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은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간신히 생각하고 간신히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영영 스스로 머리를 땋지는 못할 거야. 당신은 페루 사람...
오늘 아침에는 현미밥에 김치찌개, 그리고 점심으로 장조림, 볶음기미, 계란에 우엉까지 넣고 럭셔리 김밥을 쌌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고흐 마을은 진짜 마을 탐방이라 비가 내리면 고약하다는데 어제와 같은 행운이 있길 바라며 그냥 가기로 어제 결정.
집에서 비르하켐 다리 바로 아래에서 RER C선을 8:10경 타고 종점에서 하차.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는데 고흐마을 버스 타러 우왕좌왕 하다 겨우 찾아서 타고 무사히 고흐마을 도착.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오베르쉬르우아즈는 파리 북서쪽의 작은 마을인데 고흐가 인생을 마감한 고장으로 고흐가 즐겨 그린 보리밭, 가파른 길, 센강, 교회, 시청 등이 남아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고흐 그림을 그렸던 곳에 고흐 사진이 있었고 실제로 그 장소에 오니 모네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크게 장식하지 않았고 안내도가 아주 친절하지도 않았는데 오늘같이 비가 내려서인지 고흐의 고독이 더 피부로 느끼는 그런 기분?
아무튼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아침 일찍 마을을 돌아다니니 더러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었지만 비교적 한갖진 모습이다.
우왕좌왕 하다 고흐가 살던 방을 매표. (보기 드물게 한국어 버젼 표)
매표소에서 오베르주 라부라는 식당 2층에 기념품점이 있고 그 위 방이 고흐가 머물던 방이라는데 아무것도 없다. 라부라는 주인이 여기에 뭔가를 놓으면 이것만 보고 그냥 간다고 아무것도 안 남기고 대신 식당 영업을 하는데 19세기 후반 장식, 분위기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영업을 한다.
고흐 방에서는 사진도 못 찍게 하고 설명을 한 다음 짧은 영화 한편 상영해 준다.
고흐 방 자체가 매우 작고 가구도 최소한만 지니고 살았던것 같다. 아무튼 아무것도 없어서 기억에는 더 오래 남을것 같다.
고흐의 방 입구 대기실에 작품 몇개 걸려있어 여기서라도 사진 찍기.
고흐 그림에 나왔던 계단을 올라갔다 돌아 내려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처음에 들어왔던 정원에 들어가 점심 먹기.
헌데 이 정원이 있는 이 건물이 도비니 미술관으로 4명의 오베르 시민이 만든것인데 지금은 시립 미술관이라고 한다.
이 미술관 2층에는 밀레 친구이자 바르비종 창시 화가 도비니의 그림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엔 나이브 아트 (소박파) 예술가들의 작품이 아주 많다고. 헌데 우리가 갔던 때는 오픈을 안했다.
인증샷만 한장.
라브식당 건너편의 시청사
고흐 공원을 찾아가다 만난 로컬 마켓.
여기서 반건조 무화과를 만나 무화과를 좋아하는 수산나가 사서 나누어 주었는데 무화가 안 좋아하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집이 가깝다면 장보고 가면 좋겠지만 무게때문에 패스.
고흐 공원에는 동상이 세워져있는데 영화 가위손이 생각나는 조금은 슬퍼보이는 그런 동상이다.
성당 앞의 도비니 동상
역시 그림의 소재인 성당. 여기도 공사중이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는데 수산나가 소원지를 썼다.
내부에는 부활절 행사 후인지 뭔가 장식이 남아 있었다.
성당에서 사진 찍고 보리밭 찾아가기.
보리밭은 성당에서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니 바로 나온다.
비가 안 왔다면 보리밭 사이로 지나가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신발 다 젖으니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걷고 인증샷 하고 묘지찾아가기.
보리밭 바로 옆 오베르쉬르우아즈 묘지에서 고흐와 테오의 묘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 찍고 조금 더 마을구경 하는데 보이는 택배함. 농수산물을 주문하면 영수증과 함께 보관해 놓는건지 아니면 보고 구입을 하는건지 각종 농산물이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다시 보리밭 지나 교회에서 아까 안 왔던 길로 내려오는데 소강상태이던 비가 겁나게 많이 내린다.
카페라도 있으면 들어갈텐데 안 보인다. 결국 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역 화장실은 나비고 패스를 대니 열렸다. 여기서 지하로 우리가 탈 승강장으로 가 한참 기다렸다 기차를 탔고 아침에 내렸던 기차를 무사히 타고 다시 파리로.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않아 이젠 살거 사야한다고 약국에 가기로 해서 역에서 내려 갑자기 하늘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는데 약국에서는 이용을 못 한다고. 리사가 같이 카페까지 가서 커피 사 마시며 화장실 이용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동안 셋은 대충 필요한거 구입했고 하늘 기다리며 들어간 양말가게에서 각자 선물용 양말 구입.
집에 와서 이른 저녁으로 권선배네서 가져온 삼각김밥, 만두 남은거에 야채전을 부쳐 먹고 저녁을 일찍 마무리 하고 오늘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승선할 수 있다고 해서 인터넷 시간도 알아볼겸 검색을 하니 인터넷 예매는 1유로 저렴하다고 해서 5장 구입. 메일로 비번이 왔는데 다른 입장권처럼 큐알 코드는 안왔다.
제일 가까운곳에서 이 표를 보여주니 여기 아니라고 한다.
다음 승선 하는 곳에서 보여주니 여기가 아니라 다리 2개를 더 건너가야 한다고. 허걱~
결국 우리가 예매한 곳은 여기서 한참 가야 나오는 회사 표인데 표를 보여주려니 로그인이 안된다.
일단 표를 다시 사서 입장.
배를 탔더니 사람이 아주 많다. 한국사람도 많다. 패키지 팀이 들어온것 같은데 우리도 일행인줄 가이드가 착각 하는거 보니 아마도 오늘 파리에 인 한 사람 아닐까 싶다.
이 가이드 말을 귀동냥 한 말인 즉슨 지금 세느강물이 불어서 오늘은 유람선 2층 탑승은 못 한단다. 아마 당분간 유람선 운행을 안할거라더니 진짜 이틀 정도 세느강이 조용하긴 했다.
어중간한 시간에 유람선을 타니 결과론이지만 환할 때와 일몰을 다 볼 수 있었다.
유람선은 자유의 여신상까지만 갔다 되돌아 오는데 강에서 풍경을 보는 경치가 좋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특히나 에펠탑 불 들어오니 사진 찍는다고 난리다.
특히 9시 정각의 탑의 발광 사진 찍을 때가 그중 피크. 우린 주로 앉아 있었고 오라방은 사진 찍느라 배 안에서 못보고 결국 내려서 만났다.
리사의 아이폰이 그나마 야경에 잘 나와 리사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고 하선.
배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고 집까지 걸어오며 이왕이면 발광 장면 한번 더 보느라 10시 발광까지 보고 집으로~
긴 하루였다.
-사족: 유람선 예약한 80유로. 포기하기엔 속이 쓰리다.
혹시 컴퓨터로는 로그인이 될까 해서 집에 와서 해 봐도 안된다.
이메일에 답장을 썼다. 4월4일 5명 예약을 했는데 로그인이 안되 표를 쓸 수 없었고 나는 이미 귀국을 했으니 환불 해 달라.
아무 답장이 없었는데 트레블 월렛에 80유로가 들어와 있었다. (되지 않은 영어가 통한건가? 아무튼 80유로 날릴뻔 한걸 무사히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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