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초파일 원효능선도 가고 연등도 달고... (5/19)

산무수리 2021. 5. 19. 22:10

<연화봉(蓮花峰)>

 

권경업
 
 
설운 봄비가 문득
내리다 멎은 날에는
희방사 뒷편으로
연화봉에 올라라

이승이 끝나는
공지선(空地線)으로
너 영혼보다 더 붉은 철쭉
무리지어 핀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죽어
족제비 무덤같은
시청 앞 지하철에
아우성으로 묻히고
회색빛으로 바랜 영혼은
분진으로 가득한 거리를
정신없이 배회하는데
 
봄장마 내리다 문득 멎는 날에는
희방사 뒷편으로
연화봉에 올라라
하늘이 처음으로 내려 앉은
소백산 능선에
서방정토
곱디 고운 연꽃
한 아름 가슴으로
안을 게다

 

코스개관: 북한산성 입구-시구문(서암문)-원효암-원효봉-북문-상운사-위문(백운문)-용암문-도선사-우이동-정의공주묘 입구 (10:00~17:00)

 

토요일 에인절고가 바리스타 이론 시험을 본다고 해 초파일 가기로 했는데 리사는 월정사 가느라 못온다고 했다. 헌데 화욜 하늘도 집에 손님이 오신다고 못온단다. 될 수 있는 대로 빠지는 사람이 없는 날 가려다 셋만 (당연히 미녀 3총사) 가게 되었는데 그래도 영등산악회 출신만 가게 되어 에인절고 트랭글 배지 못 딴 원효봉으로 가기로 했다.

9:30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무사히 8772번 버스를 타고 산성 입구에서 내려 산성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멀단다. 아무튼 여기서 좌측 다리를 건너서 원효봉 가는길을 오늘은 헤매지 않고 찾았다.

선수(!) 들만 가서인지 서암문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일단 쉬며 고구마에 장공주가 힘 없다면서 유리병에 커피를 2병이나 얼려왔다. 오늘 날씨가 더워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주 그만이다. 쉬고 출발.

 

 

여기서부터 원효암까지는 거의 돌계단이다. 지루한 이 길을 2번 짧게 쉬어 가며 올라가 쇠난간 구간이 드디어 나왔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여기가 원효봉인줄 알았다 실망하는 눈치다. 그래도 이 구간은 짧지만 조망이 좋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봉우리 느낌이 없는 원효봉이다.그늘에서 쉬면서 커피와 장공주표 브라우니를 먹으니 아주 좋다. 

요즘 청춘들이 산에서 인증샷 해 올리는게 유행이라더니 그 어느날보다 청춘들이 산에 많다. 우리도 의상능선, 백운대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북문으로 출발.

 

북문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고 내려오다 상운사에 들려 연등을 하나 달았고 바나나도 얻어먹고 떡도 좀 얻었다. 여기서 바로 하산하자니 시간도 이르고 선수끼리 왔는데 진도를 좀 나가야 할것 같아 위문을 향해 출발.

 

이쪽 구간이 거의 계단성, 너덜성 돌길이라 이런날 아니면 가기 힘든 코스이다. 그나마 올라갈 때는 무릎 부담은 적은데 에인절고가 요즘 걷기를 게을리 했다는데 지난주 컨디션 안 좋았다는 장공주는 염려와는 달리 무리가 없는데 에인절고가 영 힘들어하고 어지럽기까지?

몇번을 쉬었고 한번은 길게 쉬면서 떡과 커피를 마시며 기운내기. 원래 희망사항은 대동문이나 칼바위로 하산했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다. 절에서 얻은 떡 하나는 옆의 고등학생들이 배고파 한다고 해 나누었는데 절편이 별 맛이 없어서인지 별로 좋아하는것 같진 않다. ㅎㅎㅎ

 

오늘 이 코스로 하산하는데 등산 초보들이 대거 올라온것 같다. 운동화 신은 사람들이 많은데 하산하는데 근육통으로 쩔쩔 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쉬었던 곳에서 조금만 올라오니 위문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우린 미련 없이 만경대 우회길로 가는데 여기는 완만하긴 한데 군데 군데 젖어있어 조심해서 내려오기.

장공주는 무릎보호대가 너무 조인다고 풀고 쉴곳을 찾다보니 용암문 까지 왔다. 용암문 옆 공터에서 앉아 쉬니 바람도 시원하고 남은 간식 먹는데 부러울게 없다. 여기가 천국이라는 에인절고. ㅎㅎㅎ 

산행 하는것도 좋지만 이렇게 마냥 쉬는것도 좋다는 에인절고. 누군 하산 후 뒤풀이가 더 좋다던데......

한참을 쉬고 제일 짧은 코스인 용암문으로 하산하기로.

 

용암문에서 인증샷 하고 내려오는데 맨 뒤에 오던 장공주가 안 보인다. 혹시 넘어졌나 걱정했는데 무릎보호대를 풀어 넣느라고 시간이 걸렸나 보다. 아무튼 그래도 전보다는 짧게 느껴지며 이 길을 내려오는데 도선사가 연등으로 화사하게 내려다 보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절은 유원지같이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공사중이던 데크길이 완성되어 데크길로 내려오니 셔틀 버스 기다리는 줄이 길다. 무사히 우이동으로 하산해 조금 더 걸어가 맛좋은 해물찜 먹으려니 둘 다 좋다고 한다. 

 

헌데 조금보다는 좀 길게 걸어 속으로 욕 나올 즈음 최고집칼국수 간판이 보인다. 다행이다.

세트메뉴는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아 제일 작은 해물찜을 시켜 먹었는데도 먹다 먹다 남아 포장을 했다. 그리고 길건너 찻집에서 차 마시고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기.

가정 전공자 2사람은 아직 모자 완성을 안했단다. 다음 산행에는 다들 완성해 들고 오기로 했고 모자 다음엔 비즈 공예로 팔찌나 목걸이 재료 찾아보고 하기로 했다. 

집에 갈때는 버스타고 우이역으로 다시 가 전철을 타니 움직이는 도서관 컨셉의 전철이 왔는데 막상 책은 그림만이다. 오늘 갑자기 날이 더워져 쉽지않은 산행을 무사히 마쳐 천만 다행이다. 감고사~

다음 산행에는 전원 참석 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