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산행일: 2019.9.29 (일)
코스개관: 금계길-장군봉-노루목-연실봉(불갑산)-구수재3거리-불갑사주차장-수도암 갈림길-수도암-도솔봉-모악산-노은재-용천사길 (10;10~17:00)
날씨: 산행하기 좋았던 날
멤버: 당나귀 6명
9월 월례산행은 여러 사정으로 1,3 주가 아닌 2, 4주에 하기로 했다.
마침 4주가 불갑사 상사화 축제일과 겹쳐 이쪽 구간을 남겨놓고 영산기맥을 했다.
헌데 4주 태풍 예보가 있어 부득이 산행을 취소해 상사화랑 인연이 없나보다 했다.
헌데 5주에 하면 안되는 사람은 연락을 해 달라고 하더니 아무 연락이 없더니 5주 산행을 한단다.
내심 비바람 쳐 상사화가 남아 있으려나 하면서 출발.
차 안에서 총무님이 지난주말 호명산 갔다 떨어진 잣을 2배낭을 줒어 웬 휭재냐 하며 들고 와 밤새 깠는데 소주 한컵도 안 나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배꼽이 빠지게 웃으며 들었다.
오늘 윤호씨는 가족들과 밤따러 가기로 해 못 온단다. 그 빈자리를 장미인께서 채워준다.
오늘은 아침을 일찍 먹는다고 안성에서 아침들을 먹고 몇달 전 왔다는데 아주 생소해 보이는 산행 기점 도착해 사진 찍고 출발하니 10:10.
여기서 장군봉까지 산길로 가는게 맞는데 덩쿨에 질린 총무님이 포장도로 따라 가자고 한다.
헌데 올려다보니 까마득 하다. 언제 가나...
오늘 태풍 예보가 있어 온도는 좀 높긴 했는데 간간히 바람이 불어준다. 포장도로 지루하게 따라가다보니 원래 오려던 산길과 만나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더 지나 능선을 치고 올라가니 길 좋은 등산로가 보이고 상사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아이스께끼가 등장하더니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다.
바위가 하나 있고 여기서 조금 더 진행하니 트랭글이 울리고 갈림길 표지판에 장군봉 표시가 있다.
인증샷 하고 도로 백해 비싼 아이스께끼를 먹고 (신천씨가 샀음) 노루묵 지나 연실봉을 향해 출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위험로와 우회로가 보인다.
위험로 계단을 올라가니 계룡산 자연성릉 축소판 같은 경치가 보이는데 생각보다 멋지다.
구멍이 있는 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지나가는데 108계단이 나오는데 이 계단을 지나면 해탈을 하는건가?
정상에 가니 인증샷 하느라 줄을 서있다. 그냥 가자고 하니 그래도 찍자고 해 줄서서 기다렸다 사진 찍고 구수재를 향해 출발.
108계단 내려오다 왼쪽 구수재 갈림길로 가는 길은 길이 참 좋았다.
사람이 다른 곳보다는 적은 편이고 길도 평탄하다.
구수재 3거리까지 와서 원래는 직진을 해야 영산기맥이지만 불갑사 상사화를 보기 위해 절 방향으로 하산 시작.
그동안도 상사화가 피어있긴 했지만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상사화 밭이다.
비바람에 꺾인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기대 이상의 경치를 보여준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관광모드 사람들도 늘어나고 꽃도 점점 많아진다.
불갑사 절을 지나고 이젠 우리차를 만나러 주차장으로 가자~
주차장 내려가다 신천씨가 누군가 아는체를 하는데 사촌 여동생이 여기서 막걸리를 팔고 있다.
한잔씩 마시는데 술 잘 못 마시는 내 입에도 맛이 좋다.
한잔씩 마시고 차 만나러 내려가는 초입 상사화가 그야말로 단풍처럼 피어있다. 마치 땅에 단풍이 든것 같은 그런 풍경.
여기저기 버스킹 노래 하는 사람이 있고 할매 장터 나와 물건도 팔고 부녀회 식당도 운영중.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사 먹으면 되는건데 축제 끝나 없을줄 알았는데 날씨 때문에 축제도 한주 연기한것 같다.
한참 걸어나가 차를 만나 (기사님도 차 어렵게 댔다고....) 도시락 들고 잔디밭에서 식사하기.
회장님 커플이 점심을 안싸오셨고 기사님 점심도 해결해야 해 신천씨가 파전 2장을 사와 나누어 먹었다.
식사 내내 남미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신천씨 사촌 매점 옆으로 수도암 이정표를 따라 다시 산으로 가는데 오후여서인지 이쪽 길을 한갖지도 꽃도 나름 많다.
수도암까지 배가 불러서인지 은근히 힘이 들었다.
수도암에서 도솔봉 가는 길은 길지 않은데 완전 급경사.
신천씨가 사촌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바로 안 줘 녹는 아이스크림 먹느라 힘들었다.
아무튼 겨우겨우 도솔봉 올라서니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뽀족한 바위에 불편하게 앉아 있다 1분도 안 지나 쉼터가 나온다.
아쉬워 사진 한장 찍고 출발.
도솔봉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모악산 정상 표시가 나온다.
도솔봉에서 모악산 가는 길은 순하고 예뻤다. 그리고 여기서는 불갑사 소리가 아니라 용천사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능선 지나고 계단 지나니 지난번 넝쿨 헤매느라 고생했던 노은재가 있다.
벤치에서 한참 쉬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들었다.
여기서 계단 옆 상사화는 수명을 다해 꺾어진 모습이다. 헌데 그 모습도 처연하니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내려오니 여기는 불갑사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덜 복잡하고 호수 주변 상사화가 제법 멋지다.
호수 돌아 내려오며 노래하는 가수도 보고 내려와 우리 차를 만났다.
차 타고 함평 IC 앞 기사식당에서 조촐한 부페로 저녁을 먹고 6;30 출발. 죽전에 장미인 내려드리고 휴게소 잠깐 쉬고 농수산시작 오니 10:00.
평생에 볼 상사화를 오늘 하루 다 본것 같다.
날씨도 도와줘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었던 행복한 하루였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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