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령 투구꽃>
장승진
저항령 통해 황철봉 가는 길
우툴두툴 돌들 참 많네
계곡물에 잠긴 길을
돌에게 묻고 나무에게 물어
마침내 올라 앉은 봉우리
노오란 돌채송화 작은 꽃송이
절정의 바람은 흔들리네
엉겨붙은 바위들의 고요한 주검
검버섯 돋아나듯 세월만 살아
쉽사리 구원을 말하지 않네
하산 길에 몇 번이나 넘어지며 보았네
칠부능선 그늘 속
투구꽃들 모여 앉아
그 절정의 침묵을 지키는 걸
잠시도 투구를 벗지 않는 걸
코스개관: 장구목이-장구목이 임도-삼거리-가리왕산 정상-삼거리-중봉-오장동임도-숙암분교 (하늘이 어여쁜 멋진 가을날, 당나귀 6명)
가리왕산은 예전 임도에서 마라톤 뛴 적은 있지만 산행을 못 해봐서 가보고 싶던 곳.
이 산은 계속 이런 저런 사정으로 밀렸다 모처럼 추석 연휴라 길게 쉴 수 있는 신천씨도 올 수 있다고 해 잡은 오늘.
다섯이 7시 농수산에서 출발해 광주 휴게소에서 회장님 만나 커피 한잔 하고 차 두대 나누어 타고 출발.
나는 뒷자리에 길게 누워 푹 자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 왔다고....
차 한대는 숙암분교에 댄다는데 가보니 케이블카가 보인다.
여기서 동계 올림픽이 열려 산을 까부수고 스키장을 만들었던 곳인데 스키장은 원상 복귀 했지만 케이블카는 운영을 하는것 같다. 아침이라 차는 거의 안 보이고 주차장은 아주 넓다. 일단 차를 대고 출발 지점인 장구목이에 가니 길가에 차를 대는데 다행히 한 자리가 있어 무사히 차를 댔고 회장님이 며느님이 가져왔다고 묵 한모를 가지고 오셔서 묵부터 먹고 출발.
산은 입구부터 계곡이 보이는데 여름에도 물이 차서 오래 발 담그기 힘들다고.....
사진 찍고 출발하는데 호젓한 산길이 아주 좋다. 계속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다 다리를 건너서는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데 이 계곡 이끼가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이라고.....
산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급하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고 덥긴 해도 바람은 시원하다.
선두 두 오라방이 쉬지않아 적당한 곳에서 앉아 차를 마시려니 조금만 올라오면 좋은데 있다는데 전을 펼쳐 안된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내려 오셨다.
이러시면 같이 못 논다고 투정을 하고 따뜻한 코코아 들고 왔다고 잘못 갖고 온것 같다는 총무님. 헌데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났는데도 쉬고 나니 춥다. 가을은 가을이다.
오늘 이 산에서는 올라가는 사람들도 만났지만 이 시간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부지런도 하다.
산길은 아주 그윽하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책 표지의 그런 색이다.
길은 완만하지만 계속 오르막이라 초보 데리고 오면 욕 먹는 다는 윤호씨.
임도가 나타났다. 장구목이 임도라고. 이 길을 뛸 때 정말 힘들었는데 어여쁘기만 하다.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위로 올라가니 커다란 주목이 보이는데 태백산 주목은 저리 가라다. 추월까지 하며 올라가는데 큰 고목 앞에서 선두에서 앞서 가시던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총무님은 어느새 옆으로 샜는데 안 보인다. 잠시 기다리며 배를 먹었다. 정상 삼거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출발.
정상 가기 전 삼거리가 나왔다. 이 산의 미덕은 정상 가까워오니 경사가 완만해졌다. 삼거리에서 총무님과 통화 하고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상이 보인다. 갑자기 힘이 난다. 산색은 벌써 붉은 기운이 제법 보인다.
정상 가기 전 뷰가 트이는 곳에서도 사진을 찍고 올라가는데 오늘 하늘이 끝내줘서 사진이 어여쁘다. 정상이 아주 넓고 평평하다더니 진짜 넓고 사방이 트여있고 여기 저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 반대편에서는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코스인데 6.7k 라고 표시되어 있다.
총무님이 안 오셔서 일단 개인 사진 찍고 한바퀴 돌아보고 자리를 잡으려니 이젠 바람이 차다. 정상석 옆 돌탑 뒤 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참만에 엉뚱한 방향에서 총무님이 나타나셨다. 등산로가 아니라 길이 험하고 가시나무에 손가락을 찔렸다고....
일단 점심을 맛있게 먹었고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었다.
단체 사진 찍는데 한 청춘에게 부탁해서 찍었다. 휴양림에서 올라왔는데 4시간 걸렸다며 물 좀 있냐고 하니 착한 신천씨가 물 한병을 나누어 주었다.
물 보시도 하고 삼거리에 다시 와 총무님 사진도 찍고 중봉을 향해 출발.
중봉 가는 능선은 진짜 좋았다. 호젓하고 그윽하고 사람들도 안 보인다. 오늘 대화의 주인공은 작가님.
회장님과 앞서 가면서 재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뒤에서는 신천씨와 윤호씨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어느새 중봉이다. 중봉에서도 휴양림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정상으로 올라와 중봉으로 한바퀴 돌아 내려가도 좋을것 같다. 멀리서 보이는 건물은 케이블카 승강장인것 같은데 거기가 하봉이라고. 잠깐 그리로 하산한다고 하다 일단은 정상 루트로 가고 다음에 혹시 온다면 그쪽도 가보면 좋을것 같다.
숙암분교 가는길은 예상보다 길었다. 아주 큰 나무와 키도 재 보면서 하산하는데 완만한 길도 나왔지만 철조망 쳐 놓은 곳을 지나고 자작나무 숲이 보이더니 다시 임도를 만났다. 여기서 임사모냐 등산로냐 하다 등산로로 하산하는데 이 길이 오랫동안 사람들이 안 다니고 수해를 입어서인지 등산로가 희미하다. 우왕좌왕 하다 이 길이 맞다고 하산 시작.
여기서부터 고생 시작. 너덜도 안 좋다고 했는데 무너지는 잔돌은 더 답이 없다. 거기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기고 넘고 사이로 지나고 장애물을 피해 진행하는데 식은땀 난다. 그나마 이 길이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 길을 내려가며 내 산행기에 살 떨린다, 그지같다는 말이 나올거라는 회장님. 이제 밑천 다 떨어졌나보다. ㅎㅎㅎㅎ
그나마 계곡을 벗어나니 임도성 길이 나왔다. 여기도 나무가 쓰러진 곳이 있긴 했지만 감지덕지.
총무님은 오늘 유일한 수확인 노루궁뎅이 버섯 한 쌍 채취. 시간이 지나니 배도 출출하다. 평평한 곳이 나와 쉬며 간식 먹고 출발 하는데 진짜 얼마 안 남은줄....
다시 임도를 만났다. 여기서부터는 임도로 가는줄 알았는데 다시 산길로 접어드는데 이 길이 옆으로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빤히 보이는데 길이 험하다. 영월 태화산 내려가는 길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길이었고 빤히 보이는데 길었고 아래로 내려가니 너덜에 길을 낸 곳에서 작가님이 2번이나 주저 앉으신다. 컨디션이 안 좋은가 걱정 됐는데 발이 미끄러워 그랬다고....
내려오니 케이블카 승강장 옆인데 우리 차는 저 아래 주차장에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위에 대는건데 하며 내려가 정리하고 회장님차로 장구목이로 이동.
장구목이에는 아침에 많던 차가 거의 다 떠나 헐렁하다. 여기서 발이라도 씻고 가자고 해 발을 씻는데 물이 진짜 차서 발이 저린 느낌이다. 총무님은 옷 갈아 입더니 추워 세수만 했다고.... ㅎㅎㅎㅎ
오늘 저녁은 진부 ic 초입의 부일식당에 간다고. 예전에 다니던 곳이라고 두 오라방이 기억을 하는데 이걸 어찌 기억하는지 진짜 신기하다.
시내에 들어가 주유소 옆 식당에 가니 진짜 오래된 가게로 집은 깨끗하진 않은데 나름 정겹다. 산채정식이 1인당 12000원인데 소박한 내용에 비해 맛도 좋았고 반찬은 무한 리필이었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나니 30분 밖에 안 지났다. 숨 좀 돌리고 6:40 출발하는데 고속도로 들어서자마자 막히네? 원래 둔내터널은 막히는 곳이라고.
여기서도 나는 누워 자고 차는 밀리다 가자 반복하다 광주휴게소에서 다시 헤쳐 모여 평촌에 가니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오는 차 안에서 10월의 어느 멋진날이 나온다. 아 진짜 10월 임을 실감. 운전 해 주신 두 분께 감사 드리며 다음 산행은 신천씨 올라오기 힘들다고 황매산 억새 보러 간다고. 기대된다.
신천씨 밥만 제가 싸갑니다. 김밥 사지 마세요......
-사진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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