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8산행

가을 서락을 가다 1 (10/2~3)

산무수리 2018. 10. 10. 19:40

맨 처음           
-이응준(1970~ )  
    

시아침 8/15


맨 처음 고양이를 향해 나비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을 거야.  
 
나는 너무 오래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게
이렇게 속삭여.  
 
나비야-
나비야-    
     
붉은 지붕에 오르렴.
올라
흐르는 흰 구름을 보렴.  
 
어서 날아가라,
내 나비야.
 
 
고양이는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이지만 나비만큼은 아니다. 상처 입은 어떤 마음이 그 닮음에 체해 고양이를 처음 나비라 불렀을 것이다. 나에겐 고양이처럼 웅크린 마음의 어둠이 있다. 밝힐 수 없었던 그 어둠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나비처럼 날아가게 할 수 있을까. 마음속의 나비가 밤길의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걸어 나와야 할 텐데.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8월 설악을 오려다 비를 핑계로 오지 못했다.

개교기념일과 낀 개천절이다. 추첨제로 중청에 예약이 되어 지리산 다녀온 다음날이지만 무리를 하게 되었다.

7:30 동서울발 한계령행 버스를 타고 10시 좀 지나 한계령 도착. 어제 지리산이 추웠기에 설악은 당연히 더 쌀쌀할줄 알고 다소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 실수한것 같다.

한계령은 기대이상의 단풍이었고 사람들도 평일인데도 제법 많다.

여기서 차로 설악산 갈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케이블카를 어디서 타냐고 묻는 해프닝 연출. 아무튼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닌데 이미 출발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산행 온 사람들은 말로는 나름 산행에 일가견이 있는것 처럼 말하는데 속도는 그닥 빠른 사람은 거의 없다.

남의편은 사진 찍는다고 오르내리느라 보이지도 않는다.

한계령 삼거리까지 가는데 여기가 이렇게 먼지 정말이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내가 원해서 왔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끌려온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성이 된다.

아무튼 삼거리에서 싸온 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
























끝청까지 가는 길은 전에 없던 데크도 군데군데 깔려있어 정체는 덜할것 같다.

나만 힘든건 아닌지 차차 한, 두 팀씩 추월할 수 있었다.

앞 뒤 어디를 봐도 단풍이 만발이다. 설악 설악 하는 이유가 정말이지 이해가 간다.

힘들지만 행복해 하면서 카메라를 빼앗긴지라 휴대폰으로 이런 저런 사진 찍고 끝청 도착.



















대청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업다운도 덜 해 속도가 난다. 아무튼 무사히 일단 중청까지 도착하니 참 좋았다.

중청은 화장실 공사중이라 냄새 나는게 옥의 티.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안에도 밖에도 서성거린다.

대피소 배정은 6시에 해준다는데 일몰 경 정상에 갈까 했지만 일단 정상 찍고 사람들 몰리기 전 일찍 저녁을 해 먹자 했다.











정상은 무박이나 당일 산행 온 사람들은 거의 다 내려가 아주 한갖지다.

추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은 정상에서 정상 사진을 찍고 하산.



취사장은 한, 두팀 빼고는 아주 한갖지다. 물탱크는 있지만 물은 나오지 않는다.

햇반을 데워주냐고 하니 전자레인지를 밖에 내놓고 자유롭게 데워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자리배정은 5시부터 해 준다고 한다.

햇반 데우고 베이콘 구워먹고 어묵탕 끓여 저녁을 먹었다. 남의편은 금주산행이라고 진짜 술을 안 가지고 왔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가는데 자리 배정을 해 준다고 해 뛰쳐 올라가 자리배정 받고 (남자들만 온 사람들 숙소 따로, 여자들, 남여 같이 온 팀 한방에 배정) 담요 가져다 놓고 취사장에 오니 그새 취사장은 사람으로 꽉 차 우리 자리도 이미 빼 준 상태. 빨리 밥 먹기 정말 잘한것 같다.




해질녁까지 산행을 못 마친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들락거리며 소란스럽지만 잠시 눈 부치고 자다 일몰을 볼 겸 나왔는데 쌀쌀하다.

일몰과 야경 대충 보고 다시 숙소에서 누워 버티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