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는 동안>
천숙녀
탄력 잃은 어깨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낯 두꺼운 구름이 의자를 갉고 있다
한나절 문신으로 남아 몇 배는 더 부풀려지고
소나기 한 줄기 뿌리고 지나갔다
얼룩 묻은 발자국들 흙 묻은 손 씻겨놓고
은하(銀河)가 은하(銀河)를 뚫고
출렁이며 지나갔다
-안산 자락길 가기
나름 산행에 여러번 빠진 하늘. 수욜 안산 둘레길 가자고 하니 좋다고 해 덥기 전 8시 독립문역에서 만나려니 일찍 일어나느리 힘들었다. 너무 서둘러 일찍 도착해 잠시 의자에 누워있는새 하늘이 도착해 누워있는 사진을 찍었다. ㅎㅎ
오늘은 안산 자락길을 완전히 한바퀴 돌기로 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 가는길 보다는 둘레길이 확실히 쉽긴 하다. 이른 시간에 평일인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간 중간 쉬면서 (쉬기 좋은 자리는 다 금줄을 쳐 놔 좀 아쉽긴 했다) 걸으니 부담은 확실히 없다. 다시 독립문으로 내려가 영천시장에 들려 떡볶이와 튀김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다음 스케줄을 영화나 인왕산 둘레길을 하기로 했고 일단 길 건너 스타벅스에서 기프티콘을 써서 차를 마시는 동안 영화를 검색한 하늘이 영화쪽으로 가고 싶은것 같다.
12:20 시작하는 영화를 보면 될것 같아 부지런히 걸어 시네큐브로.....
-1일 2영화 보기
와인 패밀리 영화를 보고 일본 영화를 보는게 가능할것 같다. 표 2가지 다 샀다.
와인 패밀리는 이탈리아 출신인 주인공이 캐나다 여성을 만나 캐나다에 살면서 ceo로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다 막판 신념에 반하는 일을 할 수 없어 사표를 내고 무작정 할아버지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아체렌자로 돌아가며 시작을 한다.
버려지다 시피 한 와이너리를 재건하며 만나는 고향 친구들과 와인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이루고 반대하던 부인과 왕래를 끊고 지내던 딸마져도 이탈리아라는 마법에 빠져 성공하고 주인공인 마크는 재취업에 성공하는 개연성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눈도 마음도 즐거웠다. 주인공 친구로 나온 경찰은 시네마 천국의 토토의 젊은 시절 모습이랑 비슷해 혹시나 해 찾아보니 다른 사람이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 한거라고 해 내심 노년을 맞이한 주인공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그런 영화인줄 알았는데 시작에 어마어마한 만화같은 내용이 나와 뭐지 싶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를 나타내는 3명의 남자들. 고향에서 결혼을 피해 나와 취직 해 살다 결국 고향 사투리를 쓰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 나름 행복하게 살다 남편이 먼저 죽고 아들은 연락이 끊긴 상태고 가까이 사는 딸은 아쉬울 때만 엄마를 찾은 다소 얌체같은 캐릭터.
극중 주인공은 75세인데 실제 연기자는 55년생이니 이런 역을 하기엔 다소 젋었고 얼굴도 곱다.
중간 주인공이 다른 자아를 보였을때 치매 이야긴가 싶기도 했고 인류 탄생에 관한 내용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은 이건 또 무슨 의미이지 싶은 생각도 했다.
극중 어릴때의 자신과도 만나고 젊은 시절의 자신과도 만나고 죽은 남편도 만나면서 외로운 가운데 혼자 남아 나름 자유로움을 주고 떠났다는 대사는 공감보다는 짠한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모습이 남의 일이 아닌 10년 후 우리의 모습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엔 우리에겐 숙제가 주어진 느낌?
이른 점심을 먹은지라 이른 저녁으로 육개장을 먹었고 먹은 김에 정동극장 근처 전광수 카페에서 모처럼 맛좋은 커피를 먹으니 좋았다.
하늘과 헤어져 걸은 김에 서울역까지 걸어가 전철 타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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