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프랑스 한달살기 14 (몽파르나스 타워, 3/21)

산무수리 2024. 5. 1. 13:23

<박태기나무 꽃>

                       임두고

늦은 사월
사방이 수초처럼 젖어 있어
까닭 모를 내 그리움
그 속 깊은 곳까지 젖고 있다.

문득 젖은 알몸으로 다가서는
뜰 앞의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들은
그저껜가 그그저껜가
계단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던
그녀의 치마폭처럼
자줏빛
지울 수 없는 자줏빛이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하필이면 네 꽃이름이 박태기인가
아무렇게나 불리워진
네 꽃이름으로 인하여
나는 지금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어린 시절
마른 수수깡 팔랑개비처럼 가벼워진다.

그리움은 젖을수록 가벼운 날개를 다는가
내 가슴은 지금
그 모순을 접어 만든 팔랑개비
누가 작은 바람끼만 건네도
천만 번 회오리치며 돌아버릴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가벼움 속으로......

나는 지금 그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박태기
박태기나무 꽃이여
네 꽃이 핀 것은
이제 더 이상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네가 지금 비에 젖고 있음은 더더욱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제 늦게 잤지만 아침이 되니 눈이 떠진다. 더구나 하루 종일 현지식을 먹었으니 아침은 밥을 먹어야 속이 달래질것 같다.

오늘만 지나면 이 민박집도 이별이다. 내일 새벽 남프랑스로 출발 하는데 기차 시간이 일러 아침을 먹을 수 없다.

문제는 남프랑스는 작은 가방으로 가기로 했는데 캐리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시 파리로 와서 묵을 숙소 주인이 흔쾌히 맡아 주기로 해 오늘은 오후엔 짐 옮기기로 했다.

그제 스테이크를 오라방이 내려고 했는데 내가 선수를 치는 바람이 기회를 놓쳤단다. 수산나 부부가 몽파르나스 스카이 라운지에서 점심을 낸다고 예약을 했다고.

사실 여긴 에펠탑 올라가지 말고 여기서 밥 먹고 전망 보자고 했던 곳인데 결국 에펠탑도 올라갔고 여기도 가게 되었다. 헌데 그냥 구경 하는것도 돈을 내야 하니 이왕이면 우아하게 밥도 먹고 조망도 하기로 했다.

아침을 맛있게 먹었고 대충 들고 갈 짐과 놓고 갈 짐을 나누는데 머리 아프다. 특히 대부분 캐리어가 아니라 애로사항이 많아 보따리 보따리 들고가야 한다.

대충 짐 정리하고 몽파르나스로 출발.

 

 

-  몽파르나스 묘지

 

 

 

우리가 점심 먹을 곳은 몽파르나스 타워인데 파리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퐁피드와 문화부장관이 추진한 프로젝트 결과라는데 라 데팡스 건설 전에 파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을 아직도 해체 시켜야 할 건물로 친다고 한다.

예약한 시간이 남아 어디를 갈까 우왕좌왕 하다 묘지가 있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여기서 입구에 가까운 사르뜨르 묘역을 발견해 인증샷 하기. 누군가 부모 무덤도 안 가는데 남의 나라 무덤에 참배를 하며 한참 웃었다.

 

 

이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타워 바로 앞이 몽파르나스 역이다. 나중에 벼룩시장 가며 다시 만나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나오는 레스토랑. 

과연 뷰가 좋다. 여기서도 3가지 코스 중 2가지는 시켜야 한단다. 

여인들은 소고기를 주문했고 전채, 후식을 반반 시켰고 오라방만 피쉬 주문.

헌데 우리가 예상한 스테이크가 아닌 잘게 썬 장조림 뭉쳐놓은것 같은 요리가 나왔다.

음식 이름도 무지 길고 거창한데 막상 번역기에 돌려서 보면 별것도 아니다. 아무튼 모양에 비해 맛이 뛰어나지 않고 가격은 비싼 그런 음식을 먹고 사진 찍고 한바탕 웃고 나왔다.

 

 

나와 입구에서 인증샷 하고 이제는 다시 숙소에 가서 짐 맡기러 가자.

숙소에 돌아와 짐 마무리 하고 무거운 캐리어를 전철로 옮기려니 잘 들지도 못한다.

착한 현지인들이 도와주어 계단을 무사히 내려갔고 환승도 무사히 했고 내린 역이 우리가 에펠탑 갔다 타고 온 비르하켐 역?

이 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어 짐을 옮기려는데 젊은 여자애 둘이 타려다 내린다. 현지인이 소매치기라고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잠시 방심했다가 놀래 다시 긴장하며 우리가 묵을 집을 찾아가는데 무척 멀게 느껴졌다.

주인장은 이제 막 청소가 끝났다며 짐은 자기네 집에 가져다 놓을 거라고 한다.

잠시 올라가서 본 숙소는 그야말로 호텔급 아파트.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했다는데 세느강 뷰다. 우와~

당연히 숙박비도 무지 비싼데 여긴 에어비인비라 취사를 할 수 있다고. 숙소 근처에 한인마트, 식당, 백화점, 마트가 있어 장 보는것도 문제가 없다고.

웬만한 도구가 있고 세탁기, 식기세척기도 있다. 한바퀴 둘러보고 남프랑스 다녀와 만나기로 했는데 마르세유는 저녁에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집으로 가는길은 마트도 확인할 겸 다른 역으로 가며 모로프릭스에 들려 리사는 모자 하나 샀고 오라방도 양말 사고 하늘은 원하던 흰 운동화는 맘에 드는게 없어 못샀다.

숙소에 와 마지막 저녁을 먹으러 가며 신세 진 주인장에게 귤을 사다 주니 고마워 한다. 내일 아침은 일찍 출발 해 먹을 수 없으니 이게 마지막 저녁이다.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흔쾌히 동의 해 주셔서 같이 인증샷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와 열쇠 받으러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