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
박해성
아홉 살 돌팔매가 잔별로 뜬 새벽 두 시
모닥불 약쑥 연기 진양조로 흔들리면
제풀에 불콰해졌지,
꽃잎파리 싸맨 손톱
손톱이며 가슴까지 으깬 꽃잎 동여매고
초경보다 더 붉게,
붉게 젖어 타던 속내
어머니
혼불 지피셨지
손가락 끝 끝마다
산행일: 2019.9.8 (일)
코스개관: 금구마을길-영태산-(차량이동)-곤봉산-제비산-(차량이동)-감방산-도산재삼거리 (9:50~15:50)
멤버: 당나귀 6명
날씨: 태풍 후 바람도 없는 더운 오전, 3시경 비가 조금 내림
지난번 산행에서 후미에 선 나도 두드러기가 나고 가려움증이 며칠 갔는데 선두에 선 총무님, 윤호씨는 더 심했다고 한다. 특히 총무님은 병원 다녔는데도 1주일을 고생하셨다고 한다. 반면 벌에게 10방 이상 쏘인 작가님은 멀쩡 하셨다고.
각설하고 총무님이 오늘 산길이 제대로 가면 거의 20키로인데 그중 태반이 제대로 된 등산로가 없어 그런 곳은 차로 이동하고 오늘은 밥도 매식을 한단다. 그래도 중요한 산은 찍고 정상 등산로를 이용한다고....
차 타자마자 잤고 고인돌 휴게소에서 아침 굶는 백성 셋이 밥을 먹었는데 여기 저기서 짜다고 아우성을 쳤다고...
아무튼 지난번 끝난 지점이 아닌 등산로 입구라는 곳에서 사진 찍고 출발.
산길인가 했는데 고속도로 옆 풀이 무성하게 난 계단길을 올라가니 기맥 표지기가 보인다.
출발~
조금 올라가니 예쁜 도라지가 태풍에 조금 휜 모습으로 많이 보인다.
재배하나보다 하고 생각도 하기 전 위에서 농사짓는데 떼로 몰려와 밟는다고 아지매 지랄지랄 한다.
자기네 땅인가? 우리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는구만....
이 날씨에 벼 세우는 사람에게 욕 먹으면 어떻하냐는 윤호씨 사모님 말 대로 욕 먹었다 생각하고 제대로 된 길을 피해 길도 없는 곳에 덩쿨을 헤치고 올라가 도라지 밭 피해 얼마 안 올라갔나 싶은데 정상석이 보인다.
높이가 낮아서인가 트랭글도 안 울린다. 인증샷 하고 출발.
정상 지나고 하산하는데 바람에 떨어진 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놓고 가기엔 너무 아깝게 제법 큰 밤이다.
부지런한 신천씨는 밤 까느라 바쁜데 군부대 시설이 있는 곳은 밤도 굵고 완전히 밤이 깔려있다.
여기서 밤 몇개씩 까서 먹어 보니 조금 설익긴 했지만 제법 맛이 들었다.
1시간 여 내려오니 벌초하는 산소가 보이고 우리 버스도 보인다.
차를 만나 곤봉산 등산로 입구로 왔는데 잘생긴 나무가 있고 생태다리도 보이고 한우 2마리까지 보인다.
여기서 2번째 산 출발.
길은 넓고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다.
나무가지가 부러지고 나뭇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긴 그래도 태풍 피해는 많지는 않은것 같다.
조금 더 진행하니 산소가 나오고 오늘 처음 이정표가 보인다. 헌데 여기도 굵은 밤송이가 아주 많다.
밤 가시가 성게처럼 긴건 품종이 별로 안 좋은거고 짧은게 좋은 밤이라는데 여기 밤이 딱 그렇다.
아직 벌어지지 않아 힘들게 까서 홍일점이라고 아주 큰거 몇개 얻었다.
신천씨는 말도 안하고 열심히 까더니 한 됫박은 깐것 같다고 놀렸다.
곤봉산 가는 길은 다 올라갔나 싶었는데 내려갔다 평지성 길을 가다 다시 올라간다.
의자가 있는데 총무님이 쉬었다 가잔다. 쉬며 포도를 먹고 있는데 동네 아지매 한분이 내려오신다. 기맥 하며 등산팀 만나는거 정말 힘든데.....
조금 더 올라가니 여기도 밤이 꽃처럼 떨어져 있고 정자가 있고 정자 옆에 제대로 된 정상석이 있는데 역시나 트랭글은 조용하다.
헌데 총무님이 정자에 눕더니 영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제부터 감기에 걸려 못 올 컨디션이었는데 그놈의 총무가 뭔지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수시로 문자 보내야지, 지도 준비해야지, 여름엔 국수까지 해다 먹여야지......) 책임감 때문에 오신것 같다. 정말이지 얼마나 힘들면 이러나 싶다.
총무님 누운 상테에서 사진 찍고 하산하는데 직진인줄 알았는데 우회전이다. 그나마 조금만 내려갔다 와 다행이다.
총무니 오후 산행 쉰다는데 우리끼리 길이나 제대로 찾으려나 걱정이 된다.
내려오니 우리가 지난번 저녁 먹었던 함평IC 근처 백반집?
차를 타고 함평 시내로 나가 문 연 국수집이 있어 여기서 갈비탕, 냉면, 왕만두를 먹고 내가 손녀턱을 내려고 했으나 회장님이 오늘은 당신이 풀코스로 쏜다고 해 졌다.
이 타임에 비까지 내려주면 산행 접을 핑계가 되는데 비가 안오네?
할 수 없이 다시 가야 하네?
오후 산행 6키로가 채 안된다고 힘들지 않을거라는 총무님.
그러 같이 가요~
막상 오후 산행 쉰다더니 점심 먹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고 하니 정상에서 무안 낙지를 총무님 먹여야 한다고 할때 이미 일어났다나 뭐라나? ㅎㅎㅎ
대신 배낭은 못 지겠다고 해 총무님이 비무장에 스틱도 한짝 들고 출발.
초장부터 길 잘못 들 뻔 했다. 거봐요, 총무님 안 계시면 안된다니까요.
오늘 산행 중 제일 높은 감방산인데 등산로라고 가느다란 줄은 매어 있지만 길이 썩 좋진 않다.
총무님이 비무장이라 전지가위도 없어 오늘 병권은 전지가위 든 윤호씨가 앞장서서 덩쿨을 잘라주고 가다보니 제대로 된 등산로를 만났다.
작아도 정상은 정상인지라 곳곳 암릉도 보이고 바다도 점점 가까워 진다.
정상 가까워지니 비가 내리기 시작.
윤호씨 큰 더덕 막걸리에 빈대떡까지 들고 왔는데 배도 부르고 이젠 술 마실 백성도 없어 그 술이 남았다. 헐~
얼른 먹다 싸고 작가님 귤 먹고 정상 사진 찍고 후다닥 출발.
초장 급경사 계단길이 나오더니 곧 임도성 길이 나온다.
길이 너무 좋아 작가님이 불안해 할 정도.
포장된 길이 나오고 여기서 가로질러 올라갔다 하산하는 길이라고 한다.
올라갔다 왼쪽 영산기맥 리본을 만났지만 우린 그 길없는 넝쿨로 가지 않고 제대로 된 등산로로 내려오다 보니 우리 버스를 만났다.
얼른 옷 갈아입고 4시 출발.
함평 휴게소에서 기름 넣고 농수산시장 7:15 도착.
저녁을 가볍게 먹자고 해 먹자골목 '청학동에서' 찰밥 정식을 시켰는데 찰밥이 모자란다고 해 보리밥으로 몇개 바꾸니 사장님이 미안하다며 막걸리를 2병 주셨는데 한병을 남겼다. 이대장 빈자리가 크긴 크다고 웃었다.
다 먹었는데 서비스로 부추전과 배추전을 주셔서 저녁도 과식을 했다.
회장님이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 코스로 쏘셨다. 외국 자주 가셔야 겠다고 웃겼다.
태풍때문에 제대로 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줘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감고사. 명절 잘 지내시고 9월 4주 불갑사 상사화 보러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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