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낙남정맥을 시작하다 (거림-영신봉-고은동재, 11/5)

산무수리 2017. 11. 7. 00:24
나무에 대하여
-이성복(1952~ )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무의 몸통뿐만 아니라 가지도 잎새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것이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왼종일 마냥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몸통과 가지와 잎새를 고스란히 제 뿌리 밑에 묻어 두고, 언젠가 두고 온 하늘 아래 다시 서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처서가 지나면 나무들은 생장을 멈추기 시작한다고 한다. 위로만 솟아오르려는 상승의 기운을 접고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름은 너무 밝고 뜨거웠다고 나무들도 서늘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햇볕이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고, 바람이 술 먹으러 가자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침잠의 시간이 없다면 나무들의 키는 벌써 하늘에 닿았거나 혹한의 겨울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된 잘 늙은 나무는 이렇게 평생 상승과 하강을 되풀이하면서 마음이 깊어진다. 아래를 내려다볼 줄 아는 눈, 나무에도 분명히 있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 산행일: 2017.11.6 (일)

2. 코스개관: 거림-세석-영신봉-음양수-의신갈림길-삼신봉-외삼신봉-묵계치-고은동재 (9:00~19:20)

3. 날씨: 시계도 좋았던 멋진 가을날

4. 멤버: 당나귀 7명.

 

원래는 수도기맥 마지막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11월3주부터 낙낙정맥을 시작하기로 했으나 3주부터는 지리가 경방이라고 첫주 지리를 간단다.

내심 가을 지리를 갈 수 있어 행복했다.

문제는 거리. 오늘 코스 18키로가 넘는다고. 무박으로 가야할 이 코스를 당일로 가기로 했으니 출발시간도 1시간 당겨졌다.

3:40에 일어나 밥 해 도시락 싸고 아주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

헐렁한 차에서 다들 길게 앉아서 누워서 자면서 산청 휴게소 도착.

대부분 아침을 안 드셔서 휴게서에서 아침 먹기. 나와 작가님만 아침을 먹고 온것 같다. 기사님과 빵 나누어 먹고 조금 더 가니 거림.

차로 가는데 까지 가니 길상암. 더 이상 가면 안될것 같아 내려 출발.

 

 

 

 

 

 

 

 

 

 

 

 

 

 

 

 

 

 

 

 

 

 

 

 

 

 

겨울 거림에서 올라갔던 이 길을 가을에 올라가니 초장은 단풍이 곱더니 조금만 올라가니 산색은 곱지만 단풍은 떨어지거라 말랐다.

초장 완만했고 중간 빡쎘고 세석 가까워지니 다시 완만해져 2시간 반 만에 세석에서 물뜨고 진작 올라온 총무님이 물 끓여 더덕꿀차를 주신다.

여기서 밥 먹는거냐 하니 음양수 가서 먹자 한다. 더덕꿀차로 힘 내고 영신봉 가기.

 

 

 

 

 

 

 

 

 

 

 

영신봉 정상은 비법정 탐방로. 그래도 낙남정맥 시작점인지라 살며서 금줄로 숨어들기.

아무 표시도 없는 영신봉에서 천왕봉, 세석이 아주 가깝다.

천왕봉 안 가냐는 강사장님 말씀에 다들 웃었다. 원래 강사장님은 세석찍고 거림으로 백 하시기로 했는데 오늘 여기 지나면 내리막이라고 함께 간단다.

내심 나도 힘 많이 안 들려나 기대했다.

 

 

 

 

 

 

 

 

 

 

 

 

 

 

 

 

 

 

 

 

 

 

 

영신봉 내려와 다시 음양수 가는 금줄로 들어서기.

초장에 길이 잘 나있었는데 암릉에서 길이 조금 어렵다가 다시 순해졌다 반복이다.

헌데 회장님과 이대장이 뒤늦게 나타단다.

영신봉에서 금줄 나오다 공단 직원에게 걸려 한소리 듣고 왔다고 지나갈때까지 반대편으로 가다 되돌아 온거라고....

금줄 다시 들어서는거 들키지 않아 천만 다행이다.

문제는 중간 일이 좀 엉클어진 곳에서 이대장은 산죽속으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낙엽쌓인 길을 내려오다 헤어졌다.

큰소리 지를 수도 없고 전화로 겨우 통화되고 기다리다 안 와 음양수로 금줄 밖으로 나오니 이대장은 저 아래에서 올라온다.

늦은 점심 먹고 음양수도 먹고 물도 뜨고 출발.

 

 

 

 

 

 

 

 

 

 

 

 

 

 

 

 

 

 

 

 

점심 먹고 삼신봉 가는 길은 햇살도 어여쁘고 가을 산색도 아름답고 우측 반야도 아름답고 좌측 촛대봉도 어여쁘다.

초장은 길도 순하고 참 좋았는데 지리는 지리인지라 업다운이 나타나고 낙엽 쌓인 길은 잘못 디디면 미끄러진다.

아무튼 선두를 따라가기 힘들어 자꾸 뒤쳐진다. 힘드니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키 작은 산죽밭에 햇살이 비쳐 아름답다. 그나마 이 길은 평지성 길이라 부지런히 속도를 내 가니 선두가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앉아 간식 먹고 힘내기.

강사장님이 다리에 쥐가 날것 같다 하신다. 신천씨와 천천히 청학동으로 하산하시라고 하고 종주팀은 출발.

 

 

 

 

 

  

 

 

 

 

 

 

 

 

 

 

 

 

 

 

 

 

 

 

 

 

 

 

 

선두에 가다 힘들어 후미로 처졌다. 내 페이스대로 가야지 억지로 쫓아가다 다치거나 탈진하면 안될것 같다.

후미에서 겨우겨우 삼신봉까지 쫓아갔다.

삼신봉에서 보는 지리 주능선. 여산이 몇번이나 왔다 한번도 못 본 그 주능선이 오늘은 사방이 다 트여 아주 그냥 죽여주는 조망이다.

부부로 보이는 한팀이 청학동에서 올라왔다 되돌아 내려간다는데 친절한 총무님이 더덕차를 나누어 주신다.

오늘 사람이 적게 와 더덕차를 2잔이나 먹는 횡재를 했다. 차 마시고 대추도 먹고 외삼신봉으로 출발~

 

 

 

 

 

 

 

 

 

 

 

삼신봉 지나고 청학동 갈림길 지나 비법정 탐방로로 다시 스몄다.

여기서 외삼신봉까진 길도 험하지 않았고 외삼신봉에 올라가니 이곳 조망도 삼신봉 못지않게 멋지다.

배가 너무 고파 총무님 초코파이 먹고 힘내기. 안 드신다는 회장님도 억지로 드시게 했는데 이거 안 먹었으면 그야말로 큰일 날 뻔.

 

 

 

 

외삼신봉 지나자마자 리본이 엄청 매 있고 암름성 길이 두군데나 된다.

선두에 내려간 이대장은 뒤도 안 봐주고 앞서서 가 버린다. 버벅대며 겨우 내려오며 팔꿈치도 까졌다.

그래도 이 암릉만 지나면 고생끝 행복 시작인줄 알았다.

 

 

 

 

 

 

 

 

 

 

 

산죽밭이 펼쳐진다.

처음엔 키도 크지 않았고 멀리 석양빛도 어여쁘고 마지막 햇살 받은 산색도 아름다웠다.

헌데 산죽밭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키가 점점 커진다.

내리막에서는 낙엽에 덮여 나무가지라도 밟으면 여지없이 미끄러져 주저앉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몇번이나 넘어졌는지 모른다.

결국 산죽밭에서 해가 꼴딱 졌다. 랜턴을 켰다. 회장님과 작가님은 앞서 가셔 안 보이고 총무님이 앞에서고 랜턴 없는 이대장이 가운데 내가 후미에 섰다.

산죽밭에는 중간중간 나무들이 각양각색의 높이로 가로질러 길을 가로막아 넘기도 하고 앉아서 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기어서 지나가는 곳도 있다.

묵계치라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여기서 봉우리 하나만 넘어가면 고은동재라는데 그 봉우리 올라가는 길도 끝없는 산죽밭이다.

정말이지 징하게 긴 산죽밭이 나오고 마지막 봉우리 올라왔나 싶으면 또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산죽을 잡고 내려오는게 제일 안전한것 같은데 온 산 먼지를 다 털고 다닌것 같다.

아래에서는 왜 안오냐고 자꾸 전화를 한다.

좌측으로 하산하는줄 알았는데 우측에서 회장님과 작가님 소리가 들린다.

 

 

길이 오른쪽으로 휘며 산죽밭이 얼추 끝난 지점에서 두분이 기다리고 계시다. 한참 기다렸을 텐데....

그래도 5명이 되니 조금 힘이 난다.

이대장이 하도 천천히 가 덕분에 힘도 좀 충전이 된것 .

 

 

아까부터 해인지 달인지 헷갈리는 붉은 달이 왼쪽에서 쫓아오더니 이 달이 푸르스름 해 졌다.

마지막 봉우리인 901봉이 보인다.

 

 

 

여기서 얼마 안 남았다는 총무님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철조망이 나오고 철조망 건너에 불이 켜진 버스가 보이는데 하도 커 보여 우리 버스 아닌줄 알았다.

헌데 우리 버스였다.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온다.

산죽밭 내려오면서 나중 이 길 재미있었다고 두고두고 이야기 할거라며 선택적 치매라며 웃었다.

차 타고 옷을 갈아입으려니 함께 딸려온 나뭇잎, 산죽이 카메라 가방, 옷에 엄청 달라붙었다. 징하게 따라다닌다 웃었다.

 

 


원래 오늘 저녁은 이 동네 맛집이라는 떡갈비 정식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늦어 밥이 안 된다고 해 몇집 전전하다 부페식당 겨우 만나 저녁을 먹는데 힘이 들어서인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린다.

하산주도 전혀 마시고 싶지 않다.

이것 저것 반찬 가져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오뎅 국물, 숭늉을 먹으니 조금 낫다.

회장님도 웬일로 한접시 후딱 드시고 제일 먼저 일어나신다.

오늘 당신때문에 고생했다고 신천씨 밥 사준다는 강사장님. 덕분에 우리들까지 잘 얻어 먹었다.

8;40분경 출발. 잘하면 오늘 들어갈 수 있다는 총무님.

천안 휴게소 잠깐 쉬고 오늘 안양 입성.

정말이지 제일 긴 구간을 무사히 끝나 정말이지 다행이고 행복했다.

점점 민폐가 되는것 같은 불안감, 그래도 희소성 덕분에 아직은 봐 줄 거라 우겨본다. 다들 감고사~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