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고요한 -김명리(1959~ )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적막이 또 한 채 늘었어요
이대로 죽음이
삶을 배웅 나와도 좋겠구나 싶은
바람 불고 고요한 봄 마당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 잎이 번지나보다. 그것은 아주 먼 곳으로부터의 힘겨운 발걸음. 나무는 아픈 사람처럼 오래 가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지켜보는 이의 적막한 마음을 헤아려서 죽음이여, 이제 그만 꽃들을 이 고요한 마당으로 내보내주시길. 그 꽃들 가을의 향기로운 열매에 닿도록 힘껏 손 흔들어주시길.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12.2. (일)
코스개관: 노채고개-원통산-숯고개-운악산-철암재-화현고개-서파고개 (8:45~15;35)
날씨: 아침 쌀쌀하고 흐린 날씨. 오후 해도 보이고 기온도 올라감
멤버: 당나귀 7명
토요일 둘레길 걷기 모임을 했다. 기흥 저수지 둘레길이라 거리는 꽤 됐어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신력이 딸리는지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는것 같다.
집에 와 내일 산행 준비를 하려니 싸가지고 갈게 없다. 레자미에 롤케잌을 만든다고 해 2개 배달 부탁하고 청소 부리나케 해 치우는데 등이 뻐근하다.
모처럼 경락을 너무 쎄개 받았나?
아침에 일어나 피부에 뭔가 난것 같은데 혹시 대상포진? 모양을 보니 역시인것 같다. 미리 말했다가는 산에 간다고 난리 치니 일단 출발.
쑤시던 자리가 버스에서 한숨 자고나니 통증이 줄어들었다. 요즘 잠을 며칠 설쳐서 피곤해서 난건가?
목적지 너무 빨리 도착해 자다 깨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정임씨표 커피와 삶은계란에 레자미 롤케잌을 먹고 출발.
산길은 초장은 급경나 무너져 내리는 길이더니 곧 정상 등산로다. 산은 이제 겨울 모드라 황량하면서도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생각보다 빠르게 첫번째 봉우리인 원통산이다. 선두가 진작 기다리고 있어 인증샷 하고 출발.
내 딴에는 부지런히 간다고 해도 곧 선두가 격차가 벌어지고 길은 순한듯 하면서도 급경사 내리막이 제법 살 떨린다.
그중 한곳에서 넘어졌는데 나는 멀쩡한데 스틱이 휘었다. 으앙, 새건데.....
윤호씨가 펴줬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 신천씨가 짧아진 내 스틱과 바꾸어 자기 스틱을 빌려준다. 미안하지만 내코가 석자인지라 사양 못했다.
능선은 바람이 차다. 신천씨 귀가 시려 쩔쩔맨다. 버프가 정말 필요한 계절이 왔다.
다행히 선두가 바람 불지 않는 곳에서 총무님이 더덕꿀차를 준비하고 계시다. 오늘 사람이 적어 2번 먹을 수 있다고....
따뜻한 더덕꿀차를 마시니 몸도 따뜻하고 마음은 훈훈하고.....
운악산 가는 구간은 멀고도 험했다. 그래도 아직은 그럭저럭 갈 만 했고 경치도 멋지고 멋진 바위도 나오고 멀리 정상처럼 보이는 능선이 보여 곧 갈 줄 았는데 웬걸?
운악산 정상을 능선으로 올라가면 바로인것 같은데 길이 위험해서인지 우회로를 만들어 놓았다.
전에 왔던 운악산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엔 이렇게 힘들었던것 같진 않은데 난 도대체 어느 산에 왔던건지, 내가 내가 아닌건지......
우회로는 무늬만 우회로지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지쳐서 길게 내려가고 올라가는데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뒤에 세 남자는 내 속도 때문에 더 힘들었을 거다. 헌데 속도를 낼 수 없다. 선두는 정상에서 얼어죽는거 아닌가 몰라....
중간 쉬면서 총무님이 초코렛과 신천씨 귤을 줘서 얼른 먹고 힘내 정상을 향해 출발.
여기서도 능선에 올라서는데 매우 힘들었고 드디어 능선에 붙었는데 경치는 심상치 않은데 볼 여유가 없다.
우측으로 만경대라는 전망대가 보이는데 사진 찍을 기운도 없어 왼쪽, 앞쪽 경치도 주마간산으로 보고 올라가는데 정상이 가까웠는지 데크가 깔려있고 데크 끝에 작가님과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정상 바람이 너무 차 여기가 그나마 따뜻해 기다리고 있다고....
데크는 10월에 공사중이었는데 완성된거라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계단이다.
정상에서 사람을 만나 후딱 사진 찍고 동봉을 향해 출발.
선두는 우리 기다리며 만경대도 다녀왔다고 한다. 만경대 가려던 총무님 조망이 별로라는 회장님 말에 미련 없이 포기하고 동봉을 향해 출발.
정임씨는 동봉 가는길 바위 뒤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ㅎㅎ
동봉이 곧 나왔고 간간히 사람도 많아지고 동봉 바로 앞 바람 불지 않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고 동봉에서 가평군쪽 정상석에서 사진 찍고 가는데 동봉 정상은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동봉에서 데크로 일단 내려서야 하는데 총무님 아무 생각없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회장님이 거기 아니라고 해 정신 차리고 데크로 내려서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다.
밀리며 가다 현등사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왼쪽으로 내려가고 우리들은 직진.
멀리서 본 멋진 능선이 우리가 가는 능선은 아닌것 같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얼굴처럼 희안하게 생간 바위가 있었는데 그게 남근바위라나?
제천 동산 남근석보다는 싱크로율은 낮지만 방향에 따라 그렇게 보일듯도 하다. 길은 돌려놓아 아주 험하지는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중간 직진하는 길로 가고싶게 보이는데 우측 하산로처럼 보이는 곳에 리본이 한 가득하다. 고민하다 우측으로 내려섰는데 직진 했으면 큰일 날뻔.
하산길은 낙엽과 마사토가 쌓여있어 여기서도 또 넘어지며 바지에 흙까지 묻히고 군부대가 나타나 부대 둘레길 급경사 길을 내려가며 곧 나올줄 안 화현고개까지 의외로 멀었다. 군부대 바깥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고 냄새와 분위기 완전 구리다.
길을 만났고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정임씨는 발목을 위해 그만 간다고 하고 신천씨까지 덩달아 차를 봐줘야 한다나 하며 그만 간다고....
서파고개를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걸어서 걷는건 위험하다고 차로 이동.
출발하기 전 총무님표 더덕꿀차에 작가님 약과, 윤호씨 사과까지 먹고 나도 모처럼 비무장으로 출발.
차에 남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산행 중간에 끝내면 후회가 남을것 같고 길도 험하지 않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산길은 군부대를 도는 길인것 같다. 초장엔 뒷동산 산길처럼 특징없는 그런 길이 나왔다.
헌데 군부대는 비어있는것 같다는데 생각보다 멀었고 길도 오르막이 제법 많았고 무엇보다 아주 길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끝날듯 끝날뜻 안 끝나던 산길이 1시간 20분 쉬지도 못하고 내려오니 드디어 서파고개에서 총무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곧 우리 버스 불러 타고 이 동네 유명하다는 우렁쌈밥 집으로 출발~
제육쌈밥에는 우렁도 많이 주고 순두부도 따뜻하니 맛 좋았고 주인장 인심도 넉넉해 반찬이 떨어지면 바로 바로 갖다 주어 좋았다.
음식 자체도 웰빙인데 서비스로 나오는 막걸리도 정말 맛있었다. 오늘 술을 막걸리 3병으로 충분했다. 이대장이 없으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배가 너무 부르다. 저녁을 정임씨 오늘 회비 안 받았다고 쐈다.
차는 잠시 눈 부친 사이 평촌이 7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해 버렸다.
다들 행복해 하며 집으로~
저질 체력으로 늘 산행 속도를 늦추는 굼벵이지만 아무도 싫은 내식 안하고 앞도 봐주고 뒤도 봐주는 오라방, 동상들 덕분에 행복했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