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척>
이병률
한 오만 년쯤 걸어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후닥닥 짐 싸들고
큰 산 밑으로 가 아웅다웅 살 테냐
소리소문 없이 만난 빈 손의 인연으로
실개천 가에 뿌연 쌀뜨물 흘리며
남 몰라라 살 테냐
그렇게 살다,
그 사람이 걸어왔다는 오만 년이
오만 년 세월을 지켜온
지구의 나무와, 무덤과, 이파리와, 별과..
짐승의 꼬리로도
다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라면,
그때 문득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갈 수 있겠느냐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만 개의 밥상을 차려
오만 년을 노래 부르고,
산 하나를 파내어
오만 개의 돌로 집을 짓자 애교 부리면
오만 년을 다 헤아려 빚을 갚겠느냐
미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봄날,
마알간 얼굴을 들이밀면서
그늘지게, 그늘지게 사랑하며 살자고
슬쩍슬쩍 건드려온다면 어쩔 테냐
지친 오만 년 끝에 몸 풀어헤친
...
7:30 1층 식당에 내려갔다. 오늘 단체 손님이 있어 조금 일찍 내려오라고 했다는데 사람이 많다.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 같다.
조식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조촐하지만 다양하게 있어 맛있게 먹고 8:30 여행사 만나 출발.
이번 현지 여행사는 5명이 타는 차가 더 비싸다고 승용차 2대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조금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우리 셋에 수산나부부 둘 나누어서 타고 출발.
- 레보드 프로방스
우리가 탄 차가 사장님으로 리사 젊은시절 민박집 주인이었다는데 한국에서 군인을 하다 프랑스에서도 군인을 하다 지금은 여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군인을 하면 연금 받지 않냐고 하니 월급이 워낙 작다고.
아무튼 지금은 결혼도 했는데 지금은 민박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메인은 아를인데 아를 가기 전 생 폴 드방스를 먼저 들린다. 우리가 아침 일찍 가 사람이 없지 조금 지나면 쏟아져 들어온다는 말.
여긴 작은 마을로 꼭대기 올라가니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데 사진 몇장 찍어주더니 자유시간을 주고 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끼리 둘러보고 사진찍고 놀며 내려왔다.
-빛의 채석장
사장이 빛의 채석장을 예약했다고 하니 리사는 전에 봤다고 안본다고 했는데 이미 예약을 해 놨다고 한다. 처음엔 가이드 비용에 포함된줄 알았는데 나중에 입장료까지 받는다. 조금 속은 듯한 느낌.
나름 아는것도 많고 설명도 이것 저것 해주는건 좋은데 같은 한국 사람 가이드 험담을 하는건 듣기 싫었다.
- 사또 에스돔 블룸
가이드가 오늘 점심을 간단하게 먹을건지 아니면 남프랑스에 왔으니 제대로 된 고성의 식사는 어떠냐고 권하는데 넘어갔다. 오늘 여행의 주 목적이 먹는게 아닐까 싶게 여기서 시간도 많이 끌었다.
음식은 나쁘지는 않았는데 야외라 뭔가 자꾸 떨어지는게 좀 그랬다. 주변 포도밭에서 사진도 찍고 시간 때우다 출발하는데 리사가 핸드폰을 챙기지 않는다. 그래서 감춰가지고 출발하는데 아주 한참만에 되돌아 가야 한단다. 핸드폰 놓고 왔다고.
이젠 서로 챙겨줘야 하는 나이가 된것 같아 조금은 서글펐다.
- 생 폴 정신병원
아를은 원래 무역도시고 198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지만 우리는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가게 된다. 고흐 그림의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부분 해바라기가 밀밭으로 바뀌어 옛날 정취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매미가 좋은 상징이라는데 매미가 모기를 먹는다던가? 아무튼 우리는 시끄러운걸로만 기억되는 매미가 여기서는 매미 모형도 많이 팔고 있었다.
고흐는 네덜란드 사람으로 아를에 머무는 15개월 동안 3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여기는 늘 개방되는건 아닌지 검색해 봐도 별로 뜨지 않는다. 아무튼 고흐가 머무른 방을 그대로 재현해 놨는데 마음이 좀 찡하다. 내부 관람을 하고 밖의 넓지 않은 정원을 둘러보고 병원 내부 정원을 보고 나오며 고흐 동상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 말로는 옆의 건물은 현재도 병원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를 역 앞에 차를 주차하고 강가로 나가는데 이동 놀이동산이 진을 치고 있어 매우 어수선하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 탄생된 그 강가. 바다가 아닌 강을 따라 다니는 유람선이 떠 있었다.
지금은 집은 없어지고 그 터에 남겨져있는 노란집 그림
- L'espace Van Gogh
귀를 자르고 들어갔다는 정신병원. 지금은 도서관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정원을 그린 그림이 있었고 운이 좋으면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는데 문이 잠겨있어 내부는 관람을 못했다. 기념품 가게가 있어 구경을 했다.
- 생 트로핌 성당
아를에 기독교를 전파한 초대 주교이자 수호 성인인 성 트로핌을 위해 세워진 성당이다. 12세기에 세워진 성당은 계속 증축 및 보수를 거듭한 끝에 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14세기의 고딕 양식이 혼합된 형태로 완성되었다. 성당 정면 입구의 조각 장식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이라 손꼽힐 정도로 정교하다. 성당 옆에 자리하고 있는 수도원 역시 12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성당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 성당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고흐 때문인데,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해바라기〉가 바로 이곳에서 그려졌다고 한다. (펌)
커다란 광장 앞의 이 성당은 입구 기둥의 조각이 특이하다고 한다.
가이드가 애용한다는 마르세유 비누를 파는 곳. 향도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은데 무거워서 많이 살 수 없어 아쉬웠던 곳.
지금은 영업 정지 된 고흐가 애용한 카페.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이런 관광상품을 정지시킨 프랑스도 참 대단하다 싶다.
여기가 고대극장인것 같다. 입장료를 받는다고.
여긴 아를 아레나. 고호가 여기서도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 아비뇽 광장에서
아레나 구경까지 마치고 아비뇽으로 돌아오는데 이왕이면 시계탑 광장에 내려 달라고 했다.
시계광장에 시계는 잘 보이지 않았고 광장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안달루시아 축제라는데 신나는 음악에 맞춰 관중들이 춤추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축제는 곧 끝났고 가이드가 알려준 베트남 쌀국수 집을 찾아갔다.
쌀국수집에서 나는 볶음면을 시켰고 오라방은 고수 든 쌀국수, 나머지는 고수 뺀 쌀국수를 시켰는데 맛이 괜찮았다. 가성비 좋은 저녁을 먹고 해 진 아비뇽길을 걸어서 집으로~
내일은 짐 싸고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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