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순(1937~ )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전라도 곡성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을 배워 시를 써서는 '시집살이 시(詩)집살이'라는 책까지 냈다기에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놀랐다. 시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좋은 시들이어서였다. 어설픈 기교와 겉치레 수사가 가신 삶의 기록들을 읽다 보니, 시란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윤금순 시인의 이 짧은 작품에서 ‘살았다’와 ‘견뎠다’는 같은 말이다. 삶은 견딤이었고 견딤이 곧 삶이었다. 무엇을 살아내고 무엇을 견뎌냈는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우리의 늙은 어머니들이 “아이구야, 말도 말도 말거라” 할 때의 그 손사래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저 ‘잘’이라는 말 앞에서 숙연해진다. 이 한 글자에는 한 사람의 정직한 인생 소감이 풍파와 애환을 전혀 잃지 않고 오롯이 응축돼 있다. 하느님의 발걸음처럼 와서 속삭이는 ‘눈’은 그 생에 대한 하염없이 정확한 축복이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1 (목): 동서울-백무동-장터목 (1박)
2/2 (금): 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거림
횐갑을 지리에서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차영샘과 단 둘이 지리를 가게 되었다.
욕심 같아서는 무박으로 출발해 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같이 할 친구가 있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새벽 일어나 7시 차를 타고 백무동 도착.
겨울인지라 대부분 식당이 문을 안 열어 첫 집에 들어가 된장찌개로 다소 거한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 하려는데 함께 차에서 내렸던 분이 물 준비했냐 하면서 장터목에 물이 없다고 한다.
물이 없다고라? 파는 물도?
급히 가게에 가니 큰 물도 떨어져 500ml 물 4병을 사 둘이 나누어 지었다. 졸지에 짐이 무거워 진다.
지리는 가물기만 한게 아니라 눈도 없다.
하동바위에서 쉬려니 젊은오빠 둘이 아이젠을 하고 내려온다.
위에 눈 있어요? 여기 지나면 바로 눈이라고 아이젠 하라 하신다.
가끔 계곡이 얼어 넘친 곳이 있어 조심스럽긴 했지만 이런 빙판은 아이젠도 소용없어 다들 우회해 갔다.
아무튼 참샘까지는 아이젠 없어도 올라가는데 큰 불편은 없다.
참샘 지나고는 아이젠을 했다. 마음이 편하다.
오늘 겨울 날씨 치고는 춥지 않았고 날도 화창해 시계가 좋다.
이렇게 반주라도 지리를 들 수 있어 행복하다.
사람은 거의 없어 지리를 전세낸듯 하다.
천천히 쉬며 사진 찍으며 3시 장터목 도착.
공단 직원에게 진짜 물 안 파냐고 하니 자기네 세수도 못한단다. 아래 샘에서 물이 나오긴 나오는것 같다.
큰 눈사람 앞에서 사진 찍고 취사장으로......
일찍 들어가봐야 그래서 일단은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물이 귀하니 아껴아껴 햇반 2개 데웠고 김치찌개 끓여 저녁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자리 배정을 받았다.
부산에서 홀로 왔다는 분은 문어까지 들고 와 삶아 다리 떼 주어 문어까지 얻어 먹었다.
대피소는 요금만 올랐지 시설은 그대로다.
한 여인 요금이 올라 담요 그냥 주는줄 알았다며 실망한다. ㅎㅎㅎ
사람이 얼마 없으니 남자는 1층, 여자는 2층을 주는데 여인도 3명 뿐인것 같다. 헌데 다들 무림의 고수인가 보다. 우린 깨깽.....
짐 풀고 일몰에 맞춰 멋진 일몰을 보고 대피소에 들어가 인증샷 하고 물휴지 세수하고 잤다.
차영샘 내일 아침 천왕봉 안 가는게 좋겠다고 한다. 혼자 어찌 올라가냐 걱정해 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라도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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