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프랑스 한달살기 10 (빌라 사보아~라 데팡스, 3/17)

산무수리 2024. 4. 30. 22:55

<삶은 곰치다>

                         이상복

죽음은 삶의 먼 반대편에서 서성이며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내가 삶의 비릿한 고통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꼭 그만큼의 거리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지느러미를 흐느적거리니

정라항 포구에서 처음 먹어본 곰치국은
곰치의 살이 부드럽다 못해 흐물거렸다
순두부처럼 몸의 살이 흐물흐물 풀어져
줏대도 없이 높은 곳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한없이 낮게 구부리며
예, 예 하고 밑으로 흐를 줄만 아는
내 옆, 누군가의 그 물의 성향을 많이 닮았다

울긋불긋 각종 양념으로 얼큰하게 끓여온
동해 바다, 한 그릇
곰치의 뼈와 살이 다 풀어진
수평선을 조심스럽게 헤집으며 떠먹으며
그의 본래의 모습은 어디 있나(나의 모습은 또 어디 있나)
끝내 (못 다한 말이 있다는 듯) 입을 크게 주먹만하게 벌린 채
어둠의 공허를 밖으로 쏟아내고 있는,
방금 지나온 뒷뜰의
붉은 다라 속 곰치의 비릿한, 한 생을

 

 

오늘 오전까지 뮤지엄 패스를 쓸 수 있는 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빌라 사보아가 나와 오전이 지나기 전 이곳에 가기로 했다.

오늘 점심도 볶음김치를 넣은 김밥을 하늘과 수산나가 열심히 싼다. 그리고 북어국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

 

 

빌라 사보아는 poissy 파리 외곽에 있는 도시에 있다. 전철을 타고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빌라 사보아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오픈 시간도 여유가 있어 걸어가기로 했다. 역 앞 빵집에서 빵을 몇개 사서 출발.

 

 

걷다보니 노르트담 성당이 보여 잠시 들어갔다 나와 벚꽃 만개한 길을 걸어가기.

 

- 빌라 사보아

 

 

빌라 사보아는 피에르 사보아의 요청으로 르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1929년에 건설한 휴가용 주택인데 전위적 설계로 현대성의 선언이라고 한다고.

르코르뷔지에의 순수주의 주택의 하나로 장식물 부재, 기하학적 형태, 유리과 콘크리트 사용이 특징인데 공중에 떠있는 상자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전쟁 후 방치된걸 프아시 시에서 토지를 매입해 고등학교 설립하려다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해 중앙 정부에 양도해서 복원해 지금은 역사유적지로 분류 되었고 2016년 유네스코 인류세계유산에 등재된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은 심심한데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어도 뷰가 되는 그런 건물이고 천장에 유리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사람도 많지 않아 이방 저방 둘러보고 욕실에 누워보라 하니 착한 리사가 누워 포즈까지 취해줬다. 한바탕 구경하고 나오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다시 걸어 나오다 점심 무렵이라 수산나 부부는 점심미사 참석하러 뛰어가고 우리들은 묘지가 보여 잠시 둘러봤다. 그리고 어린이 박물관이 있어 구경할까 했는데 닫혀있다.

미사 끝나기를 기다려 (거의 끝나갈 때 들어갔다고 한다) 다시 만나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았지만 비가 내리는지라 먹을 곳이 없다. 기차 기다리며 아침에 산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라데팡스로 출발.

 

- 라 데팡스

 

라 데팡스는 파리의 신도시로 행정구역상은 파리가 아니라 고층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으로 그야말로 신도시 느낌이다.

신 개선문의 특이한 모양이 인상적인데 비만 오지 않으면 멋질것 같은 이곳이 비에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부는지 우산이 뒤집어지고 얼어 죽을것 같다. 위로 올라가 멀리 내다보니 묘지 구역이 보이는데 빨리 실내로 들어가야 할것 같아 실내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쇼핑센터가 있다.

다 좋은데 이 넓은 곳에 화장실은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그나마 한갖진 카페를 찾아 커피 시켜놓고 김밥을 얼른 먹어 치웠다. (김치 냄새)

 

 

밥도 먹었고 저녁 시간도 여유가 있어 오늘도 옷구경 하기.

여기에서 나 빼고는 다 지름신을 영접해 집에 와서 패션쇼를 한바탕 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저녁 먹을 시간에 여유가 있어 오늘은 안 간 쪽으로 한바퀴 길게 돌고 가니 처음 먹었던 메뉴인 비빔밥이 나왔다. 우리처럼 이렇게 오래 묵은 손님은 처음인것 같다. 저녁 잘 먹고 내일은 쇼핑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