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봄날>
박얼서
거실에서 월동을 견디던 화초들
쟈스민이 맨 먼저 새하얀 꽃향기를 터트리면
난향(蘭香)들 소리 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해에도 작년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그러다 문득
복수초 설중매 봄까치꽃이 SNS에 등장하면
봄은 바짝 다가온 셈이다
노오란 꽃
산수유가 피고, 생강나무가 어떻고 하면
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울안에 홍매화 산당화 백목련이 피고
라일락 꽃향기 담장을 넘나들면
봄은 이미 바람난 셈이다
민들레 수선화 유채꽃 꽃잔디 광대나물
별꽃 각시붓꽃 제비꽃 현호색
화들짝 신상을 공개해버린 저네들
마주치는 눈빛마다 봄날에 만취했다
어제 마주친 제비꽃과 얼레지꽃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어느덧 만춘이라 여겼는데
오늘 또 다시
화단에
튤립이 피고, 모란이 벙글고
하긴, 계절이란 개화를 위한 꽃밭이었다
여름엔 장미, 가을엔 들국화
겨울엔 얼음꽃 눈꽃
천왕봉 대청봉 향적봉 상고대까지도
사시사철 꽃이 피는 꽃밭이었다
코스개관: 삼불사-바둑바위-금오봉-용장사지-이영재-백운재-고위봉-백운재-칠불암-통일전 (넷, 산행하기 좋은 날)
영미는 새벽에 나가 본업에 충실한데 장학생 둘이 제일 늦게 일어나 8시 경 식당으로.
가격대비 내용이 충실하다고 좋아한다. 하긴 작년 1월보다 뭔가 보강이 되어 있고 훈제 연어까지 있다.
오늘 산에 간다고 이것 저것 많이 먹었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짐 챙기고 출발.
버스를 1번 환승해 가기로 했는데 검색하니 택시비가 11000원 정도면 된다고 택시타고 가자고 한다. 마침 택시가 한대 와 타 이번엔 삼불사를 들렸다 삼릉으로 가려고 삼불사로 갔다. 택시비는 경주는 거리가 조금 늘어나면 할증이 되어 18000원 나왔다고.
아무튼 편하게 삼불사를 들려 부처님 세분을 뵙고 엽서도 한장 챙기고 삼릉으로 가려니 여기서 정상까지는 2키로가 조금 넘는다. 어제 동남산은 다 4키로가 넘었는데.
여기서 올라가도 되겠어? 그럼 부처님 몇 분을 못 뵙고 상선암도 통과해야 하는데? 상관없다고 해 이 능선도 궁금해 여기서 출발.
결과론이지만 이쪽이 삼릉보다 조금 짧고 능선을 타고 오니 조망은 이쪽이 낫다.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영미가 힘들어 한다. 몇번 쉬고 올라가니 삼릉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쉬었다 바둑바위를 향해 출발.
바둑바위에 올라서 한참을 기다려도 영미가 올라오지 않는다. 한참만에 나타났다. 삼릉쪽으로 가다 되돌아 왔다고. 미안해 하며 쉬며 사과를 한쪽씩 나누어 먹고 출발. 아무래도 영미는 금오봉에서 하산시켜야 할것 같다.
바둑바위 지나다 우측으로 선각마애여래상이 내려다 보인다. 두번째 보지만 역시나 감동이다. 조망도 멋있고 행복해 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정상 도착.
평일인데 사람들이 보인다. 홀로 온 여인에게 사진을 부탁해 찍고 간식 먹고 영미는 통일전으로 바로 내려가라고 했다. 이 길은 임도성 길로 힘들지 않다고.
경민이도 같이 내려간다는데 천천히 가면 갈 수 있을것 같아 같이 가자고 해 넷에서 셋이 됐다.
기억보다 한참만에 용장사지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다소 길이 거칠다. 그래도 내려오다 만나는 용장사지3층 석탑을 보는 감동을 포기할 수 없다.
행복해 하며 사진을 찍고 내려가기.
거친 길을 내려오다 용장사지 석조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다. 이 부처님은 스님 따라 머리가 돌아갔다는데 지금은 머리가 없어진 상태인데도 멋지다.
여기서 하산하는 길도 역시나 거칠다. 내려오다 경민이 바위에 발이 걸리며 왼쪽 무릎에 충격이 크게 갔다. 무릎이 아프다고 해 내 보호대 하나 빌려줬는데도 더 이상 무리하면 안될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 경민이는 용장마을로 내려가기로 했고 나와 송죽만 이영재로 출발.
이영재까지도 거의 1키로이고 여기서 산정호수 지나 백운재까지도 기억보다 멀었다. 그나마 이 길은 험하지는 않다. 송죽이 힘이 든지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나는 고위봉에 갔다 오고 싶다고 하니 처음엔 같이 간다더니 절대로 안 간다고....
송죽은 백운재에서 쉬었다 칠불암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나는 고위봉 찍고 오기로...
왕복 1키로 인데 그나마 길은 정상 주변만 오르막이고 거의 평지성 길이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정상을 찍었다. 여기서 용장마을 바로 하산하는 길도 있고 천우사쪽은 이무기 능선으로 이 능선이 멋진것 같다. 다음에 온다면 이 능선으로 올라와봐야 겠다.
부지런히 내려와 신선암 갈림길에서 겨우 송죽을 잡았다. 지난번 산행에서 신선암을 못 봐 아쉬워 이번엔 꼭 들리기로 했었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은 위치도 끝내주고 부처님도 아주 멋지다. 행복해 하며 오늘 고위봉, 신선암 부처님을 다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서로 사진 찍어주고 칠불암을 향해 출발.
칠불암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 않아 역시나 경민이가 안 오길 잘했다 싶었다. 온몸 산악회의 진수를 보여주며 무사히 칠불암에 오니 여기도 공사가 끝나 분위기가 좋아졌다. 여기도 사방불이 새겨져 있어 두루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들렸다 통일전을 향해 출발.
통일전으로 내려가는 길도 생각보다는 거칠고 길었다. 진작 송죽에게 파워젤을 줄걸 싶다. 힘든 내색은 안하는데 송죽 속도가 영 나지 않는다. 아무튼 무사히 등산로가 끝났고 길로 내려서 탑 2쌍을 만났고 양피지 저수지를 지나 통일전 주차장.
전화 해 보니 영미는 아르헨티나 여인을 만나 함께 하산해 쌈밥을 먹고 5시 귀가 한다고 했고 경민이도 내려가 바로 버스를 만나 3시 좀 지나 숙소 도착해 키가 없어 프론트에 부탁해 열고 들어왔다고. 일단은 숙소에 들렸다 저녁도 먹을겸 야경 보러 나가기로.....
통일전 주차장에서 숙소가는 버스를 타고 가 일단 씻고 (송죽은 누웠다 나중에 씻는다고) 해질 무렵 보문정에서 버스타고 월성동주민센터 내리니 삼겹살집 고기 굽는 냄새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들어가 삼겹살보다는 볶음밥에 마음이 있어 4인분에 볶음밥을 3인분이나 시켜 장학생, 청강생 나누어 주님을 영접하고 소주 남았다고 챙겨 동궁과 월지로....
경주 올때마다 공사중이라 야간 개장 자체를 안했다. 오늘이 제대로 보는 야경인것 같다. 경로 덕분에 무료 입장을 하는데 단체팀이 너무 많아 낮보다 더 시끄럽다. 인파를 피해 물에 반영하는 사진을 찍고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영미와 송죽은 많이 힘든가 보다. 헌데 경민이는 온 김에 월정교까지 보고 가겠다고.
둘은 택시 타고 숙소로 가고 둘이 걸어서 월정교를 가는데 질러가는 길이 있을텐데 깜깜하니 네비 안내로 큰길로 가니 박물관까지 가서 월정교를 찾아가니 다소 멀다.
그 덕에 처음으로 월정교 뒷면을 봤고 앞면을 봤는데 기대보다 감동은 적었다. 아무튼 사진 찍고 이젠 집으로 가려는데 정류장이 어디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결국 헤매다 첨성대 지나 선덕여고까지 오게 되었는데 시간은 9시반이 지나 막차 끊긴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민. 택시 타고 가면 된다고 하니 여기까지 걸어와서 억울해서 택시는 안 타고 싶다고.
일단 선덕여고 앞에 가니 하교하는 아이들 태우러 오는 버스, 자가용, 학원버스가 난리도 아니다. 다행히 버스 정류장에 가니 버스가 있어 무사히 호텔 도착. 1층 찻집에서 치킨을 주문해 송죽이 기다리고 있어 함께 올라가 치맥먹기.
영미는 일하다 늦게 합류 해 놀다 마지막 밤을 보내는데 넷이 교대로 밤새 삼중주 연주를 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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