. ㅎㅎㅎ

오늘 저녁은 총무님이 쏘셨다.

밥 먹고 차에 누워 자다보니 9시반 경 평촌 입성. 너무 빨리와 다들 놀랬다.

원래 하계, 동계에는 맥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남쪽나라이고 봄 된다고 회원 배가될것 같지도 않다고 그냥 낙남정맥을 쭉 이어 간다고.....

산행 한번 더 하면 2017년도 지나가게 된다. 세월 정말 빠르다.

1, 3주 일요일에 갈 산이 있고 함께 할 멤버가 있어 행복하다~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