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복효근
고집스레 시래깃국을 먹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배추나 무의 쓸데없는 겉잎을 말린 것이 시래기라면
쓰레기와 시래기가 다른 게 무엇인가
노오란 배춧속을 감싸고 있던
너펄너펄 그 퍼런 잎들
짐승 주기는 아깝고 있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것
그 중간 아래 영하의 바람 속에서
늘 빳빳하게 언 채 널려있던 추레한 빨래처럼
궁색의 상징물로 처마에 걸려있던 시래깃두름이
부끄러워서였는지도 모른다
난 시래기로나 엮일 겉잎보다는
속노란 배춧속이거나 매끈한 무 뿌리이기만을 꿈꾸었을 것이다
세상에 되는 일 많지 않고 어느새
진입해보지도 않은 중심에서 밀려나 술을 마실 때
술국으로 시래기만한 것이 없음을 안다
내가 자꾸 중심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뛰고 있을 때
묵묵히 시래기를 그러모아
한 춤 한 춤 묶는 이 있었으리라
허물어가는 흙벽 무너지는 서까래 밑을 오롯이 지키며
스스로 시래기가 된 사람들 있었으리라
알찬 배춧속을 위해 탄탄한 무 뿌리를 위해서
시래기를 배운다
시래기는 쓰레기가 아닌 것이다
코스개관: 불광역 2번 출구-용화공원지킴터-쪽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구기분소 (10:05~16:50)
산행을 하며 제일 힘든 일은 멤버 모집, 두번째 힘든 일은 코스 짜는것. 나름산악회가 3.29 청계산을 시작으로 둘레길에서 산길로 업그레이드 하며 어언 30번이나 산행을 했다. 멤버는 넷에서 시작해 현재 6명이 고정 멤버.
회장인 리사가 제일 출석률이 좋고 그 다음이 하늘, 상대적으로 늦게 합류 한 넘버4와 에인절고는 후반 분발중이다.
아무튼 같이 놀아주어 게으름피우지 않고 나도 열심히 산에 다니게 되었다.
넘버4가 북한산을 조금씩 끊어서 가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그동안은 나름 멤버가 북한산은 암름이 많아 부담스러워해 최대한 짧게 끊었고 난코스를 피해 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런 제안을?
하긴 나름 암릉이 많은 불암, 수락산 맛도 보았고 청계산은 국사봉까지 하고도 뿌듯하다고 하니 슬슬 업그레이드를?
눈 내리기 전 주능선 종주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오늘 날씨가 포근한 편이다. 10시 불광역에서 만나 트랭글 틀고 시작해 둘레길로 복잡한 길을 지나 등산로에서 출발~
쪽두리봉 가는길은 우회로로 못가게 철책을 해 놓아 길 헷갈릴 염려는 없는데 군데 군데 조심해야 할 길이 나온다. 그래도 올라가면서 멋진 조망이 보여주는 코스이다. 여인네 5명이 버벅대니 중간 오라방들이 참견 아닌 참견들 들어가며 쪽두리봉 정상을 찍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정상 바람이 차다. 조심해 내려와 바람 덜 부는 곳에서 떡과 커피로 간식을 먹고 1차 목표는 일단 달성함을 기뻐했다.
쪽두리봉을 멀리서 바라보니 새삼 우리가 저길 다녀왔나 싶어 뿌듯함이 배가가 된다. 향로봉 가는길도 결코 만만하진 않다. 그래도 쪽두리봉 올라가는 길보다는 안 무섭지?
오늘은 향로봉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 사진도 찍고 2차 간식으로 에인절표 팥빵에 커피 먹기. 이젠 비봉을 향해 출발.
비봉은 당연히 우회. 언젠가부터 비봉 올라가는 길이 무서워 그 다음부터는 안 올라갔다.
사모바위는 원래 밥터인데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금줄을 쳐놨다. 사진만 찍고 승가봉 올라가기.
승가봉에서 쪽두리봉부터 비봉까지 바라다보는 경치도 아주 멋지다. 사진 찍고 승가봉 넘어가기.
승가봉 무사히 넘어왔고 석문도 지났고 이젠 여기서 우회길인 청수동암문으로 갈건지, 하산할 건지, 아니면 문수봉을 올라갈건지 정해야 하는데 하늘과 리사는 조금 힘들어 한다. 헌데 여기서 하산길도 길다. 문수봉을 넘어가기로 욕심을 냈다. 숨한번 고르고 스틱 집어넣고 출발. 그나마 스타트 지점에는 계단이 생겨 조금 낫다. 시간도 조금 한갖진 시간이다.
에인절고가 중간 대장으로 있어 사실 욕심도 냈다. 선두에서 에인절고가 먼저 올라가고 그 뒤를 하늘이 올라가는데 염려보다는 잘 올라간다. 문제는 리사가 겁을 많이 내 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애정이 과해 사람 잡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
여기를 넘어가야 집에 갈 수 있다는 넘버4. ㅎㅎㅎ
아무튼 버벅대며 넘어가며 넘버4는 뒤에서 사진 찍는 여유를? 하늘도 뒤돌아보라니 돌아보기까지?
무사히 난코스를 올라가니 정말이지 좀 마음이 놓인다. 잠시 쉬며 숨 고르고 문수봉 정상으로....
역광으로 보이는 문수봉 경치가 멋지다. 우리도 인증샷 얼른 찍고 대남문으로.
대남문에서 문수사 가는길이 조금 더 험하고 긴지라 오늘은 다이렉트로 기나긴 데크 계단 내려오기.
다들 문수봉 올라가며 과하게 힘을 주어 다리도 당기고 쥐가 날것 같은가 보다. 정말이지 너무 미안했다.
하늘이 잠시 미끄러지며 넘어져 걱정했는데 다행히 타박상이라 걷는덴 지장이 없다고.....
무사히 해 있을때 내려오게 되어 고맙고 미안하다. 스틱도 접어주며 미안한 마음 표현하기?
등산로 초입 식당에서 테라와 함께 버섯전골과 파전으로 저녁 먹기. 긴장하며 땀을 많이 흘렸는지 국물이 술술 넘어간다.
6시 밖에 안됐는데 밥 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내려오는데 깜깜해 시골같다 웃었다.
트랭글은 배지가 9개나 되 고생한 보람이 있네?
하늘은 효자 아들이 모시러 와 갔고 우리들도 경복궁역까지 가 전철 타고 집으로~
욕심 부리지 말아야지 싶으면서도 산에 관한 한 욕심이 안 덜어지니 이 병도 깊다. 무식한 대장 만나 고생해서 미안하고 그래도 무사히 다치치 않고 산행 해 줘 고마우이~
-에인절고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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