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
정끝별
산안개가 높아지니 벌레가 날아들었다
어치가 자주 울었고 나도 잠시 울었다
빛 짙고 소리 높고 기척 멀어졌다
질 것들 가고 날 것들 오면 잊히기도 하겠다
발 달린 것들 귀가 쫑긋해지고
발놀림도 분주해져 바깥 기웃대겠다
밥그릇에 밥풀도 잘 달라붙고
꽃가루에 묻어온 천식도 거풍되겠다
계절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
오는 서쪽 비에 가슴이 먼저 젖었으니
가는 동쪽 비에는 등이 먼저 마르겠다
저물녘이 자주 붉고 달무리도 넓어졌다
이제 젖은 발로 마른 길 갈 수 있겠다
-새벽 산책
하늘이 몸살에 걸려 고민하다 이번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약기운인지 잠을 잘 잤다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해는 진작 뜬것 같다. 이른 아침 수목원 한바퀴 돌아봐야 할것 같다. 하늘도 같이 동행 한다고 해 눈꼽도 떼지 않고 한바퀴 돌기.
해질 무렵과 해 뜰 무렵의 분위기와 빛은 정말이지 달랐다. 호젓한 분위기의 수목원을 아쉬워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도는데 이슬비가 조금 오는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곡우라고. 숙소로 돌아오니 문이 잠겼다. 전화를 해 보니 다섯이 돌고 있다고. 민병갈 동상 앞에서 겨우 만나 열쇠를 받아 숙소로 둘이 먼저 들어왔다.
-밥 먹자
하늘은 어지러워 잠시 누워있고 여산이 한다던 꽁치 김치찌개를 앉혔고 계란말이 해 준다고 해 계란도 풀어서 대파도 썰어 놓았고 스팸도 잘라 놓았더니 크고 두껍게 썰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집 저집 반찬으로 아침부터 배 터지게 밥을 먹었고 마무리로 하늘표 누룽지 먹기.
나가서 커피 마시자고 하니 밖에서 음식물 먹으면 안된다고 해 그냥 숙소에서 커피와 쿠키 먹기. 그새 하늘과 순한공주는 거실 문 열어놓고 툇마루에 앉아 바깥 정취를 구경한다.
헌데 벌써 9시가 지나 관람객들이 보이기 시작. 우리도 얼른 짐 싸고 쓰레기 정리하고 짐 문앞에 놓고 나가기 전 다시 한번 둘러보기로......
-출발 전 아쉬움으로 둘러보기
그새 해가 중천에 올라와 새벽에 보는 느낌과는 또 다르다. 그리고 새벽 입을 오므리던 꽃들이 피어나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튜울립 비슷한 꽃은 원종 튜울립이라고 했고 나팔 모양의 노란꽃은 나팔 수선화라고.
아쉬움으로 한바퀴 돌고 오라방은 차 가지러 가고 우리들은 숙소에서 짐 빼서 나오기.
-파도리 해수욕장
파도리 해수욕장은 해식동굴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해옥이 유명하다는데 크고 작은 자갈들이 어여쁘긴 하다. 동굴 가는길은 약간 험해 경로는 조심해야 한다고.
한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냥 근처에서만 사진 찍고 나왔다. 낭만파 오라방은 맨발로 모래사장까지 걷네?
점심은 어디서 먹나 설왕설래 하다 공세리 성당 근처에서 먹는다고.....
-공세리 성당
오랫만에 온 공세리 성당은 뒷쪽에도 주차장을 새로 만들었고 성당도 뭔가 화려하고 달라진 모습. 3년 전 주임 신부님이 바뀌었다는데 바티칸에서 돈이 많이 내려온것 같다는 여산.
여기도 꽃이 초절정으로 어여쁘다. 그래서 더 화려하게 보였고 부활절 끝난지 얼마 안되서인지 여기 저기 못 보던 구조물들이 많이 보였다. 성당 진입로도 확장 공사가 한창이고 마을도 성당 앞 마을로 바뀌는 모습들.
-생일 답사 점심 먹기 (하마트면 굶을 뻔)
염두에 두었던 두부집은 밥이 떨어졌다고 한다. 밥 해 달라고 하니 밭에 가야 한다고. 헐~
다행히 칼국수집이 있어 해물칼국수와 묵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순한공주 생일턱으로 좋은데서 먹자고 하더니 뭔가 아쉬운지 차까지 마시자고.
성당길 커피향이라는 카페에 홀로 일하는 사장님이 바쁜데 음료를 성의껏 준비해 주신다. 여기서 마지막 단체 사진 찍고 차 마시고 헤어져 출발.
차는 좀 막혔지만 퇴근시간 전 무사히 두 공주님 금정역에 내려주고 집으로~
천리포 우수회원 여산 덕분에 꾸준히 천리포를 올 수 있었고 좋은 계절에 태어난 순한공주 덕분에 목련이 한창인 계절에 올 수 있었다. 대부분 순한공주가 음식을 준비해 와 이번엔 내가 재료만 준비해 왔고 요리(?)는 여산이 주도해서 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음악회를 포기 했다는 여산. 신경을 너무 썼나보다. ㅎㅎㅎ
이덕 저덕 행복한 여행이었다. 감고사~
-사진 추가
-남의편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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