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는 날>
공석진
아침부터 흐린 날
마음이 꿀꿀할 때는
삼삼오오 모여
허한 눈물 억지로 참아
꾸역꾸역 배 채우는
세 겹의 살을 먹자
등등한 기세 불에 데어
풀이 죽은 대파는
의기소침한 나와 같고
독기를 품었던 마늘은
흔적없이 사라져
물렁해진 너와 같다
삼월 삼일
종일 비만 내려 준다면
아마도 금상첨화
도도한 마음은 잠시
더할 나위 없이
삼삼한 기분으로
피로에 지쳐
하루가 휘청거릴 때
영혼을 잠시 맡겨
반가운 악수처럼
구석진 자리에서
소박한 파티를 즐기자
코스개관: 병목안-수암봉-부대옆봉-꼬깔봉-너구리산-성태산-안산대-상록수역 (바람불던 날, 기온은 산행하기 좋은 날, 당나귀 6명)
2월 3주는 사정상 빠지고 4주에 하기로 정했으나 현직인 두사람은 바쁘고 총무님이 서두르지 않아 한달 만에 산에 가는 날.
오늘은 수리산 너구리산을 간다고.
내심 길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범계역에서 만나 버스타고 병목안3거리 하차 해 바로 능선으로 붙는 수암봉 코스로 시작.
이 코스를 이렇게 쉬지도 않고 가는 것도 처음인것 같다. 지금 이 철이 눈도 나뭇잎도 별로 없어서인지 산은 아주 잘 보인다. 눈은 아래는 아예 없고 수암봉 가까이 가니 잔설이 조금씩 남아 있다.
쉴만한 곳을 다 지나고 수암봉 직전에서야 총무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생강차에 이왕이면 베이커리 카페를 열자고 해 빵까지 먹고 정상을 향해 출발.
정상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상석 앞, 뒤에서 사진을 찍고 조망 잠깐 하는데 여긴 바람이 차다. 내려오는데 한 사람이 음악을 어찌나 크게 틀고 오는지 정말이지 짜증났다.
수암봉이 올려다보이는 헬기장에서 12시 좀 안됐지만 점심 먹기로.
비닐 뒤집어쓰고 앉아 비닐 밖 무주택자를 보는 즐거움?
아무튼 남부럽지 않게 밥 잘 먹고 커피도 타 마시고 간식도 충분해 신천씨표 한라봉은 배급받고 출발.
헬기장 무주택자가 우리가 가는곳으로 오는데 단체라 좀 그렇다. 다행히 이들은 슬기봉 우회길로 가고 우리는 꼬깔봉으로 올라섰다 너구리산 방향으로 가니 한갖져졌다.
헌데도 이 길도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고 전에 안 보이던 데크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데크길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며 이제나 저제나 할 즈음 드디어 너구리봉 정상. 정상 평상에 앉아 2차 코코아, 빵에 신천씨표 영지차까지 먹고 출발. 여기서 3키로 정도면 하산할줄......
배수지로 하산할줄 알았는데 계속 직진을 하니 처음 와보는 곳이 나온다. 오른쪽은 골프장이고 왼쪽은 사유지 밤밭이라고 경고성 현수막에 철조망에 살벌하다.
가는김에 성태산 정상 찍고 간다는데 생각보다 멀었고 높지는 않아도 업다운도 많았다.
막판 사다리같은 계단을 선두가 올라가 내심 성태산인줄 알았는데 현지인 말이 아니라고 해 후미 백성은 우회하니 행복하기만 하다. 천국과 지옥 맛보기 참 쉽다 했다. ㅎㅎㅎ
성태산은 161m로 낮고 트랭글 배지도 없는 곳이다. 여기서 안산대학교로 떨어져 담벼락 따라 내려오니 청룡사라는 절이 나오고 이 절 문을 통과해 길로 나서서 상록수역까지 거의 2키로 걸어 전철 타고 범계역으로.
우리는 배가 고픈데 회장님만 배가 안 고프다고 해 순대곱창 전골에 밥 5개 시켜 먹는데 오늘은 웬일로 총무님이 폭탄주를 드신다나? 헐?
조카에게 침을 맞더니 완전히 체질 개선이 됐다고. 아무튼 정말이지 몇년만에 총무님 술 드시는 진풍경을 구경했고 밥값은 내가 계산했고 당나귀 회비 카드는 총무님께 인계했다.
내가 한달살이 하러 가는 동안 남학생끼리 토곡산, 보길도를 간다고.
올 봄꽃과 봄산을 못 보는게 아쉽지만 다섯명이 한차로 가쁜하게 잘 다녀오시길~
네 사람은 당구장으로 나와 작가님은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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