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위하여>
이기철
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
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 숲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 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
작은 빗방울을 일부러 피하지 않고 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 인가에서 울려오는 차임벨소리에 놀란 눈을 뜨고 질주하는 자동차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 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 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속에 박히고 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 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다른 날빛을 맞으며 가을로 간다
여름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 가을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산기슭 싸리나무 끝에 굴뚝새들의 단음의 노래를 리본처럼 달아둔다
인간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 인간 다음에 이 지상에 남을 것들을 위하여 굴뚝새들은 오리나무 뿌리 뻗는 황토기슭에 그들의 꿈과 노래를 보석처럼 묻어 둔다
코스: 빨래골-솔샘길-명상길-평창동-점심-북악터널-171번 종점 (10:30~14:40, 낮에는 다소 더웠던 화창한 날씨. 4명)
오늘은 둘레길 걷기로 했는데 리사가 못온다고 연락이 왔다. 수유역에서 넷이 만나 마을버스 타고 빨래골에서 지난번 구간을 이어서 걷기.
헌데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단체로 오고 마라톤 모드의 사람들도 우릴 추월해 간다.
간간히 조망이 되고 솔샘발원지에서 앉아 커피와 팥빵 먹기.
길을 지나 청수장 입구에서 계단을 한참 올라가 칼바위 조망 쉼터에 한팀이 앉아있다 안 지나가고 서있으니 할 수 없이 방을 빼준다. 오르막 계단이 너무 길어 꼭 쉬어야 하는 구간인데 우리 팀 숨도 고르기 전 자꾸 다른 팀이 올라오지만 비켜 줄 수가 없다.
여기서 형제봉 갈림길에서 평창동으로 내려가니 명상길 구간이 끝난다. 다음 구간은 포장도로라 길로 하산해 북악정 새 건물에서 냄면과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작년에 비해 너무 부실하다. 알고보니 두 형제가 각각 사장이라 다른 식당으로 보면 된다고. 반찬이 부실해서인지 먹어도 헛헛하다.
리사가 많이 빠져 차는 혜화동에서 먹기로 하고 검색해 보니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평창동에서 북악터널을 지나 국민대에서 정릉 버스 종점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리사를 만나 찻집 가기.
점심이 헛헛해 디저트까지 시켜 먹으며 다음에 만들 간세다리를 본뜨기로 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주인장에게 종이, 가위까지 빌려 본떠서 나누어 갖고 다음에 꿰매오는 숙제.
만들어서 뭐하냐고 하면서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가 힐링이 되는 느낌.
한참 놀았는데도 걷기가 빨리 끝나 4시반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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