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한양도성길(혜화문~창의문, 11/27)

산무수리 2021. 11. 27. 17:54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다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날 농사꾼 아우가 무심코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려내는 햇볕, 그걸 버린다는 말씀이 당키나 한가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은 끊임없이 무언갈 자꾸 살려내고 싶다는 말이다 모든 게 다 쓸모가 있다 버릴 것이 없다 아 그러나 나는 버린다는 말씀을 비워낸다는 말씀을 겁도 없이 지껄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아니다 욕심도 쓸모가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마음으로 보면 쓸모가 있다 세상엔 지금 햇볕이 지천으로 놀고 있다 햇볕이 아깝다는 뜻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아 사람아 젖어있는 사람들아 그대들을 햇볕에 내어 말려라 햇볕에 내어 말려 쓰거라 끊임없이 살려내거라 놀고 있는 햇볕이 스스로 제가 아깝다 아깝다 한다

 

코스개관: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혜화문-와룡공원-말바위 안내소-숙정문-북악산-창의문 (10:00~13:30, 맑고 따뜻한 가을. 셋)

 

지난주 남산 단풍도 볼 겸 한양 도성길 트레킹을 혜화문까지 했고 오늘은 혜화문에서 일단 창의문을 목표. 하늘은 드디어 동상이 오늘 돌아가는 날이라 오늘도 결석이고 에인절고도 김장을 해야 한다고.....

미녀 삼총사가 되어 10시 만나 혜화문 지나 도성길 가는데 버벅대는 날 보더니 마라톤 클럽 사람들이 거기 아니라고 알려주며 뛰어 간다. 사실 여긴 리사 구역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는데.....

경신고 뒷담을 지나 설곽 지나 서울성곽을 오랫만에 올라가나 보다. 미모정상도 설곽을 떠나니 이젠 진짜 넘의 학교가 됐다.

스러지긴 했지만 아직 단풍이 남아 있고 날이 춥다 염려했는데 햇살은 따뜻하고 덥기까지 하다. 한 껍데기씩 벗고 올라가 일단 말바위에서 표찰 받고 도장 찍고 (신분증 제도는 2019년 폐지됐다고...) 들어가 데크에 앉아 맛 좋은 빵과 커피 마시기.

오늘 이쪽 저쪽에서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예전 처음 개방했을 때 이 길을 오니 한쪽은 담벼락만 보이고 길은 거의 다 돌계단이라 다시는 안 온다고 하고 10년도 훨씬 지나서 오니 조금은 순해지고 길도 다듬어지고 담벼락도 많이 철거되고 데크도 깔려 길이 조금은 펴진듯한 느낌.

숙정문 지나고 완만하지만 오르막이 계속되고 청운대 찍고 창의문 얼마 안 남았을 때 북악산 정상석 보고 조금 백 해 창의문 내려가는길은 그야말로 급경사 계단길이다.

난간이 한쪽만 설치되어 있는데 성곽을 잡고 걷자니 그렇고 어지럼증 있는 사람은 어려움이 많을것 같다.

헌데 돌발상황. 장공주 신발이 발목에 쓸려 매우 아픈가보다. 창갈이 하고 2번째 신는데 첫번째 신을때는 거의 하산 무렵부터 아팠나본데 오늘은 진작 아팠나보다. 수건도 묶어보고 휴지도 넣고 했는데도 영 내려오는데 속도가 안난다.

건너편 인왕산 기차바위 능선이 아름답다.

일단은 창의문 찍고 점심을 먹고 평지는 괜찮을것 같다고 해 경복궁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전혀 안 괜찮을것 같아 여기서 걷기는 끝내고 차 마시고 버스 타고 전철역에서 아웃. 산행은 역시나 신력이 중요함을 체감.

다음 산행은 토욜 결혼식에 가야 하 수욜 낮에 만나 도성길을 완성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