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9산행

동계 설악가기 1 (2/1~2)

산무수리 2019. 2. 11. 17:25
 섬  
      비금도(飛禽島)
 
  -강기원(1957~ )
 
시아침 4/20


날고 싶은 섬 한 마리가 있다   
지느러미 없이 헤엄쳐 가고픈 섬 한 마리가 있다  
덫에 걸린 매처럼 때때로 푸드덕거리는 섬  
연자맷돌을 메고 비상하려는 섬  
일몰의 두근거리는 선홍빛 명사십리
바다도 어쩌지 못하는  
섬 한 마리  
내 안에  
있다
 
 
새가 나는 모습과 닮아서 섬 이름이 ‘비금도’라고 한다. 이 섬을 시인은 정말 새처럼, 하늘을 헤엄쳐 가려 하는 한 마리 매처럼 그려낸다. 날개 없는 우리가 땅에 묶여 있듯이 새는 바람을 얻지 못해 바다에 머물러 있다. 명사십리는 이 큰 새의 날개를 은유한 말이겠는데, 진실을 말하자면, 이 날개는 한 번도 지상에 묶였던 적이 없다. 그 새는 벌써 오래전부터 시인의 마음속에서, 구만리 장천을 날고 있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9.2.1~2 (금, 토)

코스개관: 한계령-끝청-중청 (1박)-대청-희운각-천불동-설악동

날씨: 춥지 않았고 눈이 참 귀했다.

멤버: 둘




올 겨울 지리, 설악, 덕유를 꿈꿨다. 아쉬운대로 지리 반주를 하며 하산길이 너무 힘들어 설악 공룡은 진작에 포기했다.

공사다망한 차영샘 스케줄에 맞춰 구정 연휴 전 금요일 대피소 예약을 했다.

어디로 올라갈까 하는데 공룡도 못하는데 그래도 한계령으로 올라가야 하는거 아닌가 해 한계령 표 예매.

동서울에서 만나 7시반 차 타니 생각보다 사람이 제법 있다. 어제 눈 소식 때문인것 같다. 내심 눈 쌓인 설경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한계령에서 7~8명 쯤 사람이 내렸다. 점심 먹기 너무 일러 우리는 차영샘 싸 온 주먹밥을 먹기로 하고 화장실에서 준비하고 출발.





한계령 올라가는 계단에 눈이 아이젠 닳기 좋을 만큼만 와 있다. 정말이지 제일 거지같은 상황.

대피소 예약자도 11시면 입산 통제를 한다는 공단 직원이 눈을 쓸고 있다.

여기서 1K 진행하는데 너무 힘들다. 배가 고프다고 해 여기서 주먹밥을 먹는 사이 추월 당했다.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겨우겨우 한계령 삼거리 도착을 하니 젊은 청춘들이 여유만만이다.

벌써 하산 하냐고 하니 여기까지만 왔다 되돌아 가는거란다. 원래 희망사항은 대청을 가기로 했는데 복장, 신발 등이 불량인데 눈이 그나마 쌓여있어 포기하는것 같다.

아무튼 둘이 사진 겨우 찍고 능선길 가기.






















눈은 정말이지 아이젠 빼기도 그렇고 하기도 그런 딱 그지같은 상황이다. 올라가는 사람들은 안 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반 정도가 아이젠을 한것 같다.

추월당한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는데 이 팀도 다들 선수인것 같지 않아 몇명이 처지는것 같다.

아무튼 그래도 예전 보다는 데크가 많이 깔려있고 눈 덕분에 경치도 조금 나은것 같긴 하다.

끝청에서 바람이 어찌 쎄게 부는지 사진 겨우 찍고 출발.









너덜길도 어느정도 지난것 같지만 그렇다고 산길이 편해진것 같진 않다.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닌데 바람이 불 땐 정말이지 춥다.

그래도 대청이 가까워 지고 바다도 보이기 시작해 너무 일찍 도착하면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며 중청 도착.

뒤늦게 도착한 차영샘 자긴 중청 못간다고 선언.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소청 갈림길에서 중청 대피소까지 오는데도 날아갈것 같긴 했다.

바람은 잘것 같지도 않다.

취사장에 가 가스 품에 안고 뎁히고 끌어안고 찌개를 끓였고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되니 코펠도 한개만 들고 와도 되 좋다.

스팸 구워 밥과 함께 먹고 나니 어린애들이 산에 왔다고 사람들이 신기해 한다.


포항에서 부모와 함께 온 3, 5학년 되는 씩씩한 아이들로 소청에서 중청까지 오는데 바람이 어찌나 쎈지 날아갈뻔 했다며 엄마는 너무 추워 대피소에서 라지에테 옆에 붙어있다.

큰 애 신발은 밑창이 덜렁거려 아이젠을 풀지도 못하고 고정해 있는 상태.

부모님과 근교산도 가고 잔차도 탄다는데 높은 산은 처음이라는데 이 형제가 붙임성도 좋고 예쁘다.

아빠가 밥 하는사이 자기네 간식을 순회공연 다니며 나누어주니 어른들이 답사로 간식을 나누어 준다. 그래서인지 대피소 분위기가 젊어졌다.

오늘 예약자는 20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일찍 저녁을 먹고 나니 할 일이 없는데 동계 산행에 이렇게 추운 대피소는 정말이지 처음이다.

두꺼운 잠바를 입어도 전혀 덥지 않고 담요 밖 몸 일부가 나가면 바로 추워진다.

사람이 많지 않고 시설이 낡아서 더 추운건지 아무튼 자다 깨다 하며 긴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