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8산행

한북정맥에서 눈을 만나다 (노채고개-청계산, 도성고개, 12/16)

산무수리 2018. 12. 17. 00:00
폭설 -류근(1966~ )

 
기사 이미지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 … )

지독한 사랑은 결별조차 힘들다. 지독한 사랑은 그 지독함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다. 그리하여 떠난 사람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눈이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사랑의 발자국에 “하얗게” 맺힌 피가 잔영처럼 남아 있다. 사랑을 잃은 자, 모든 것을 잃은 자이다. 그래서 발이 묶이고, 그에게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류근 시인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위 시는 이 노래와 잘 연결된다. 오죽하면 눈조차 “욕설처럼” 내릴까.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산행일: 2018.12.16 (일)

코스개관: 노채고개-길마봉-길가고개-청계산-한우리봉-오뚜기고개-강씨봉-백호봉-도성고개-조침이저수지 (8:40~16:30)

날씨: 산행 시작부터 싸락눈이 거의 끝까지 내리다

멤버: 당나귀 8명



오늘은 송년산행일. 사이다만 마시던 총무님이 오늘은 술을 마시려는치 차를 안 가져온다는 문자.

모처럼 범계역에서 차를 타러 가니 총무님만 와 계시다. 차 오고 윤호씨 간당간당하게 오고 이대장 문앞에서 지각하고 농수산시장에서 3명 타고 출발.

자다 잠 덜 깬 상태에서 일어나 신마담 커피와 빵을 먹고 지난번 갔던 노채고개에 가니 눈발이 산행 시작도 하기 전 내린다.

다들 눈 대비 복장을 갖추고 인증샷 하고 출발.











초장 편안한 능선인가 싶었는데 암릉이 나오는데 눈이 살짝 덮여있어 살 떨리는길이다. 그렇다고 아이젠 할 정도는 아니다. 거의 온몸 산악회 모드로 줄 잡고 가는데 오늘 날이 풀렸다고 해 장갑을 가볍게 끼고 왔는데 손이 젖을것 같아 걱정이다.

아무튼 선두는 진작 가버리고 후미에서 겨우겨우 길매봉 도착하니 진작 와 있는 사람들 추워서 난리다. 신천씨 기다리다 귤 껍질 까놓고 기다리고 있다,

귤 먹고 인증샷 하고 출발.










경치는 좋은데 눈쌓인 암릉은 정말이지 살 떨린다. 군데군데 계단이 있긴 한데 플라스틱으로 아주 부실하다.

줄에 매달리고 다리를 걸고 기다시피 기나긴 암릉을 내려가는데 내려가면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길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정말이지 한숨 날 정도.










멀리서 보이게는 가파른 급경사 길로 보이던 길이 막상 와 보니 억새가 듬성듬성 남아있어 나름 정취가 있고 오른쪽은 철조망으로 막혀있어 심리적으로는 좀 안심이 된다.

길은 직선으로 보였는데 올라가다 돌고 하면서 염려보다는 급경사가 아니다.

바위 뒤에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뭐지? 더덕꿀차 마시는 타임이라고...

아주 추운 날은 아니지만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따뜻한 차를 마시며 조금은 풀리고 몸도 쉬고.....







차 마시고 마지막 힘을 짜고도 한참 난간 잡고 기고 올라가 나올듯 나올듯 안 나오던 청계산 드디어 도착.

인증샷 하고 여기서 4명은 아이젠 하기. 이대장은 아이젠을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청계산 지나고나서는 그나마 암릉성 길은 일단 끝난것 같다.

눈발은 그치나 싶으면 다시 내리고 덥다 싶으면 다시 바람이 분다. 그나마 아주 추운 날씨가 아니라 다행이다.

귀목봉 이정표가 보인다. 우리가 귀목봉을 가나? 했더니 귀목봉은 명지산 가는 길이라고....

귀목봉 갈림길에서 평평한 곳에서 우리도 비닐 젤트 둘러쓰고 점심 먹기.

그나마 눈 내리는데 젤트를 쓰고 먹으니 훨씬 낫다. 밥 먹고 커피에 코코아까지 진하게 타 마시고 출발.







길은 업다운은 있었지만 암릉이 아닌것만 해도 고맙기만 하다.

낙엽이 쌓여있고 온도가 낫지 않으니 계속 아이젠에 눈덩이가 달라붙긴 하지만 미끄러운것 보다는 나은것 같다.

긴 오르내리막을 지나니 임도가 보인다. 오뚜기령이라고......










오뚜기령에서도 강씨봉은 몇번의 제법 경사가 급한 오르내림을 몇번 하고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도 간간히 만났다.

드디어 강씨봉. 오늘 마지막 봉우리다. 이젠 정말 하산만 하면 되는건가?









강씨봉에서 도성고개까지도 생각보다 멀었고 눈이 쌓여 있었고 산악 오토바이인지 바퀴 자국이 거칠게 나 있었다.

그래도 도성고개 도착하지 기뻤다.

여기서 오뚜기부대까지는 저절로 냐려간다고. 단 한번 밀어줘야 한다나?














원래 가려던 오뚜기부대가 아니라 좀 더 쉬운 능선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초장의 길은 정말 좋았다. 헌데 내려가면서 이 길이 맞나 싶은 길이 나오고 낙엽과 눈이 뒤덮여있어 신발이 젖어 양말이 젖어 들어온다.
길은 끝날듯 안 끝나고 아이젠 없는 이대장은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스럽게 걷고 뒤에서 오는 신천씨는 계속 넘어지는지 웃고 난리다.
물이 나오더니 저수지가 보인다. 여기서 아이젠 씻고 내려오니 포천의 화동면?
차를 불러 타고 송년회 하기로 한 현숙씨게 착한 고기집으로 고고씽~
한시간 여 만에 평촌 도착. 저녁 먹고 선수들은 2차 당구대회 하러 가고 난 집으로~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