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세상>
신석종
이 판국에
수유리 인수동에는
느릿 느릿 한가롭게
눈이 내립니다
세상 처음같은
정갈한 회색 하늘에서
내 나이 쉰 아홉 언저리
첫눈이 내립니다
아, 지금은요
달력 속 저 풍경처럼
포근한 딴 세상
이제는, 좀
덜 외롭고 싶은데
더 힘들게시리 이렇게
눈이 내립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적막합니다
관음사-삼각봉-용진각-한라산동봉-진달래대피소-사라오름-성판악 (8:30~16:00)
지난주 공적 연수에서 둘쨋날 한라산을 가기로 했지만 입산통제로 못 올라갔다.
이번주 산계와 넘버4 회갑기념 여행을 와서 3박이나 하면서 한라산을 안 가기엔 산 욕심이 아직은 많은지라 배신 때리고 홀로 산에 가기로 했다.
캠퍼트리 호텔&리조트 큰 평수에 5명이 묵으며 조식 신청을 했다는데 7:30 부터라고 한다.
나 때문에 다같이 일찍 조식을 먹었고 난 미모정상이 불러주는 카카오택시를 타고 관음사가 성판악보다 가까운지라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8:30.
주차장 관리요원들도 아이젠을 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스패츠까지 착용하고 산행 시작. 사람이 많지는 않다.
눈은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젠 하고 가는데는 충분할 만큼 내려있다.
오늘 날씨가 바람도 안 불고 춥지 않아 처음부터 한껍데기 벗고 올라가는데 이런날 기다란 롱잠바를 입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거워 입고 가는 거라나? 헐..
탐라대피소에는 전망대같은 계단이 있어 뭔가 하니 양쪽이 화장실인데 수세식이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확인).
인증샷 하고 출발.
관음사 코스는 2006년 한산 동계 훈련으로 눈 많을때 올라오고 하산길에서만 봤던 경치인데 올라가니 느낌이 또 다르다.
성판악 코스보다는 경사가 있지만 기억보다 가파르진 않다. 그렇다고 힘이 안 들다는건 아니지만....
단체 팀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두세병 팀이고 홀로 올라가는 여인이 어디까지 가냐고 해 '넘어가야죠? ' 했더니 육지에서 왔냐고....
육지? 아마도 제주 여인인것 같다. 삼각봉 보이는곳에서 사진 부탁해 한장 찍고 진행.
다행히 추월 거의 당하지 않고 올라가는데 모노레일에 사람이 타고 올라간다. 나중에 보니 삼각봉 출근하는 공단 직원인것 같다.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에서 입산 통제를 하고 이쪽에서는 삼각봉에서 하고 있었다. 예전엔 통제시설 본 기억이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다.
나도 여기서 간식으로 미모정상이 싸 준 삶은 계란과 커피를 먹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출발.
삼각봉 지나고 용진각 대피소 있던 자리로 내려가는 곳에 기억에 없던 샘이 있다.
다리를 건넜고 용진각 대피소는 터로만 남아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경사가 급하다.
헌데 이 길을 아이젠도 하지 않고 운동화로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겁난다.
하긴 아침 올라오면서 젊은 처자 둘이 내려와 어디서 오냐고 하니 새벽부터 올라가 정상 찍고 오는거란다.
한 부부튼 아이젠 없이 올라가 2시간만 걷고 내려간다나?
그래도 올라가니 상고대가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단체는 사진 찍느라, 커플들은 여학생이 쳐저 속도가 늦어져 한팀, 두팀 추월도 해 가면서 올라가는데 정상에서 헬기장까지는 얼마 안 멀었던것 같은데 생각보다 멀었다.
전망데에 한 청춘이 사진을 찍고 있어 나도 찍어 달라하고 청춘 사진도 찍어주고 정상을 향해 가는데 성판악쪽에 운해가 깔려있다.
우와, 웬 횡재인지.....
정상에는 올라올때 별로 없던 사람들이 성판악쪽에서 올라왔는지 제법 사람이 많고 특히나 정상 인증샷 하는 3군데 다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나중 하산해 보니 정상에 본인이 나온 사진을 보여주면 인증서를 해 준단다.
사람들이 한장씩만 찍으면 되는데 몇 장씩 찍으니 지체 될 수 밖에....
정상 사진을 포기하고 바람 덜 부는 곳에서 어제 산 햄버거와 시원한 커피를 마시는데 햄버거는 가격 대비 가성비가 좋다.
후다닥 먹고 출발.
정상에서 초장 내리막은 급경사인데 올라올때는 무지 힘들었었는데 내려갈때는 빠르게 내려갈 수가 있네?
그리고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기억보다 멀긴 했지만 운해를 계속 내려다보다 가는 경치도 나쁘지 않네?
정상에서 한떼로 몰려왔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대피소에 쫙 깔려있다.
애들을 피해서 가야 하는데 화장실 들린 사이에 애들이 앞장 서서 가는데 대부분 신발도 불량한데 하산을 잘하네?
제주도 애들인줄 알았는데 서울 아이티 고동학교 애들이라고 한다.
명수가 많은줄 알았는데 학생이 다 그 학교 애들은 아닌것 같고 학생들끼리 그룹 지어 오는 학생들도 제법 보인다.
학생들 뒤를 따라 가다 포기하고 조금 뒤쳐져 하산하다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오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니 하산할 때 아니면 여길 올라오게 될것 같지 않다.
시간도 아직 여유가 있을것 같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오름에서 하산하는데 정상 가기엔 시간상 무리도 되니 여기가까지 왔다 가는것 같다.
아이젠도 없는 세 젊은 모녀도 사라오름을 서로 더 잘간다 우기며 올라간다.
사라오름에는 호수가 있는데 가스가 끼어 분위기가 묘하다. 호수 옆 데크길을 따라 가보니 사라오름 표시가 있다. 안증샷 하고 하산 시작.
내려오는데 아이젠을 하루 종일 하니 발바닥에서 불이 난다.
다리 저는 부부에게 물어보니 발목을 삐었다고 해 파스와 압박붕대를 나누어 주었고 다리를 뻣정으로 걷는 젊은 남자는 무릎이 아프다고 해 파스 나누어 주고 내려오다 눈이 좀 줄어든것 같아 아이젠을 빼니 발바닥은 덜 아픈데 미끄럽다.
버벅대며 끝까지 긴장하며 무서히 내려오니 정말 기뻤다.
우리 팀에게 전화를 하니 안 받네?
대장님이 받으셨는데 따로 떨어져있는것 같다.
미모정상 문자가 한라생태숲으로 와 있으라는데 여긴 쉴곳이 없다고 성판악에서 차라도 마시고 오란다.
이미 버스 타러 나와 물어서 버스를 타고 생태숲에 가니 우리 팀은 백아기오름을 걷고 있다고...
여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 는 잇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어차피 우리팀도 이쪽으로 다시 온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으려니 쌀쌀하기도 하지만 버스가 자꾸 서서 생태숲 자판기라고 있을까 둘러봤는데 없다.
주차장 전망데도 올라가보고 나니 화장실 사이에 난방된 쉴 곳이 있다. 이곳에서 빨리 산행을 해 허리가 너무 아파 잠시 누워있다 우리팀을 만났다.
나만 좋은 경치 봐 미안했는데 우리 팀은 우선 사진 찍고 대장님 민증 신청 새로 했고 숫모르편백숲과 백아기 오름을 올라 나름 눈 구경도 했고 걷기도 험하지 않으면서 좋은 경치를 봐 만족 스러웠다고....
문제는 점심을 늦게 먹어 저녁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난 점심도 굶어 배고프다고 뭘 먹냐고 한다.
멀지 않은 교래휴양림 근처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다고 해 칼국수집에서 국수 3개와 전, 막걸리를 사켜 나만 다 먹고 남겼다.
밥 먹는새 해가 졌고 식당 앞에는 까마귀떼가 무섭게 많았고 우리 차에도 똥세례를 받았다.
숙소에와 아픈 허리를 탕에 붙 받아 찜질을 해도 가시지 않는다.
먼저 자다 한밤중 깨 거실에서 한참 뒤척이다 다시 방에 들어가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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