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조신호
직장 회식 마치고
주차장에 나오니
동료 한 분이 다가와서
가을밤 하늘 높이 걸린
반달을 가리키며
선물로 드립니다
고이 가져가세요, 하며
싱긋 미소 짓는다
얼떨결에
선물은 가슴에 받아 들고
반달은 하늘에 걸어둔다
코스개관: 오색-대청-중청대피소-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설악동 (10월의 가을날, 둘)
2013년에는 설악을 세 번째 오는것 같다. 2월엔 생일 선물이라고, 5월, 그리고 가을엔 결혼 애도일 선물이라고....
평일이라 동서울 6:30 첫차를 탈 수 있다.
전날 아침으로 먹을 유부초밥 쌌고 빵, 떡, 과일 등을 쌌다.
아침에 일어나 보온병에 물 담고 출발해 버스를 탔는데 대부분 등산객이고 거의 찬것 같다.
한계령에서 많이 내렸고 흘림골에서도 많이 내렸고 막상 오색에서는 몇명 내리지 않았다.
9시 도착해 화장실 들렸다 유부초밥과 병에 든 커피를 마시고 출발.
초장 오르막에 5월엔 엄청 버벅대며 간지라 오늘은 그날 보다는 컨디션이 나은지 추월까지 해 가며 올라가는데 남의편은 앞서 가버려 쉬지도 못하고 쫓아가는데 군데 군데 쉼터를 200미터 간격으로 만든것 같다.
단풍은 역시나 지리 보다는 설악이 정답인것 같다. 단풍에 물든 산은 불을 켜 놓은것 같이 환하다.
설악 여기저기 데크 보수공사중이다. 기억이 별로 안 나는데 데크길을 연장한 곳도 있는것 같고 계단의 나무를 새로 보수하는 곳도 있고 나무 난간을 철 난간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군데 군데 있는데 데크를 깔아 놓으니 기나긴 계단 올라서는게 결코 쉽지도 않다.
아무튼 폭포 다 지나고 데크에 앉아 쉬며 간식 먹고 정상을 향해 출발.
우리가 올라가는 중에도 계속 하산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더러는 다리가 아파 쩔쩔 매는것 같다.
아무튼 오색에서 올라가면 대청봉을 바로 찍을 수 있어 좋긴 하다.
나뭇잎이 떨어지며 전에 안 보이던 경치들도 보이고 오색에서 올라서며 중청 대피소가 보이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드디어 대청봉. 바람이 아주 차진 않지만 불긴 분다. 정상에 줄서서 있는 모습을 보고 패스하고 근처에서 사진 찍고 중청으로 내려오니 여기도 컨테이너 못 보던게 2개나 들어서 있다.
벤치 자리가 나 앉아서 빵과 두유로 허기진 배 채우고 출발.
설악에서 좋아하는 풍경은 중청에서 소청 내려가는 구간이다. 일단 내리막이고 봉정암 방향도 보이고 대청도 보이고....
소청 찍고 하산하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내려가기도 힘드는데 올라가는건 얼마나 힘들까...
한 커플이 추월을 하니 또 내려온다며 하산하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사람 나름이라고 하니 날 보고는 얼마냐 걸리냐고 묻는데 나도 모르겠다. 4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냐고 해 아마 그럴거라고 했는데 중청에서 거의 안쉬고 내려오니 설악동까지 나도 4시간이 걸렸다. 무사히 내려오긴 했나 조금 염려가 되었다.
희운각이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희운각은 거의 완공 되 환골탈태한 모습인데 시간이 일러 방 배정을 안해주나보다.
한 청춘이 사발면과 삼각김밥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
올라가는거냐, 내려가는 거냐 물어보니 혼자 공룡을 타고 힘들어 쉬는 중이라고...
배가 고파 희운각에서 밥 먹고 내려가려는것 같은데 무릎이 아픈것 같다.
혹시 파스있는데 줄까 하니 붙이면 낫냐고... 덜 아프겠지...
파스 2장 주니 한쪽 무릎에 붙이고 무릎보호대도 했다. 아마 한쪽만 아픈가보다.
그러더니 바나나를 2개를 줘서 하나는 먹으라고 도로 주고 한개만 받았더니 우리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이 사탕을 나누어 준다. 짐 덜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 사탕까지 얻고 출발.
희운각쯤 오면 단풍이 좋을까 싶었는데 양폭에 오니 단풍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천불동의 미덕은 단풍과 폭포의 어울어짐인데 이쪽은 공사가 끝나 폭포를 가까이 볼 수 있게 데크가 깔린것 같다. 아무튼 양폭도 새로 지어 깔끔해졌고 추월까지 해 가며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무지 힘들었고 귀면암까지는 정말정말 멀었다.
드디어 비선대가 나타났다. 여기도 단풍이 한창이라 여기까지만 올라와서도 다들 좋아하는것 같다. 비선대에서도 와선대 지나 설악동까지의 거리도 만만하진 않지만 그나마 평지라 스틱, 무릎보호대를 넣고 부지런히 걸어 내려오니 중청에서 꼬박 4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속초 나가는 버스가 사람이 많아 한대 보내고 한참만에 온 버스를 타고 나갔다. 나가면서 7시반 버스를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30분 만에 속초에 가니 시간이 1시간 여 남는다.
남의편이 가 봤다는 이마트 건너편 회판매장 전에 몇번 와 봤다는 춘길호 식당에 가서 회를 시키고 나서 옆 테이블을 보니 대게와 물회를 먹고 있다.
그게 물회냐고 하니 남았다고 맛 보라며 건네준다. ㅎㅎㅎ
회 나올때 까지 물회 맛보고 회를 먹고 매운탕은 덜 끓었지만 시간도 촉박하니 먹었는데 회도 매운탕도 남았다.
시원시원한 주인장이 회에 매운탕까지 싸줘서 집에 와 회덮밥, 매운탕을 맛있게 잘 먹었다.
선물 받으려면 힘들게 산에 가야하는 팔자가 상팔자인지 사서하는 고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설악을 올해도 갈 수 있어서 좋긴 했다.
-남의편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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