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프랑스 한달살기 13 (몽생미셸, 3/20)

산무수리 2024. 5. 1. 12:59

<명자나무>

                 이진명

베란다 창이 가른 검은 그늘의 안쪽에서 바깥의 찬연한 햇빛 속, 잔꽃송이들을 새빨갛게 뭉쳐 매단 명자나무를 익히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명자야, 하고 불러버렸다. 외로움과 시름이 탕, 깨어나더니

명자야. 뭐하니. 놀자. 명자야. 우리 달리기 하자, 돌던지기 하자.숨기놀이 하자. 명자야. 나 찾아봐라. 나 찾아봐라. 숨어라. 나와라. 나와라.

베란다 창이 가른 검은 그늘의 안쪽에서 바깥의 찬연한 햇빛 속, 잔꽃송이들을 새빨갛게 뭉쳐 매단 명자나무를 익히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명자씨, 하고 불러버렸다.
외로움과 시름이 땅, 달려나가더니

명자씨. 우리 결혼해. 결혼해주는 거지.
명자씨. 우리 이번 여름휴가 땐 망상 갈까.망상 가자. 모래가 아주 좋대.
명자씨. 망상 가서, 망상 바다에 떠서, 멀리 멀리로.

 

 

 

사실 몽생미셸은 tv에서 하도 난리를 쳐서 뭐 거길 가야하나 싶던 곳이다. 헌데 친구가 한달이나 사니 가지? 하고 물어보는데 안 가면 안될것 같다. 문제는 거리가 부산까지의 거리이고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곳인데 수산나는 작은 버스로 오래 차를 탈 수 없다고 못 간다고 한다. 리사도 동생팀도 간다고 해 그때 가면 된다고 해 최종 3명만 가고 둘은 안 가기로 결정.

인터넷으로 현지 여행사 easy go로 예약을 했는데 원래 우리가 신청한 날짜 아닌 수욜 가면 안되냐고 연락이 와 수욜 가기로 했다.

7시 트로카대로역에서 픽업 하기로 하고 한밤중에 귀가 예정이라 아침, 저녁을 다 먹을 수 없다.

굶어 죽을까봐 어제 저녁 빵집은 문을 닫아 마트에서 이것 저것 먹을것 마실것을 대충 사긴 했다.

처음엔 걱정 된다고 우리를 데려다 준다던 리사. 헌데 겨우 일어나 배웅 하는걸로....

 

트로카대로역에 가니 시간 여유가 있는데 어제 봤던 복잡한 광장이 아닌 한갖진 광장에 해가 뜨고 있다.

길을 건너가 일출을 보는 행운을 맞았는데 이 아침 웨딩 사진 찍으러 오는 부지런한 팀도 있었다.

시간이 되 9인승 승합차를 탔는데 기사, 가이드까지 9명이 꽉 차서 출발.

 

 

해가 뜨고 휴게소에서 쉬며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안 사와도 될뻔 했다. 짐도 줄일겸 우리는 싸 가지고 온 빵과 우유 등을 먹고 다시 출발.

 

- 에트르타 [Etretat]

 

 

몽생미셸 가기 전 두군데를 들리는데 첫번째 들린 곳이 코끼리 바위로 유명한 에트르따.

모네의 작품에 나오는 이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코끼리 바위는 오른쪽, 왼쪽 양쪽 언덕에 있는데 자유시간 1시간반을 주는데 두군데를 다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왼쪽 언덕을 선택했고 같이 온 사람들은 대부분 오른쪽 아기 코끼리 바위쪽으로 올라간다.

 

코끼리 바위는 엄마 코끼리가 있고 그 넘어에는 아빠 코끼리 바위까지 보이는데 여기 저기 사진 찍을만한 포인트가 많다.

우리도 서로 찍고 찍어주고 약속 시간에 맞춰 내려오니 가이드가 구멍을 통해 멋진 사진을 팀별로 찍어주고 있었다.

우리도 개인 단체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

 

 

- 옹플뢰르 항구도시 [Honfleur]

 

옹플뢰르는 인상파의 태동지이고 예술인의 고향으로 중세 최대 항구 도시였던 문화의 도시 옹플뢰르는 중세의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라는데 뭔가 물자가 부족해 집을 붙여서 지었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조용한 항구도시인 이곳에서 가이드는 가게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첫번째는 술을 도수가 높은 순으로 한모금씩 맛보게 했고 그 다음엔 버터를 맛 볼 수 있게 한다.

오라방은 도수 높은 술을 사고 싶은 마음을 자제했고 버터는 맛보고 크기도 적당해 각자 2개씩 구입. 

 

성당 내부도 인터넷에서 보니 나름 특징이 있었는데 이때는 보수중이라 출입금지라 패스.

 

 

가이드가 추천한 맛집 중 한곳에서 파스타, 홍합요리, 피시앤 칩스를 먹었는데 바로 옆 한국 절은 커플도 있었는데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 배회하다 양말가게를 만나 오라방은 튀는 양말을 구입했는데 가격은 장난이 아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 찍다보니 날이 더워져 옷 한껍데기씩 벗고 약속장소에 모여 본 게임인 몽생미셰를 향해 출발.

 

-몽생미셸

 

 

아브랑슈(Avranches)의 사제였던 성 오베르(St Aubert)는 꿈 속에서 이곳에 수도원을 세우라는 미카엘 대 천사의 계시를 3번이나 받고나서 공사를 거쳐 완공시켰고 그 후 여러 차례 개축이 거듭되다가 16세기에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내부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 등 중세의 건축 방식이 혼합되어 있다. 특히 1211년에는 라 메이베이유(La Méiveille)라고 불리는 고딕 양식의 3층 건물을 추가했는데 1층은 창고와 순례자 숙박소, 2층은 기사의 방과 귀족실, 3층은 수사들의 대식당과 회랑으로 사용되었다. 특히나 2겹의 아케이드가 줄지어 있는 화려한 회랑은 고딕 양식의 최고로 꼽힌다.

이 수도원은 성지로서 많은 순례 사도들을 불러들였고, 10세기 때는 베네딕트 교인들이 사원에 정착한 이후 섬 내의 마을은 커지기 시작했다. 외관이 무척 견고해 보여 수도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백년 전쟁 중에는 요새로서 사용되기도 했고, 나폴레옹 1세 때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 (펌)

 
 

3번이나 계시를 받고야 지어서인지 수도꼭지가 얼굴을 눌러야 물이 나온다.

에펠, 베르사유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데 일반 차량은 접근을 못하고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전용 셔틀버스가 무료로 수시로 왕복을 한다.

예전엔 물이 차면 못 건너가던 곳이 지금은 나무 데크가 깔려있어 문제가 없다. 가이드는 일단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찍어준 다음 입구로 가서 설명. 바닥에 순례길 표시와 조개 모양의 문양이 붙어 있어 인증샷 하고 관람 시작.

 

 

가이드가 이곳 명물인 풀라드 어머니(La Mère Poulard)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그리고 길 건너 원조 오믈렛을 파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고 그나마 예약을 안하면 먹기 힘들다고 한다.

올라가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단골 식당에서는 한국말로 계속 인사를 한다. 입구 오른쪽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될거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가이드 따라 올라가며 묘지, 성당 등을 둘러보는데 갈매기가 이곳 터줏대감인것 같다.

예전엔 번창했던 이곳도 지금은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출퇴근을 한다고. 그래서 여기 오는 셔틀버스가 아닌 다른걸 타면 다른 마을로 간다고 한다.

여기서 수도원 내부관광 희망자는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는데 우리팀은 다 내부관람을 희망해 들어가는데 가이드는 들어갈 수 없다고.

저녁 모일 시간을 알려주고 해산.

 

 

수도원 내부는 의외로 뷰가 좋아 아무데서나 찍어도 작품이 되는 그런 뷰다. 그리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 사람도 줄어들어 한갖져서 더 좋았다. 마음껏 구경하도 사진도 찍고 기념품 가게 들리고 나오면서 보는 경치도 좋아 또 서로 찍고 찍히고 했다. 우리팀 중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쑥쓰러워하며 다정한 사진을 못 찍어 그러면 안된다고 사진도 찍어주며 나왔다.

 

 

가이드가 알려준 식당에 가서 피자, 오믈렛 등으로 저녁을 시켰는데 오믈렛은 크기만 크기 완전 뻥과자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옹플뢰르에서 만났던 커플이 앉아 있어 인사를 했다.

밥까지 먹었는데도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뭐하지?

 

 

노느니 셔틀 타고오다 본 곳이 궁금하기도 하고 운동도 할겸 셔틀을 타지 않고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다 일몰을 만났다.

일몰 사진도 찍고 셔틀 승강장에 갔는데 가이드가 다시 수도원 입구로 들어오라고 한다.

뭐지? 바로 셔틀 타고 나오는게 아닌거였어? 부랴부랴 다시 셔틀을 타고 수도원 입구 도착.

 

 

지금부터 진짜 몽생미셸 야경 투어가 시작되는거였다.

예전이 비해 불을 많이 안 켜놓아 풍광은 전만 못하지만 야경을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니 감사할 수 밖에.

개인, 단체 사진도 휴대폰 조명을 서로 비춰 주면서 사진을 찍어주는데 시간을 끈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우리야 자면 되지만 운전 하는 분은 몽골 사람이라는데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드디어 출발해 샌딩 서비스를 하는데 우리가 제일 먼가보다. 

새벽 1시 숙소 앞 도착해 샌딩비를 내니 인당이 아니라 팀당이라고....

아무튼 차분한 가이드 덕분이 과하지 않게 관광 잘 하고 집 문을 안 열어줘 좀 기다렸다 수산나가 문 열어주어 후다닥 씻고 자자~

우리가 하루를 20시간으로 사는 동안 두 여인은 권선배 만나 쌀국수 먹고 널널하게 놀아 좋았다고 한다.

 

- 후일담이지만 아침 일찍 저녁 늦게 오는 이유는 관광 자격증이 뭔가 낮은 등급이란다.

이런 사람들은 아침 일찍, 저녁 늦게만 파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즉 낮에는 걸면 걸리는거라고. 그리고 가이드 들도 대부분 알바생인데 혹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어렵다는 아비뇽 가이드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