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천수호
여덟 살 때 나리꽃 화신을 본 적 있다
바위 뒤에 숨어서
긴 머리카락으로 맨몸을 가리고 있던 나리꽃
내려다보이는 사거리 바보식당을 가리키며
옷가방을 갖다달라던
암술이 긴 속눈썹
손에 꼭 쥐여 주던 쪽지도 나는 계곡으로 던져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음박질쳤는데
그 쪽지는 급물살 타고 아득히 멀어져갔는데
사십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옷을 달라고 속눈썹 깜빡이는 여자
그 바위 뒤에서 벌거벗은 채
마흔 번의 겨울을 어찌 다 견뎠는지
늙지도, 죽지도 않고
그 붉은 루즈도 닦지 않고
주근깨 몇 개 가만히
붉은 입술에 섬처럼 떠올라 초조한
내가 처음 본 여자의 몸, 나리꽃 화신
코스개관: 흥교-태화산-산성터-고씨동굴 (한여름의 더위를 몸으로 체험하던 날, 여섯)
나의 100대 명산 미답지인 영월 태화산 (난 울산 태화산인줄) 을 간다고 한다. 헌데 여기 우리 영춘지맥에서 왔던 산이라고. 전혀 기억에 없어 찾아보니 2014년 가긴 갔었다. 이렇게 오래 되니 기억을 할 리가...
아무튼 회장님은 창원 제사 참석하고 합류하신다고 해 고씨동굴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해 5명이 평촌 출발해 시간 널널하다고 해 치악 휴게소에서 커피까지 마셨다.
응봉산 산행이 윤호씨 사정으로 취소된것 같다고 커피를 윤호씨가 샀다. 총무 허락도 없이....
고씨동굴은 대학교때 가고 처음인것 같다. 주차장에 가니 강변에 행사를 하고 있다. 뭐지?
쏘가리 루어 낚시대회란다. 고급 낚시의 일종이라나? 쏘가리는 풀어 놓는거라던가?
아무튼 회장님 새벽녘 잠깐 취침하고 아침 식사 하고 도착해 합류.
지난번 캔 더덕 슬러쉬가 녹지 않았다고 녹이고 있는 총무님. 총무님차로 흥교로 이동.
흥교에서 올라가는게 거의 500대 높이에서 정상 2.5키로라 그중 쉽다고.
주차장에 차대고 등산로 입구 걸어가는데 꽃도 예쁘고 사과, 복숭아, 옥수수 등 먹을것도 많다. 헌데 날씨는 장난이 아닐것 같다. 인증샷 하고 출발.
길은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인데 조망도 없고 지루한 길이다. 오늘 날씨가 제일 더운날인것 같다. 나도 땀이 머리에서 흘러 내린다. 모처럼 준희 표지판을 만나니 반갑다. 우린 영춘기맥이라고 했는데 여긴 영월기맥으로 되어 있네?
아무튼 쉬며 윤호씨가 망고를 나누어 주어 망고도 먹고 신천씨 방울토마토도 먹고 출발.
초장 등산로는 여기가 왜 100대산일까 의심스러웠는데 올라갈 수록 길이 정비도 잘되고 쾌적하고 깨끗한 산이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데도 기분 좋아지고 경사도 심하지 않고 아주 좋다. 한 분이 내려와 아직 멀었냐고 하니 좀 가야 하는데 어렵진 않다고.....
드디어 총무님이 숲으로 들어섰다. 회장님도 나물을 뜯는다. 능선에 올라서서 기다리니 총무님이 숲에서 나타났는데 생각보다 먹을게 없다고....
오늘 아침 식사 한 식당에서 주인장이 이 산에서 산삼을 캤다고 해서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총무님 경험상 이 산은 먹을게 없다고....
어느새 슬러쉬가 알맞게 녹아 몇년 만에 더덕슬러쉬를 맛 봤는데 적당히 씹히는 식감에 달달함과 시원함으로 행복하다. 회장님 왈, 예전 슬러쉬보다 양이 적다고 행복한 투정을 해 다들 웃었다. ㅎㅎㅎ
여기서 정상은 10분 이라고. 아싸~
이제나 저제나 하던 정상이 드디어 나타났다. 올라오며 간간히 정상만 찍고 하산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상 옆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어제 나와 신천씨가 서로 상추를 가지고 오겠다고 실랑이가 있었는데 상추+족발로 신천씨 승~
덕분에 산 정상에서 족발에 상추쌈 싸서 먹으니 부러울게 없다. 먹다 보니 밥을 다 먹을 수 없어 남겼고 다른 반찬들도 거의 남았다. 냉커피까지 타 마시고 부른 배를 안고 정상 인증샷 하고 출발~
정상에서 고씨동굴 가는길은 크게 험하지도 않고 업다운도 많지 않다. 그리고 1030봉에 가니 드디어 시계가 트이지 시작. 이 구간중 하이라이트 구간이라던가?
총무님과 회장님은 숲으로 들어가고 넷이 기다리는데 앞에서 소리가 나네? 총무님인줄 알았는데 회장님이네?
회장님도 진짜 땀 많이 흘린다. 정말정말 더운 날이다.
우측으로 나무가 무성해 조망이 썩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강을 보고 걷는다. 한군데 조망이 트인곳이 나오는데 전망대다. 여기서 한참 노는데 총무님이 헐레벌떡 도착. 그러더니 사과쥬스까지 나누어 준다. 이걸 지고 오니 힘들겠다.
요즘 주 6일 탁구를 몇시간씩 치고 저녁엔 헬스까지 1시간반을 한다던가? 그래서 피로가 누적되는것 같단다.
그래서인지 총무님이 오늘 2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질뻔 했다.
정상에서 큰골 하산길, 팔괘리 하산길을 지나 고수동굴 하산길로 진행하는데 중간중간 암릉성 길이 나오긴 했지만 힘들다 싶으면 평지성 길이 나와 이만하면 등산로는 좋은편이라 생각했다.
선두 작가님이 드디어 한 지점에서 쉬고 계시다. 여기서 동굴까지 이제 2.5키로 남았다. 경치도 근사하다. 여기서 뒤처진 총무님까지 기다렸다 만나 귤과 참외까지 먹고 하산 시작.
여기서 초장 하산길은 급경사였는데 길지는 않았고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4거리나 나타났다. 외씨버선길 안내판과 운탄고도길까지? 한팀이 우리와 크로스되어 지나가는것 같다. 방을 빼줘야 할것 같아 출발.
여기서 동굴까지 쉬지 않아도 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었다. 더구나 0.9키로 남은 지점부터는 오늘 코스 중 제일 힘든 구간? 난간도 설치되어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아무튼 급경사에 쉽지 않은 길이었고 정말 길게 느껴졌다.
마지막 힘을 짜 내려가니 어수선한 전망데크에서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총무님이 갈증이 정말 많이 나는지 힘든 모습이다. 물 잔뜩 마시고 계단길을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길었는데 동굴이 보이는 지점부터는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분다. 동굴 바람?
문제는 매표소는 다리를 건너가 표를 사 가지고 와야 하는데 5시까지 입장이고 50분 문을 닫는다나?
총무님과 부지런히 걸어가 매표를 하는데 입장료가 4000원인데 경로는 1000원? 경로가 3명이나 되니 횡재한것 같다.
총무로 처음 회비 집행을 했고 (체크카드) 동굴 관람하는데 막판이라 사람이 거의 없다.
동굴은 예전 기억에 비해 심심했는데 군데군데 바가지 부딧히는 소리가 나서 머리 깨질뻔 했다고 웃어가며 한바퀴 돌아 나오니 1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동굴이 시원해 산행에서 흘린 땀을 식혀주어 좋았는데 나오니 다시 땡볕이다.
일단 회장님 차에 타고 총무님차 회수하러 가는데 아침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 무사히 차 회수하고 저녁 먹을 상동막국수집을 검색하니 5시 마감이란다. 헐~
꿩대신 닭으로 진미막국수집을 검색해 영월 시내에 나가 막국수와 수육을 먹고 (배가 고픈데도 맛은 그저 그랬다) 7시 20분 경 4000원차와 1000원 차로 나누어 타고 가다 여주 휴게소에서 다시 1:5로 나누어 타고 집으로~
길은 다행히 막히지 않아 무사히 10시 전 평촌 입성. 오늘도 보람찬 산행이었다. 감고사~
회비집행: 입장료 15,000. 저녁 79,000, 차량 운행비 100,000 (회장님은 볼일 볼겸 오셨다고 사양해서 한대분만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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