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0산행

비슬기맥에서 당나귀 송년산행 (상가복마을-천왕산-함박지, 12/20)

산무수리 2020. 12. 19. 19:50

<겨울산>

 

송연우


적막하다

한때
산새와 바람과 나무와 풀꽃 다 품은
산 한 채

구름과 하늘을 이고
우뚝 서있다 

모진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동안거에 든
그의 입이 무겁다

 

산행일: 2020.12.20 (일)

코스개관: 상가복마을-천왕산-배바위산-큰태재-호암산-요전재-함박지 (9:55~15:55)

날씨: 많이 춥지 않은 겨울날

멤버: 당나귀 7명

 

모내기 하는거 차창으로 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송년산행이다. 코로나가 있었지만 당나귀 산행은 쉬지않고 달렸다. 그나마 월 2회 빡센 산행으로 다리는 뻐근하지만 마음은 뿌듯함으로 월욜을 맞이한것 같다.

오늘 지난번 하산했던 곳으로 골목길을 꼬불꼬불 곡예하듯 올라와 사진찍고 올라가는데 지난번 파랬던 물이 얼어 돌을 던져보니 쩡쩡 소리를 낸다. 따먹다 남긴 감은 속이 쏙 빠져 껍데기만 남았다.

 

짧은 어프로치를 하고 우측으로 올라서는 길은 잡목이 길을 막더니 곧 급경사 길에 딱히 잡을것도 없는데 산은 서있다. 잘못 디디면 죽 미끄러져 내릴뻔 했는데 가늘어도 나무를 잡고 발을 고정해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니 윗동네는 평탄하기만 하다. 여기가 열왕지맥 분기점이라는데 기맥길은 아니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천왕산 정상이라고 한다. 후미까지 올라와 다같이 천왕산 찍으러 가기.

 

산행 한지 1시간이 다되 가나보다. 총무님 키티 카페가 오늘은 신메뉴로 대추차를 선보인다. 신천씨 귤을 아예 까서 거절 못하게 나누어 준다. 나도 얼른 호두파이 한조각씩 돌리기. 배부르다는 행복한 투정을 하며 차 마시고 다시 분기점으로....

 

헌데 조금 내려가니 트랭글이 울리고 배바위산 표지가 있는데 트럭 한대가 서있다. 산에서 작업 하느라 올라온것 같은데 트럭이 올라온 길로 우리가 하산한다고... 

즉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것. 오늘 사진 찍을곳이 별로 없다는 총무님. 그래서 배바위산에서 인증샷 하고 출발.

 

과연 길은 트럭이 올라오며 바퀴 자국을 내서 길이 잘 나있다. 군데 군데 급경사길에 트럭이 어찌 올라왔나 싶은 길도 있긴 했지만 아무튼 선두는 내달려 보이지도 않아 쫓아가느라 힘들었는데 임도가 나오는데 총무님이 내려오란다. 따뜻한 무덤가에 자리를 잡고 오늘 점심을 먹는다고.....

오늘 날씨가 더운듯 하지만 바람은 제법 찬데 햇살이 좋아서인지 전혀 춥지 않다. 둘러앉아 집에서 보다 풍성한 반찬으로 배부르고 등따뜻하게 밥 먹고 커피까지 타 마시고 오후 산행 출발.

 

철탑 있는곳 까지 올라오는데 출입금지 표지판을 '지금출입'이라는 총무님. 철조망 넘어 올라오는데 철탑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 호암산이라고....

 

초장에 직진을 하니 길이 너무 안좋다. 회장님 옆으로 돌아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아 올라가는데도 잡목이 많아 등로가 희미하다. 겨우겨우 올라오니 호암산 정상이다. 여기도 기맥길에서 벗어난 곳인데 오늘 산행이 짧아 찍고 가려고 올라왔는데 옵션 관광이 너무 쎄다. 사진 찍고 다시 철탑으로 고고씽~

 

다시 철탑으로 되돌아와 기맥길 가는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그나마 아침에 올라온 길보다는 낫다. 설설 기며 잡목숲을 헤치고 길이 헷갈리는 곳이 많아 잠시 알바를 하다 힘든 코스는 지난것 같다. 여기서 2차 키티 카페에서 코코아 마시기. 오늘은 보온병 가져온 사람이 네명이나 되서 물이 넉넉하다. 대신 찬물은 먹을 새가 없다.

 

등로는 험하지는 않은데 잡목이 많아 조금만 한눈 팔면 길이 헷갈린다. 겨우겨우 찾아서 내려가니 임도를 만났고 여기서 진행을 하면 비슬산 다음으로 높은 화악산이라는데 거기까지 가면 너무 길어 오늘은 여기서 임도따라 하산하면 된다고.....

 

임도를 1키로 정도 걸어내려가다 왼쪽으로 질러가는 길이라는데 처음엔 길이 순한것 같더니 곧 죽은 나무들이 가로막고 제대로 된 등산로가 아닌것 같다. 오늘 산행이 강-약-중간약-강으로 끝나는것 같다. 여기서 마지막 간식 딸기를 먹고 하산하기.

 

사방공사 한 곳을 넘어 겨우겨우 우리 버스를 만났다. 저녁 먹으러 나가며 임도 입구를 확인하니 다음엔 버스로 올라가면 될것 같다고.....

 

오늘 산행이 4시도 채 안됐지만 송년산행이고 여기가 한재 미나리가 유명한 곳이라 회장님이 진작에 예약을 해 놓았다는 총각미나리집. 총각 2명이 서빙을 하는데 장가 가면 어떻하냐고 하니 그럼 그만 둬야 한다나?

코로나 불경기에도 여긴 꾸준히 손님들이 오는데 미나리가 꽃다발처럼 가지런하니 어여쁘다. 삼겹살을 굽다 기름이 나오면 미나리를 잘라 살짝 데쳐서 먹는데 맛이 좋다. 생으로 쌈장 찍어먹어도 향긋하니 아주 맛있다. 저녁 이른데도 허기가 들어 많이 먹고 미나리 비빔밥으로 마무리 했는데도 6시가 안되 깜짝 놀라며 시골길을 되돌아 나오다 미나리 한단씩 사가지고 한참 만에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남성주 참외 휴게소에 한번 쉬고 안양으로 고고씽 해 10시 전 안양 도착.

월 2회 함께 산에 갈 사람들이 있고 스케줄 알아서 짜주고 산에서 버벅대도 기다려주고 산행 후 맛집에서 맛있는 저녁 먹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2021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사진, 동영산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