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기다린다>
홍순영
그가 사라졌다
분명 발자국 소리 들리고
그의 냄새 문 앞에 서성이는 것 같아
가슴 두근거렸는데
문을 열어젖히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가 자취를 감춘 그 시간으로부터 시계는
두 바퀴를 돌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자꾸만 돋아나는 시간
제대로 돌지 않는 피를 데워가며
백지에 발자국만 찍고 달아난 그를 좇아
기억의 갈피마다 머리를 들이밀어 본다
사각 울타리가 쳐진 백지를 펼쳐놓고
침묵 속에서
그가 다시 출몰하기를 기다린다
나는 아직 텅 빈 여백이다
코스개관: 사당역 2번 출구-우면산 입구-남태령 정상-성산약수-유점사 약수터-소망탑-양재시민의 숲 (쌀쌀한 봄날, 둘)
지난주 하늘과 함께 걸었던 길을 오늘은 장공주와 둘이 걸었다.
둘이 같은날 가면 좋겠는데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고 나는 저녁 수원에 음악회 일정이 있어 우면산을 가기로.
작년 2월에는 내가, 3월에는 장공주, 4월에는 리사가 서울둘레길 완주 한 후 배지를 받았었다.
올해 2번째로 2번째 배지를 받게 된 장공주.
지난주는 금욜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았는데 오늘은 한갖지다. 평일을 실감하게 된다.
장공주와 가니 데크길보다는 흙길 밟으며 올라갔고, 지난주에 비해 덜 쉬고 가니 조금 일찍 양재 시민의 숲에 도착하니 12~1시 점심시간이라 잠겨 있다.
할 수 없이 길건너 지난번 밥 먹은 식당에 가 오늘은 매콤 갈비찜을 먹었고 역시나 갔던 커피숍에 가 차도 마셨다.
백 해 배지 받으러 가니 늘 혼자 근무하던 곳에 두분이 더 계시다. 셋이 근무를 하나보다.
축하 사진 찍고 배지 받고 아웃.
집에 가 씻고 청소하고 수원 sk 아트리움에 처음 가 보았다.
수원시향 연주인데 협연자인 최하영이 유명한 사람이고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은 나도 많이 들어본 곡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은 여산이 아주 좋아하는 곡이고 특히 4악장이 아름답다고 한다. 여산이 2매 예매 했다고 시간 되냐고 연락이 와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회 보기.
시향 연주라 R석이 2만원 A석이 1만원인데 R석 예매를 못해 A석이라는데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듣는 귀는 자신은 없지만 첼로 연주는 감동 자체는 아니었고 말러는 관악기가 열일 하는 음악이었고 하프는 4악장에서만 연주하는데 보통은 2대를 한다는데 오늘은 한대만 나왔다.
이 곡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나왔다는데 음악 자체가 영화 배경음악으로 쓰기 좋겠다 싶었고 1악장 트럼펫 독주로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틀리면 완전 꽝이라는 설명.
별로 들어보지 못한 곡이었는데 나는 2악장이 좋았고 심벌즈가 이렇게 감동을 주는 악기였나 싶을 정도였다.
만원의 행복으로 여산 덕분에 귀호강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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