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8산행

봄이 쳐들어오다 (낙남정맥: 부련이재-큰재, 3/4)

산무수리 2018. 3. 5. 23:14
들꽃 언덕에서             
-유안진(1941∼ )  
 
시아침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저 언덕에 하느님이 계실까.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과 삶은 달라진다. ‘값비싼’ 걸 소유한 상태를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격(price)을 가치(value)보다 더 높은 데 두지만, 최상의 것은 원래 값이 없다(priceless).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값없는’ 들꽃들 속에 신이 살고 있다. 하늘의 척도는 인간의 척도와 다름을 알았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말미에 숨겨두었을 것이다. 이 두 척도는 종국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달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 03. 4(일)

코스개관: 부련이재-백운산(391m)-대곡산1(425m)- 천황산(342.5m)-가리재-대곡산(545m)-화리재-천왕산(무량산:582.6m)-578m봉-큰재 (10:00~17:30)

날씨: 비가 내리는듯 만듯한 후덥지근한 날

멤버: 당나귀 8명




원래 순서대로 하면10키로 짧은 구간을 하는 날이다. 이 구간은 시산제를 위해 하나 건너뛰고 오늘은 제법 길고 업다운도 심한 코스라고 한다.

그동안 널널했던 낙남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중간에 차를 만나 짐이 가볍다는 것.

문제는 비 예보가 있다.

정임씨가 와 반가운데 대신 수현씨가 고향 간다고 못 왔다고...

차 타고 자고 장수 휴게소에서 쉬는데 산이 허옇다. 내심 아이젠을 가지고 왔어야 하는 걱정 아닌 걱정까지 했다.

신마담표 커피, 바나나에 무수리 빵까지 오전 간식을 미리 먹었다.


다시 자고 산행 기점인 부련이재에 도착해 인증샷 하고 출발.

총무님은 오늘도 우리들 먹인다고 차에 뜨거운 물 싸지고 올라가고 점심에는 누룽지까지 끓여 준다고.....









안양에서 출발할때 실비가 오는것 같더니 산행 출발시 빗발이 떨어지는데 맞을 비는 아닌것 같아 대부분 비옷을 입었다.

헌데 덥고 비도 생각보다 내리지 않아 다들 벗어 치우고 산행 하는데도 덥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날이 풀려 티만 입고 산행하려고, 아니면 비가 내려 서늘할것 같아 따뜻한 겨울옷 입고 온 사람들.

1시간여 만에 오늘 첫번째 봉우리인 백운산 도착. 총무님은 더덕 찾아 헤매는지 보이질 않는다. 인증샷 하고 출발.










총무님을 만나야 차도 마시고 할텐데 안오니 신천씨과 윤호씨는 총무님 기다린다고 천천히 오는것 같다.

임도 몇번 가로지르고 큰 길 보이는 곳에 시야가 트이는 무덤가. 여기가 배곡고개라고.....

헌데 후미에 있는줄 안 총무님이 먼저 와서 차를 타고 있다. 헐~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대추차에 신천씨표 커다란 사과를 반개씩 든든하게 먹고 점심 먹을 가리고개를 향해 출발.













천황산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났다.

총무님은 누룽지 끓인다고 선두에서 휘리릭 가버려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도 부지런히 걸어 가리고개 가니 멋진 정자가 있다.

정자 위에서 앉아 밥 먹고 총무님표 구수한 누룽지로 따뜻하게 배터지게 아주 잘 먹고 출발.

정임씨는 오전 산행만 하고 쉰다고 하니 혼자 심심하다며 신천씨도 안 가고 종점에서 반대로 올라와 마중 나온다나?










가리고개 지나 왼쪽 철조만 쳐 진 곳이 나온다. 목장인가?

아무튼 대곡산까지 가는데 힘들어 땅만 보고 올라가는데 거리가 거리인지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리본이 엄청 달려있고 다른 팀도 보인다.

다들 몸이 가볍고 엄청 잘 걷게 생긴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통영지맥 하는 사람들인데 화원고개에서 왔다고 한다. 겁나브러....

여기가 대곡산이라는데 표지기가 깨져있고 코팅된 종이를 줏어들고 사진찍기.













다름 갈 곳은 오늘 제일 높은 무량산. 정맥에서 약간 벗어난 곳인데 찍고 간다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다.

올라가는데 오른쪽 편백숲이 보이는데 정맥길은 왼쪽으로 나 있다. 내심 편백숲을 못 지나가나 서운했는데 정맥길에서도 편백숲을 일부나마 맛볼 수 있다.

여기서 열심히 올라왔는데 계속 내려가 내심 불안하다. 헌데 길은 갑자기 평지성 길을 가고 길게 돌려 놓았다. 

왼쪽의 큰 목장을 우회해 길을 그렇게 만든것 같다.

아무튼 부지런히 오르내리다 보니 임도가 보이고 넓은 평상까지 있는 화리재. 자전거 임도가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2차 차 마시고 작가님 바나나까지 먹기. 배 고플 새가 없다.









화리재에서 길진 않지만 편백숲을 음미하며 지나가기.

조금만 더 가면 무량산이 나오는것 같다.

봉화산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무량산인데 막상 정상석에는 천왕산으로 되어 있다. 일제때 잘못된 표기를 바로 잡는 거라고....

이 지점이 낙남정맥 중간 지점이라고 한다. 정상 사진 찍고 다시 갈림길로 백하기.
















무량산에 신천씨가 안왔다고 하니 우린 천왕산에 와 있는데 신천씨는 무량산 찾아 다닐거라나 뭐라나?

이젠 내리막만 있는줄 알았는데 몇번의 오르내림이 있었고 두군데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시계가 트여 조망을 볼 수 있다.

비 안맞은것만 해도 고마운데 조망까지?

이젠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되는줄 알았는데 막판 내리막이 질고 미끄러운 길.

그 옛날 다들 엉덩방아 찧던 그 길이 생각나는 길이다. 그나마 길지 않아 조심조심 내려오니 임도에서 신천씨와 정임씨가 반겨준다.

진작 마중나오려 했는데 그만 잠이 들었다나?

조금 더 내려가니 우리 차가 보인다. 신발에 뭍은 흙을 터느라고 털고 차 타고 출발.






산행 잘 마친건 좋은데 밥 먹을 곳이 있나가 걱정이다.

총무님이 찾아낸 고향청국장은 식당이 아니라 청국장 공장이었다.

다행히 작지 않은 가든이 있어 맛있는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무사히 저녁을 잘 먹고 7시 출발.

11시 안양 도착.

차 타고 자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해 안양에 올때까지 비가 내렸다.

오늘 비 맞지 않아 좋았고 긴 산행 무사히 끝나 기뻤고 저녁 굶을뻔 했는데 맛좋은 저녁까지 먹을 수 있어 행복한 하루로 기록할 수 있었다.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