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8산행

낙남정맥길에서 생일을 맞다 (솔티고개-화원마을, 2/4)

산무수리 2018. 2. 4. 23:29
가을걷이            
-도귀례(1944~  )  
 
시아침


묏똥 앞에 땅이 남아
세 고랑 밭을 만들었는데
곡식 벌이해서
짐승 좋은 일만 했네
애초기로 친 것만치로
야물딱지게 뜯어먹어 버렸네
자근자근 빠마볶아 먹은 것처럼
먹어버렸네
 
돈 고까진 것
안 벌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것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진심은 본래 말끔히 다 털어 내놓을 수 없는 말 같다. 말을 해도 속이 후련치 않고 응어리가 안 풀린다면, 바로 그 상태 속에 진심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욕심쟁이건 자선가건 다 돈을 좋아한다. 형편은 제각각이지만 돈 없인 살 수가 없어서다. 무덤 곁 ‘세 고랑’ 밭에 곡식을 심어 그 좋은 돈 얼마로 바꿔보려 했는데, 말짱 헛일이 되었다. 울화와 허탈이 첫 연의 생생한 묘사를 낳았다. 마음을 더 잘 말하기 위해 도귀례 시인은 ‘애초기’와 ‘빠마’와 같은 입말의 비유를 활용하였다. 태연을 가장한 결구의 허세는 진심의 반의반도 안 된다. 진심의 대부분일 아까움과 속상함은 행간에 숨어 오히려 더 역력히 드러난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2.4 (일)

코스개관: 솔티고개-유수교-비리재-실봉산-화원마을 (10:00~16:00)

날씨: 남쪽나라라 추운 날씨인데도 그다지 춥지 않았다.

멤버: 당나귀 9명.




지난주 시부상을 당하고 당나귀 회원들이 춥고 바쁜 와중에 방문해 주셔서 큰 일을 무사히 잘 치뤘다.

윤호씨는 이날 신발을 누군가 바꿔신고 가 그 추운날 쓰레빠 신고 갔다. 고맙고 미안하고.....

오늘 원래 내 생일날이다. 전에도 한번 생일날이 월례산행이라 산행 후 축하를 받았는데 오늘은 회갑인지라 아침 총무님이 케잌까지 들고 오셨다.

오랫만에 정임씨가 차 보따리를 들고 탄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아침 안 먹은 백성을 아침 먹고 커피, 유자, 레몬차 골라서 타준다. 거기다 수연씨는 맥반석 계란까지 삶아 왔다.

여자가 늘어나니 먹을게 풍성하다고 좋아한다. 여자도 여자 나름인데....

오늘 산행 시작점인 솔티고개에 지난번 하산해 목욕했던 곳을 보더니 목욕부터 하고 산에 가자 웃긴다.

길 건너 식당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주인장 왈, 이왕이면 간판 나오게 찍으라며 개 끌고 산에 간다.










여기서 길따라 가면 되는데 이대장과 윤호씨가 식당주인 따라 갔는데 그 길은 옥녀봉 가는 길이라고......

오늘 산행 중 제일 높다는 195M 정상에서 두사람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우리끼리 인증샷 하고 신천씨 사과 먹고 사과를 삼각점에 놓고 우리들은 진행.















오늘 산길은 길도 자주 만나고 과수원도 많다.

도로 밑으로 지나는데 강아지 2마리가 우릴 반긴다.

여기서 직진해야 하는데 이대장과 윤호씨가 길이 아닌줄 알고 조금 해맸다고 한다.

아무튼 길 건너 산길로 접어들다 조경시설 지나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총무님표 대추차를 마시는데 두 사람이 내려와 합류.

























오늘 높은산도 없고 길도 낙엽, 침엽수가 깔려있어 푹신하고 아주 좋다.

과수원길 지나며 나은지 얼마 안되는 강아지도 보이고 햇살 받아 어여쁜 대숲도 지나고 과수원 옆으로 내려오다 보니 강이 보이고 멋진 다리도 보인다.

거기에 복숭아 과수원을 지나는데 예쁜 하늘색 배경으로 빛깔이 너무 곱다.

꽃피면 얼마나 예쁠까 생각만 해도 행복해 지는 경치.









다리를 건너며 점심 먹을곳이 왜 안 나오나 했는데 낮은 언덕성 산길을 걷다보니 멀리 우리 버스가 보인다.

행복해 하며 내려와 총무님이 라면 끓이고 바람 막는다고 현수막까지 차에 치고 두 여인이 오니 반찬도 더 럭셔리 해져 집에서보다 훨씬 잘 먹었다.

남은 라면은 이대장과 신천씨가 잔반 처리를 해 줬다.















오늘 밥 먹기전 산행이나 먹은후 산행이나 거리가 비슷하다는데 오후엔 길을 더 자주 만나고 속도도 빨라진다.

오후에는 그래도 정상 표지가 있는 실봉산에서 인증샷 하고 커피와 곶감, 윤호씨 빵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저녁 먹을 수 있나 걱정할 정도로......














정임씨과 오랫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앞에 작가님이 서 계신다. 

갈림길인가? 헌데 기사님도 보이네?

벌써 산행 끝?

수연씨는 무릎이 조금 아프다고 천천히 하산.

저녁 먹기 너무 이르지만 그래도 진주시내 원조집이라는 제일식당으로 고고씽~!











상가에서 진주 출신인 신샘이 추천한 제일식당의 육회비빔밥과 가오리 무침. (055-741-5591, 진주시 진양호로 553 (대연동), 주차는 중앙시장 공영주차장)

시장통이라 기사님이 알아서 차 대고 이곳에 몇번 와 보셨다는 작가님도 헷갈려하신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원조집이라며 맛있다고 하신다.

집은 크지 않은데 마침 방에 자리가 나 10명이 꽉 차게 앉아 케잌 불고 축하노래 듣고 감칠맛 있는 비밤밥과 가오리무침 먹기.

17:30 출발. 죽전 휴게소 잠시 쉬고 9시 평촌 도착.

날씨도 좋았고 산은 높지 않아 더 좋았던 날. 생일까지 축하받고 선물까지 받던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